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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활동가ㆍ구미시생활공감정책참여단대표ㆍ선주문학회회장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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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대 가정이나 사회에서 노인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할 일 없는 은퇴자가 되거나 젊은이들과 대화의 장에도 끼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우리의 현실에서 노인이 된다는 것은 감추고 싶은, 부정하고 싶고 피하고 싶은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늙어가는 흔적을 애써 지우기 위해 화장을 하고 염색을 한다. 노년을 자연스러운 생애의 한 과정으로 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안 되는 시기가 된 것이다. 그뿐인가. 성형은 물론 호르몬제 투여까지 마다않는다. 이러한 노년의 삶은 백 세까지 이어지고 2~3년 후엔 다섯 명 중 한 명이 고령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데도 노화에 대한 부정과 회피 담론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람은 30대가 되면 신진대사가 느려져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어렵고 남자들은 지방이 많아져 뱃살이 붙기 시작한다. 40대가 되면 관절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고 흰머리와 눈 아래 주머니가 보이기 시작한다. 50대엔 고혈압, 안과 질환 등이 나타나고 골밀도가 저하되며 치아를 잃는 사람도 많아진다. 피부가 수분을 잃고 건조해지는가 하면 자꾸 잊어버리기 시작하며 암을 두려워하는 나이다. 60대가 되면 체온 유지 능력이 서서히 상실되고 청력 감퇴와 걸음걸이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넘어져 다치기 쉽다. 70대가 되면 인지장애를 포함해 기억력은 더욱 떨어지고 기억 상실이 정상이 되기도 한다. 배설물 통제가 어려워지면서 몸은 독소에 취약해진다. 시력과 청력은 더욱 악화되며 몸은 균형잡기가 어려워져 자주 발을 헛디딘다. 80대가 되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각종 질병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피부는 얇아져 축 처지고 쉽게 멍이 든다. 90대가 되면 또래보다 더 오래 산다고 느낀다. 사망자의 비율은 증가하지만 80대보다 강인하며 이런 사람들은 질병에도 강한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노화과정이지만, 다른 사람보다 빨리 늙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음은 물론이다. 널리 알려진 것 중 하나는 사람의 능력은 50세 전후로 급격히 쇠퇴한다는 점이다. 매사 무뎌지면서 잊기를 잘하고 몸은 약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지기억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50세인 사람이 80세인 사람보다 더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가 들면서도 동년배 모습과 비슷해지기보다는 자기 고유의 모습을 유지하는 이들도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통계적으로 사망 가능성이 높아 가지만 일상생활에서 여전히 유능한 활동을 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임을 보여준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젊게 살아가는 노년이 있어 이들을 ‘성공적 노화’나 ‘신노년’ 같은 서구적 노년 담론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년의 인구는 사실 얼마 되지 않으며, 대다수의 노년은 여전히 무기력하고 소외된 채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의료계에선 건강보다 질병을 더 중요시하는 바람에 오로지 질병퇴치를 위한 상업화 대상으로, 매스미디어는 무기력하고 타자화된 노년의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데 주력한다. 타자화는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이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 의해 삶이 좌지우지되는 소외현상이 아니던가. ‘타자화된 늙은이’. 늙음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늙음에 대한 경시풍조로 이어지고, 늙음을 낡음으로 이해된다. 낡은 것은 쓸모가 없고 쓸모없는 것은 폐기한다는 곧 사물에 적용하는 공식이 사람에게로 확장되어 노인에 대한 인식으로 고정된 것이다.
얼마 안 있어 국민의 20퍼센트가 고령인 동시에 인구 감소시대에 접어드는 우리 한국사회. 이제 노화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노화는 병이 아니고 자연스런 삶의 과정이다. 태어나면서 발육순서에 따라 노년으로 접어들게 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상이 나타날 뿐이다. 빈곤과 질병, 소외와 상실에 맞춰져 있던 노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채움과 비움’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 건강한 고령자에게는 잠재력 개발을 통해 활동을 활성화하고, 돌봄이나 치료가 필요한 고령자는 생활의 공간이나 기능을 그에 맞게 제공하여 삶의 질이 보장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살아가는 공간 자체가 노인 친화적이어야 한다.
인간의 삶은 가족, 친구, 여가, 문화, 종교 등 다양한 영역으로 채워지고 종횡으로 엮여진다. 노년의 삶이라 하여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결코 이와 다르지 않다. 이제 우리는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새로운 노년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WHO에서는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을 통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안전하고 고령 친화적인 시설, 편리한 교통 및 주거환경, 지역 활동에 참여, 존중과 포용하는 자세, 고령자가 참여할 수 있는 풍부한 일자리 마련, 다양한 정보 제공, 수준 높은 지역 복지 및 보건 서비스 제공 등이다. 지금까지 우리 삶의 공간이 학생 혹은 청장년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고령자와 어린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나아가 모든 구성원을 위한 ‘타자가 없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고령화는 충격도 아니고 축복도 아닌 누구나 맞이해야 하는 삶의 과정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