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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의 세설신어(94)]벗을 사귀어 정분을 의탁하고(交友投分)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9월 13일
↑↑ 한학자
ⓒ 경북문화신문
《천자문》의 주석에 “벗은 의리로 결합하였는데, 부모와 자식·임금과 신하·어른과 어린아이·남편과 아내의 차례가 벗을 바탕으로 밝아진다. 그러므로 반드시 벗의 정분을 의탁하는 것이다.[朋友 以義合 而父子君臣長幼夫婦之倫 賴朋友而明 故必託之以朋友之分焉]”라고 하였다.

交(사귈 교)는 허신(許愼)은 《설문(說文)》에서 “교(交)는 다리를 교차한 모양이다.”라고 하였다. 갑골문 역시 두 다리를 꼬고 있는 사람의 모양을 본뜬 것으로 표현되었다. 아랫부분이 마치 父(아버지 부)자를 닮았지만 글자가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면 父는 交와는 전혀 다른 글자이다. 交는 사람의 머리[亠]와 양쪽 팔[八]과 교차한 다리[㐅]를 본떴다. ‘사귄다’는 것은 상대와 나의 감정이 교차됨을 말한다. 교차되지 않는 일방적인 감정전달은 스토커 짓이다.

友(벗 우)는 두 사람이 손을 마주 잡고 있는 모습을 본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 손을 잡고 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상대의 손을 잡아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감정을 주고받는다. 벗이란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전하고 받는 존재이다.

投(던질 투)는 손의 모양을 본뜬 扌[手의 변형자]와 손에 창을 들고 있는 모습[殳 : 창 수]을 본떴다. 창은 던져서 적을 제압하는 무기이다. ‘던지다’는 뜻이 만들어지기에 충분한 요소를 가진 글자이다. 殳는 손에 창뿐만 아니라 몽둥이와 같은 무기를 쥔 모습을 본떴지만, 役(일 역)의 경우처럼 손으로 조작하는 행위를 나타내는 경우에도 쓰인다.

分(나눌 분)은 칼[刀 : 칼 도]로 어떠한 물건을 양쪽으로 나누는[八 : 여덟 팔] 모습을 본떴다. 돈[貝 : 조개 패]을 여럿으로 나누면[分] 가난해진다는 뜻인 貧(가난할 빈), 꽃[艹 : 풀 초]의 향기가 사방으로 나누어 퍼지는 상황을 본뜬 芬(향기로울 분) 등이 대표적인 글자들이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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