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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고]나만의 속도로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01월 25일
↑↑ 남현숙(nhs1021@naver.com)
ⓒ 경북문화신문
산은 언제나 계절을 품고 시간을 타고 간다. 그 시간의 흐름을 따라 새싹이 돋아나는 봄과 푸른 잎이 무성한 여름, 알록달록 단풍 물든 가을 지나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하얀 눈옷 입는 겨울이 온다. 오는 듯 가는 듯 속도는 보이지 않지만, 어느 순간 그만의 방법으로 계절을 품는다. 계절을 품은 채 소리 없이 가고 또 온다.

친구들과 그 겨울 금오산에 올랐다. 얼마 만에 정상에 오르는 것인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을 정도이다. 처음으로 오른 것은 아마 스무 살 겨울이었던 것 같다. 30년이 다 되어서야 두 번째로 오르는 것이니 단단히 각오하고 올라야 했다. 운동이라고는 동네 공원 두어 바퀴 걷는 것이 전부였는데, 금오산 정상까지 오를 생각에 긴장이 되었다. 그것도 날씨가 영하로 떨어진 그해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산이라니.

하지만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하니 마음만은 스무 살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긴장 뒤에는 기분 좋은 설렘도 함께했다. 스무 살 때는 산을 날아가다시피 오른 것 같은데, 역시 나이는 속이지 못하나 보다. 폭포까지 오르기도 전에 숨은 턱에 차고 다리는 무거워져 걸음을 옮기기가 힘들다. 아니, 나이 때문이 아니라 평상시 운동량 부족인 듯하다. 주말마다 산에 오른다는 두 친구는 나보다 훨씬 잘 오르니 말이다.
친구들은 나보다 앞에 가서 내가 오를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산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지 빨리 오르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에 쉬엄쉬엄 올랐다. 겨울 산의 정취와 함께 덤으로 뺨을 에이는 매서운 추위! 제대로 된 겨울 맛을 느끼면서…….

산을 오르다 보니 좁은 산길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푹신푹신 눈을 밟는 것처럼 종아리까지 빠진다. 가을은 쉬이 떠나가기 아쉬워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남겨 두었나 보다. 낙엽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 봄이 되면 새싹을 위한 밑거름이 되겠지. 사라진 시간이 새로운 시간으로 오는 것처럼.

나이가 어릴 때는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아 빨리빨리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어른이 되면 더 넓은 세상에서 마음껏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그렇게 어른이 되고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 시간이 가는 속도는 나이와 비례하는 것인지 나이가 들수록 시간도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백 살을 앞둔 지금 앞자리가 5로 바뀌면 얼마나 더 빠른 속도로 갈지 알 수 없다.

스무 살 때는 산 정상을 향해 앞만 보고 갔다. 빠른 시간 안에 정상에 도달해야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처럼 쉼 없이 올랐다. 겨울 산의 나무가 어떤 모습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는지, 묵묵히 산을 받치고 있는 바위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지 않았다. 오롯이 정상을 향해, 그곳에 있을 무언가를 향해 산을 올랐다.

세월이 나이와 비례해 빨라지는 반면, 몸은 나이와 반비례해 느려지는 것 같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옆이나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이십 대와 달리 여기저기 둘러보는 여유가 생긴다. 물론 몸이 둔해져 그때처럼 빠르게 움직이기 힘들어 그런 것도 있지만 때론 느리게 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빨리 가서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느리게 가면 자세히 볼 수 있다. 잎눈을 보호하기 위해 마른 잎을 매달고 시린 바람을 이겨내는 나무가 보인다. 또 누군가의 소망을 품고 비바람을 견디고 버틴 돌탑들도 보인다.
  
그 모든 것은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에 따라 그 모습은 천천히 변해왔겠지. 그렇게 모든 것이 변하듯이 내 모습도 변해왔다. 나이를 먹어 풋풋했던 이십 대는 사라졌지만, 마음은 지난날보다 성숙이 더해졌을 것이다.

시간이 아무리 빨리 달려가도 여유를 가지고 좀 느리게 가면 빨리 가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을 자세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그 꽃」

힘들면 때로는 쉬어가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가고 싶다. 함께 가는 사람이 잘 따라오지 못하면 기다려 주기도 하면서……. 풀꽃 하나도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으로 그렇게 천천히 가고 싶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나만의 속도로.

금오산 정상에 올랐다.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느려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그래! 바로 그거였다. /남현숙(nhs1021@naver.com)

※본 기고문은 지역의 수필 문학인으로 구성된 '금오산수필문학회' 회원의 작품입니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0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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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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