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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영의 『페인트』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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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의 청소년 소설 『페인트』는 2019년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으로서 그 핵심 키워드는 ‘좋은 부모’이다. 작가는 “나는 좋은 부모일까? 반성에서 시작한 소설”이라고 밝혔다.
작품의 제목인 ‘페인트’는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이라는 뜻이다. 작품의 주인공 ‘제누’는 ‘국가의 아이들’이라는 뜻의 NC(nation’s children)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17세의 소년이다. 이 센터에 들어 있는 아이들은 부모 면접을 통해서 서로의 뜻이 맞으면 부모를 따라 입양을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아이들은 부모가 될 사람을 대상으로 면접을 볼 수 있는, 다시 말하면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이렇게 보면 이 작품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일종의 사회적 계약으로 맺어 두고, 국가가 부모를 결정해 주는 입양 시스템이 있는 사회를 설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소설에서는 부모-자녀 관계에서 주도적으로 자녀의 관점에서 좋은 부모의 요건을 고찰해 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좋은부모되기 요건-친구와 같은 부모
이 작품에 드러나는 유의미한 부모의 유형은 자신의 ‘대리인’을 원하는 부모와 친구와 같은 부모의 두 가지 유형이다. 여기서는 이 두 유형의 부모를 중심으로 이 작품 내에서 시사하는 좋은 부모 되기의 요건을 살피기로 한다.
첫째, 자녀와의 상호 독립적 관계 유지하기이다.
주인공 제누의 예비 부모 희망자(프리 포스터) 중 어머니인 ‘하나’는 ‘너를 위해서’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 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그녀는 차츰 그의 엄마가 어린 자기에게 예쁜 프릴 원피스를 입히고 반짝이는 에나멜 구두를 신긴 건 자기를 공주처럼 키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통해서 어릴 적에 가난해서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 만족’을 하고 싶었던 것이 본질이었다고 이해했다.
‘하나’는 자신의 어머니와의 관계를 돌이켜 보면서 자신의 꿈의 대리인으로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흔히 독립이란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를 떠나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는 어쩌면 부모 역시 자녀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자녀가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부모에 대한 배신이 아닌 기쁨으로 여기는 것, 자녀로부터의 진정한 부모 독립 말이다. 즉, 엄마와 자녀는 친밀하게 유대관계를 맺으면서도 각자 홀로 있음을 존중해 줄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둘째, 이 작품에 드러나는 좋은 부모의 요건은 친구와 같은 부모이다. 예비 엄마 ‘하나’는 제누에게 부모와 자식이라기보다 부모보다 훨씬 가까운 ‘친구’가 되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꼭 부모가 되어야 할까? 그냥 친구가 되면 안 될까? 십대들에겐 부모보다 친구가 더 소중하잖아. 부모에게 할 수 없는 말을 친구에게는 하잖아?.”(162쪽) 이에 호응하듯 제누는 퇴소하고 찾아가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헤어지면서 하나는 “기다릴께, 친구.”(166쪽)라고 화답했다. 이로써 이들은 형식적 관계의 부모이기보다는 인간적으로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로서의 부모와 같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 경우 부모는 친구와 같은 자녀의 자립심과 자존감을 길러 주기 위해서 그에게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기회를 주는 일이 소중하다. 이를 위해서 유대인들이 자녀들에게 “네 생각은 뭐니? ”, “너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는 뜻으로 자주 “마따호세프?”라고 말하는 것을 배울 만하다.
좋은 부모 되기 요건-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이번에는 일반적으로 중요시되는 자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좋은 부모의 요건을 살펴본다.
첫째, 어머니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는 자녀 때문에 사는 것만은 아니어야 한다. 어머니가 행복해져야 자녀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어머니가 먼저 태양이 되어 자녀를 비추는 것이 아름다운 지혜일 터이다. 김선우 시인의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라는 청소년 시(詩)에는 “아빠 엄마 제발, 저 때문에 살지 마세요./ 엄마는 엄마의 꿈 아빠는 아빠의 꿈을 위해서 /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는 호소 어린 구절이 있다.
‘하나’의 어머니의 경우가 반면교사이듯이 좋은 부모란 자식을 통해 자신의 허기를 채우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고정희 시인은 ‘사랑법 첫째’라는 시에서, 자녀에 대한 ‘기대 높이’를 낮추기 위해서 ‘가슴 한복판’에 ‘큰 돌덩이 하나’ 매달아 놓고 살아가기를 권하고 있다.
둘째, 결국 자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이의 모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단지 네가 너이기 때문에 좋아는 것이다. 네가 무엇을 하든, 나는 가장 든든한 네 편이다.’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자녀는 잘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소중히 맡았다가 보내줘야 하는 선물이라는 말이 있다. 보호자의 역할은 그 기간 동안 그 선물을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잘 보호해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으로 보아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이지만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할 작품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평소 일방적으로 자녀를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자녀의 관점에서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상황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작품이 성인 독자들에게는 가족의 의미와 자녀 양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참고로 역지사지의 상황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상호 이해를 더하는 내용의 청소년 소설로는 조남주의 『네가 되어 줄게』(문학동네, 2024)가 있다. 연계하여 읽으면 좋을 것으로 여겨진다.
<참고 서적>
전미정, ‘부모가 되는 첫 번째 사랑법’,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예담, 2009).
강학중, 『가족 수업』(김영사, 2016).
이케다 다이사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다’, 『인간혁명의 실천[중]』
(화광신문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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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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