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미국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한 연구팀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길거리에 50달러가 들어 있는 지갑 120개를 떨어뜨려 놓은 실험에서 80개가 그대로 돌아와 67%의 반환율을 보였다. 이때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에게 “당신은 왜 돈이 든 지갑을 그대로 돌려 보냈는가?” 라고 묻자, 그들은 “어릴 적에 부모님으로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라 대답했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는 부모의 도덕성을 모방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도덕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더 많은 성찰과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도덕성을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의 삶을 가치 있는 삶으로 만들어 주는 절대적 기준점을 제공해 주는 의의가 있다. 이러한 까닭에 교육부장관을 지낸 문용린 교수는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5가지 조건 중의 하나로 도덕성을 들었다. 그런 만큼 부모가 아이들에게 도덕성을 지키는 것은 우선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성공으로 이끄는 초석이 된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은 참으로 소중하다.
그와 아울러 바람직한 것은 부도덕한 어른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청소년들이 많이 생겨나는 일이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박완서의 동화 『자전거 도둑』에 등장하는 주인공 '수남이'와 나혜림의 청소년 소설 『클로버』의 주인공 ‘정인’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꼬마 점원’ 수남이의 양심 지키기
박완서의 동화 『자전거 도둑』의 주인공 '수남이'는 청계천 세운상가 뒷길의 전기용품 도매상의 점원으로서 열여섯 살이나 되었으나 아직 ‘꼬마 점원’으로 통한다. 그런데도 주인이 고등학교에 보내준다는 말에 힘을 얻어 ‘세 명은 있어야 해낼 가게 일을 혼자서’ 부지런히 해낸다.
그런 수남이에게 가혹한 시련이 다가온다.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수금을 하러 나갔다가 길에 세워둔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남의 자동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것이다. 차 주인이 손상된 차에 대해 변상하기 전에는 자전거를 가져갈 수 없다며 자전거에다 자물쇠까지 채워 놓는다. 수남이는 수금해 온 주머니 속 만 원 생각만 하면 얼굴이 화끈대고 공연히 무섭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주인 영감님을 위해 그 돈만은 죽기를 무릅쓰고 지킬 각오를 단단히 한다.
그리하여 이 시련 앞에서 수남이는 결국 일시적으로 도피하는 방법을 택한다. 차 주인이 없는 틈을 타서 자물쇠가 달린 자전거를 들고 달아나고 만다. 이렇게 부당한 방법으로 자전거를 들고 오면서 그는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보아 이 쾌감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참으로 기특하고 그의 장래를 위해 다행한 일이다. 곧 그러한 ‘쾌감’이 앞으로 도둑질을 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을 경계하고자 했다는 데에서 이 소년의 정신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석연찮은 행위에도 “오늘 운 텄다.”고 좋아한 가게 주인 영감에게서는 더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도덕적으로 자신을 견제해 줄 어른, 곧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고향집으로 가기 위해 짐을 꾸린다.
수남이의 귀가는 ‘자기 내부에 도사린 부도덕성’에 대한 경계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인식한 순진한 소년이 어른 세계의 악에 물들 뻔했던 자신을 다시 ‘소년다운 청순함’으로 되돌려 놓는 의미가 있다.
소년 ‘정인’의 불의에 대한 증오
나혜림의 청소년 소설 『클로버』의 주인공 ‘정인’은 햄버거 가게인 ‘햄버거힐’에서 일주일에 세 번 아르바이트를 한다. 한번은 그가 냉장고에 있는 유통 기한이 지난 빵이며 패티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려 하자 사장이 그러지 못하도록 막는다. 유통 기한이 지난 것을 먹어도 안 죽는다며 날짜 태그를 갈아서 냉장고에 다시 넣어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귀 끝에 열이 오르는 기분’을 느낀 그는 사장이 나가자 패티와 빵을 봉투째 쓰레기통에 넣고, 사장이 다시 오기 전에 버리기로 한다.
이렇게 악덕 업주에 대해 반발하는 정인의 정의감은 다시 한번 발동하였다 ‘유통 기한 지난 햄버거 빵이랑 패티 재사용’에 관한 구청 실사가 나왔을 때, 사장은 철모르는 소년 정인의 소행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 이에 정인은 ‘옳고 그름에 관한 인생의 진리가 우지끈 박살나는 소리’를 듣고서는 가게를 박차고 나오고 만다. 정인이의 불의에 대한 증오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햄버거힐’ 가게에 돌을 던져 창문을 깨뜨린다. 그는 “그러고 나니까 속이 시원했어요.”라고 말한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어른들의 부도덕성이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지녀야 할 청소년 세대에 대한 교육성을 얼마나 훼손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기에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어른 사회의 도덕적 교육성 확보가 선결 과제일 터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이 그렇듯 어느 시대에서나 담보하기가 쉽지 않은 기대 사항일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청소년들의 자정(自淨) 능력도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부도덕한 어른들을 스스로 배척할 수 있는 정직한 청소년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대를 바꾸는 힘은 자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청년들에게서 나오곤 한다는 것이 역사의 증언이므로.
<참고 서적>
우동식, 『청소년의 아픈 자리, 소설로 어루만지다』(정인출판사, 2016), 182~184쪽.
문용린, ‘도덕 지능’, 『행복한 성장의 조건』(리더스북, 2011), 207~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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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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