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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어루만지다 (16)] 감동이 있는 진로 가치관 설정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6월 04일
우동식 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우동식 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경북문화신문
삶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을 가치관이라고 한다. 곧 가치관이란 자기 자신을 비롯하여 세상 여러 일들과 사상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나 태도를 말한다. 사람은 무엇을 선택할 때 대체로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다.
 
그런 만큼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또한 왜 일을 하고 싶은가 하는 동기 및 목적과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서 막연히 ‘무엇’이 되겠다는 ‘명사적(名詞的)인 삶’인 삶이 아니라 그 ‘무엇’을 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추구하는 ‘동사적(動詞的)인 삶’을 지향하는 일이다.
 
나아가 진로 탐색의 동기나 목적이 자기 자신에만 머물기보다는 자기 자신은 물론 이타(利他)적인 것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하자면 소아(小我)보다는 가급적 대아(大我)를 지향할 수 있는 것이 감동적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나’보다 더 큰 무엇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를 추구하는 진로 가치관 설정의 예를 모리스 글레이츠먼의 청소년 소설 『내 꿈은 세계 평화』와 윌리엄 캄쾀바의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에서 찾아 보기로 한다.

세계의 문제를 끌어안은 14세 소년 벤의 분투기
-『내 꿈은 세계 평화』

↑↑ 모리스 글레이츠먼『내 꿈은 세계 평화』
ⓒ 경북문화신문
이 소설의 주인공 열네 살 벤은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고,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린 어떻게 이렇게 편안하게 살 수가 있어요?”라고, 지금 세계의 문제를 끌어안고 끙끙대고 있다. 아빠도, 엄마도, 친구도, 정신과 의사도 답을 주지 못한다. 벤은 결국 혼자 힘으로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하나같이 황당하고, 어설프고, 배꼽이 빠질 만큼 웃기는 작전들이다.
 
굶주린 사람들의 처지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무관심한 가족과 이웃들에게 분개하고 시위를 감행한 것이다. 집에서 열린 바비큐 파티에서 벤은 아프리카 어린이처럼 머리를 모두 밀어버리고 온몸에 검은 칠을 한 기상천외한 차림으로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다. 벤은 고기를 먹고 있는 손님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아저씨가 씹고 있는 그 고기가 위장에 도착하는 시간 동안 세계의 어떤 곳에서는 90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을 거예요.” 벤이 보여 주는 극단적인 시위와 행동주의는 그야말로 황당하고 어설프고 엽기적이다. 그래서 세계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는 가족의 소중함도 깨닫고, 여친과 사귀는 등 보통의 사춘기 소년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벤이 고군분투하며 일으키는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 세상에 ‘소년’ 툰베리 역할을 하듯 지구 혹은 세계 평화 문제를 어른들에게 일깨우는 청소년이 실제로 있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추상적이고 무모하기만 했던 세계평화의 꿈이 좌충우돌하는 상황을 겪으며 현실에 뿌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무관심했던 가족들이 느리지만 분명하게 변화되는 모습도 주목해 볼만하다. 세계의 문제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다 같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는 작은 고민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치기 어린 열네 살짜리 소년에게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고,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이 세상에 꽤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나’만의 삶을 넘어 모두와 ‘함께 행복할 결심’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라 할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꿈은 아름답다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

↑↑ 윌리엄 캄쾀바『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
ⓒ 경북문화신문
아프리카에 희망의 불씨를 켠 윌리엄 캄쾀바의 이야기를 담은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꿈은 아름답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프리카의 남동쪽 끄트머리, 육지로 둘러싸인 채 기근에 허덕이는 나라 말라위에 살던 캄쾀바는 단돈 80달러가 없어 ‘카초콜로 중등학교’를 그만두고, 옥수수밭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5년간 중퇴 기간에 ‘발전기 자전거’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등 남다른 탐구심을 발휘하는 한편, 혼자서 인근 초등학교 도서관을 찾아 『에너지 이용』 등의 책으로 공부를 하며 오랜 가난에 시달리던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세운다. 마을 사람들에게 미쳤다는 조롱을 당하면서도 자신이 중퇴한 학교 근처에 있는 쓰레기장을 뒤지며 계획을 실행했고, 끝내 풍차를 만들어 전기를 공급했다.
 
풍차는 그의 마을과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마을에 전기가 공급되어 사람들은 밤에도 밝은 빛 속에서 생활하고, 펌프를 통해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캄쾀바의 이야기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그는 이제 지구촌 곳곳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와 영감을 주며 아프리카를 변화시키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캄쾀바는 자신의 성과에 대해 “난 해보고 만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참혹한 기근 속에서 이룬 그의 성취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즉, 그의 풍차 발전 성공의 원동력은 열정이 있는 탐구심과 실행력에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위해, 왜 그 일을 하려 하는가? 캄쾀바의 대답은 이렇다. “(집이 가난해도) 가난을 벗어나 다시는 가족들이 굶지 않게 해야겠다는 소박한 꿈”을 실현하고 싶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면 아프리카 전역의 시골 마을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일에 힘을 쏟고 싶습니다.”라고 당차게 포부를 말했다. 이 소년 역시 소아(小我)보다는 대아(大我)를 지향한 감동적인 삶의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위의 두 책의 주인공 ‘벤’과 ‘캄콴바’의 공통점은 ‘나’보다 더 큰 우리 모두의 문제 해결을 위한 꿈의 실현에 뛰어드는 모습을 통해 감동을 선사해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청소년의 진로 설정은 단순히 ‘무엇’이 되겠다는 ‘명사적인 삶’을 넘어 ‘어떻게’ 더 큰 ‘무엇’을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감동 어린 태도와 목적 및 가치를 포괄하는 ‘동사적인 삶’을 지향할 수 있으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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