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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병근 대한포도농업회사법인 대표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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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캣이 국내 포도 산업을 지배하던 시절, 상주의 농업법인 ‘대한포도’를 이끄는 노병근 대표는 누구보다 그 중심에 있었다. 바늘구멍보다 뚫기 힘들다는 정가 수매를 성사시키며 수출과 백화점 납품을 동시에 이뤄냈다. 당시 그는 ‘샤인머스캣의 대가’로 통했다.
하지만 2020년대를 넘어서며 샤인머스캣은 더 이상 성공의 상징이 아니게 됐다. 노 대표는 이 시점에서 ‘포스트 샤인머스캣’를 준비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바로 ‘로얄바인’이었다. '농업이 미래다' 두 번째 인터뷰로 신품종 '로얄바인'과 함께 포도 산업의 다음 길을 모색하고 있는 노병근 대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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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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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캣, 너무 좋았지만 무너질 조짐은 있었다"
샤인머스캣은 10여 년 전만 해도 포도계의 혁명이라 불렸다. 너무나 잘 나갔다. 그러나 지금 그 열풍은 꺼져가고 있다. 노 대표는 "귀농인, 퇴직자, 기존 작목 전환자까지 모두가 샤인머스캣에 몰리면서 품질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명절 출하를 노린 미숙 과일의 유통, 과잉 재배, 통제되지 않은 묘목 공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022년부터 샤인머스캣의 시장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2024년은 사실상 ‘최악의 해’가 됐다"고 지적했다.
"샤인머스캣은 품종 자체는 탁월했습니다. 문제는 통제와 관리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죠. 묘목이 부분별하게 퍼졌고, 농민들의 욕심이 앞서면서 상품성은 점점 떨어졌습니다. 일부 농가는 여전히 고품질로 수출을 하고 있지만 너무 늦게 과잉투자를 한 이들에겐 타격이 클 수밖에 없죠. 정부나 관련 기관이 조절했어야 했지만 그런 역할은 없었습니다. 사실, 말린다고 되는 일도 아니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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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얄바인 포도 하우스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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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바인, 포도 산업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표는 일본에서 들여온 신품종 로얄바인((Royal Vine)에 주목했다. 로얄바인은 일본 시무라 포도 연구소에 시무라 토미오 소장이 개발한 신품종 포도 '후지노 카가야키'를 (주)알프스 농원 백영상 회장이 정식으로 도입해 국내 적응 시험재배를 마쳤고, 2024년 5월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권 등록(제10201호)이 완료돼 향후 25년간 보호받을 수 있다. 이 품종은 알이 굵고 당도가 뛰어나 소비자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로얄바인 농업인 회장을 맡고 있는 노 대표는 “재배기술을 오랜 기간 연구했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매뉴얼도 만들어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알 솎기부터 농약 사용 시기, 기후 대응법까지 매뉴얼화했다”고 밝혔다.
로얄바인의 가장 큰 차별점은 운영 시스템이다. 노 대표와 백 회장은 샤인머스캣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한 회원제 계약 재배 방식을 도입했다. 현재 600여 명의 농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모든 재배자들은 묘목 수급량, 재배면적, 송이 수, 판매 시기까지 계약서를 통해 엄격히 관리받는다. 계약 위반 시에는 징계가 내려지는 구조다.
“우리는 샤인머스캣에서 배운 것이 많습니다.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버릴 건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로얄바인은 단순한 품종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든 ‘관리시스템’ 안에서 키우는 브랜드입니다.”
지난해 노 대표는 직접 재배한 로얄바인을 들고 홍콩 박람회에 참가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재배량이 부족해 수출 오더를 받지 못했고, 백화점 납품도 물량 부족으로 포기해야 했다. 그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되기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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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농사꾼입니다...포도 장인 되고 싶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농업인으로서의 꿈을 묻자 노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그냥 농사꾼입니다. 유통과 판매를 누군가 대신해준다면 저는 그저 최고의 포도 장인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자신의 포도로 농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노병근 대표. 그가 설계한 ‘포도 산업의 새로운 길’이 올여름 무르익어 한국 농업의 가능성을 더 깊고 넓게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바란다. 농민이 농사만 지어도 되는 세상, 누군가는 반드시 만들어줘야 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