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지칭하는 의미로서 <과거>는 <현재>를 규정하는 절대적 요소입니다. 과거는<면허취소통지서>가 되어 날아오는 어제 밤 <음주운전>입니다. <과거는 허구>라는 강력하고 오랜 철학적 담론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경험은 과거를 분명한 실재로 인식하게 합니다.
과거는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옵니다. <기억>은 과거가 보내는 점점 약해지는 신호입니다. <기록>은 제한적이지만 확고부동한 과거의 증표입니다. <고고학>은 매우 구체적으로 과거를 재구성합니다. 생생한 디지털화면으로 천년 전 신라와 백제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과거는 이 처럼 현실의 실질 토대로서 실재하지만 신뢰의 불확실성이라는 위험과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세금>은 과거가 설정해 놓은 현재의 <경제적 부담>입니다. 엄밀한 사회적 경제행위인 세금은 그래서 늘 <과거>라는 신뢰의 약점과 싸우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조세부과원칙인 <근거과세주의>는 허약한 <신뢰>를 붙들어 세우려는 세법적 의지입니다.
부가가치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세근거>는 <세금계산서>입니다. 세금계산서는 서신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물품을 거래한 당사자인 <보낸 이>와 <받는 이>를 표시하도록 합니다. 「언제 어느 때 어떤 물건을 얼마의 가격으로 보낸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태안 앞 바다 「마도」에서 고려의 난파선이 발굴되었습니다. 여러 물건과 함께 목간이 나왔습니다. 목간은 물표였는데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이 매병들은 개경의 중방(고려 시대 武人의 최고의결기관) 소속 도장교(정8품 이하의 하급무관) 오문부 앞으로 올린 꿀단지(精蜜盛樽)이다」
만약 고려의 이 난파선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한다면 목간은 과세 근거로서 전혀 손색없는 천 년전 세금계산서입니다. 인간의 상거래와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거래증표인 목간이 세금계산서로, 신용카드영수증 현금영수증으로 겉모양이 바뀌고 있지만 본질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신고준비가 한창인 지금,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라면 누구나 세금계산서와 한 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겁니다.
"아니 이××, 물건 팔아먹고 자료는 왜 안 주는 거야, 이 봐 김대리 한 번 더 전화해, 당장 받아 오라니까!"
“김사장, 이봐 우리 형편을 봐서 조금만 더 써 주면 안 되겠어”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은 거의 전적으로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부가가치세를 주고 물건을 사 와도 <매입세금계산서>가 없으면 한 푼도 공제가 안 되는 세목이 부가가치세입니다. 세금계산서는 다른 세목으로 이어져 소득세와 법인세 납세 크기를 결정합니다.
세무공무원 20년 동안 잘 못된 세금계산서 한 장으로 사업의 흥망이 엇갈리는 경우를 부지기수로 보아 왔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아다 공제를 하고나서 무사한 사업자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자료상으로부터 받은 <거짓 세금계산서>는 모든 경우 치명적 결과를 낳습니다.
<세금계산서>는 자주 <비자금>이라는 단어와 어울려 다니기도 합니다. 어제 뉴스에 굴지의 건설회사가 세무조사를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사는 계열사와 <거짓 세금계산서>을 주고받아 <비자금>을 만든 사실에서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당장 조금 손해를 보는 가 싶어도 천년 전 고려인의 <목간> 같은 <진솔한 세금계산서>가 기업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