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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어루만지다 (23)]삶의 이유와 존재의 의미 깨닫기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9월 10일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안도현의 『연어』
ⓒ 경북문화신문
안도현의 동화 『연어』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청소년을 위한 동화나 소설이라 해도 좋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작품은 마흔 이후의 중년 어른들이 쳇바퀴 돌 듯 바삐 돌아가는 자기 삶을 돌아보며 잠시 멈춰 서서 ‘나다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성찰해 보기에도 좋겠지만,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진로 기치관 혹은 자아정체성을 탐색해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소중한 ‘옆자리’의 발견

대개 청소년의 성장엔 또래 집단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곧, 일방적 교훈을 내리는 부모나 선생님과의 관계 등 수직적 인간관계가 아닌 동류의식 속에서 성장의 고통을 함께 이해하고 나누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옆자리’가 소중한 것이다. 특히 오늘날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에 능숙한 Z세대, 혹은 알파세대 청소년들은 수평적 관계와 존중을 원한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은빛연어’의 원만한 성장을 위해서는 옆자리에서 자기를 정말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이러한 은빛연어에게 일차적으로 소중한 옆자리는 그의 누나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누나 연어는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은빛연어는 누나가 자기를 ‘옆에서’ 보지 못하고 ‘위에서’ 보려하며, ‘간섭’하려 든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 그 결과 은빛연어가 피부로 느끼기에 누나는 완전한 ‘옆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은빛 연어에게 진정한 사랑의 ‘옆자리’는 ‘눈맑은연어’였다. “이제 아무 걱정하지마. 내가 옆에 있어 줄 테니까.”(42쪽) 하며 다가온 ‘눈맑은연어’는 언제나 그의 옆에 있었다. 이제 은빛연어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놀랍다. 모든 과거의 의미 없는 것을 말끔히 비워 내고 그 빈 자리를 온통 눈맑은연어 한 마리로 채웠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주기 — 삶의 이유와 존재의 의미

은빛연어가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데에는 사랑의 ‘옆자리’를 발견한 것만으로는 부족하였다. 그는 이제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의문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은빛연어는 눈맑은연어와의 사랑의 결실인 알을 낳으러 강의 상류로 가야 하는 것이 삶의 이유라는 사실에 의문을 품는다. 그는 연어에게는 연어만의 독특한 삶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또 다른 삶의 이유를 찾아 헤맨다.
 
강을 거슬러 오르던 중 존재한다는 자체가 삶의 이유일 수 있다는 초록강의 말에서 그는 자기 삶에서의 고민을 하나씩 질문해 나간다. 은빛연어는 초록강에게 물었다.

“ 존재한다는 게 삶의 이유라고요?”
“ 그래.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중략) / “배경이란 뭐죠?”
“ 내가 지금 여기서 너를 감싸고 있는 것, 나는 여기 있음으로 해서 너의 배 경이 되는 거야.” / (중략)(66~68쪽)

이리하여 은빛연어는 자신도 누구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삶의 이유와 존재의 의미를 찾고, ‘무엇보다도 눈맑은연어의 배경이 되고 싶다.’고 느끼기에 이른다.
 
은빛연어의 이러한 변화는 폭포를 뛰어오르기 전에 눈맑은연어에게 알을 낳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함으로써 일차적으로 확인된다. 그 후 알을 낳고 ‘거룩한 죽음의 풍경’을 펼치기 직전에 자신은 희망의 실체를 찾지는 못했지만, 한 오라기의 희망도 마음속에 품지 않고 사는 연어들에 비하면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스스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세상 어딘가에 그것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한편, 이처럼 삶의 이유와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반면교사 역할을 하는 소설로 류커샹의 『혹등고래 모모의 여행』을 들 수 있다. 이 소설은 ‘모모’ 고래가 바다를 떠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통하여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삶의 목표를 잃어버릴 경우 일탈(逸脫)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경고해 준다.

‘소유’보다는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삶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어』 는 우리네 삶의 이유란 소중한 사랑의 ‘옆자리’(반려자)를 만나 함께 누군가(삶의 이웃)에게 ‘배경이 되어줌’으로써 그 보람을 나누는 것이라는 걸 암시해 준다. 말하자면 ‘소유’보다는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삶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 주는 삶이란 ‘외로운 사람끼리 사슴처럼 기대어 살자.’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구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각자는 대우주 속의 소우주로 살아간다. ‘대추 한 알’도 태풍이나 초승달 같은 ‘세상과 통하’여 붉어지고 둘글어진다고 장석주 시인은 노래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녹색식물이 배출한 산소를 호흡하고 살아가듯 ‘전 우주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내가 살아가는 한순간 한순간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자아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인생관을 정립하는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삶의 이유와 존재 자체의 소중한 의미를 깨우치는 사색의 좋은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참고 서적>
우동식, 『청소년의 아픈 자리, 소설로 어루만지다』(정인출판사, 2016), 26~28쪽.
↑↑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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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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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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