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인터뷰

구미 청년작가 열전⑧]“망치질 속에서 사념이 사라지고 작품이 태어난다”

안정분 기자 / 입력 : 2025년 09월 23일
칠보공예를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키는 박성숙 금속공예 작가
↑↑ 박성숙 작가
ⓒ 경북문화신문
“가마에서 녹아내리며 드러나는 색과 광택은 세공된 보석처럼 아름답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죠.”(웃음)

금속공예 작가로 활동 중인 박성숙 작가는 전통금속공예 기법인 칠보공예를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키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다. 동판 위에 하나하나 올려진 칠보 유약과 순은 박이 가마 속에서 녹아내리며 만들어내는 빛과 색은 세공된 보석처럼 눈부시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보는 이들의 마음 속 오아시스로 자리하며,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춰 숨 쉴 수 있는 평안과 위안을 전한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구미에서 금속공예 작가로 활동 중인 박성숙입니다.

-주로 어떤 작업을 하나?
전통금속공예 기법인 칠보공예를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동판 위에 칠보유약을 올려 가마에 녹이는 작업이죠. 

↑↑ 칠보 유약을 동판 위에 올리는 작업
ⓒ 경북문화신문
ⓒ 경북문화신문
↑↑ 가마에서 굽는 과정
ⓒ 경북문화신문
-칠보공예는 대중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요.
칠보는 전통적으로 조선시대 궁중의 떨잠이나 은비녀 같은 귀금속 장식에 활용되었어요. 순금·순은·순동 위에 유리질 유약을 녹여 붙여 장식하는 공예입니다. 칠보 유약은 일곱 가지 보물(금, 은, 마노, 수정, 자개, 호박, 산호)과 같은 다양한 색을 내기 때문에 ‘칠보(七寶)’라고 이름 붙여졌습니다. 조선 시대까지 ‘파란’이라고 불렀고요.

작업과정은 먼저 금속에 열처리를 하고 단금 작업으로 동판을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한 뒤 칠보 유약을 물로 세척해 붓으로 하나하나 동판 위에 올립니다. 이후 가마에서 750도에서 820도로 굽게 되면, 유약이 동판에 유리질로 녹아 붙으며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냅니다. 
↑↑ 오목눈이새와 매병(50×50)
ⓒ 경북문화신문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동기는?
대학교에서 공예디자인학과 금속을 전공하며 제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금속 주조(금속 사출 성형)와 대공 작업대공(금속절단, 판금, 땜, 용접), 그리고 칠보 작업을 배우면서 금속이라는 소재와 깊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단금 작업에서의 망치질은 작업의 첫 단계이자 마음 속 사념(思念)을 없애고 작업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을 통해 금속은 더욱 단단해지고 형태를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으며, 칠보 유약으로 작품의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할 수 있죠. 가마 속에서 우연히 나타나는 빛깔과 유리 질감의 광택, 철 불순물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무늬는 산수화처럼 또는 우주의 성운과 같은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우연의 결과는 금속과 유약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매력이자, 긴 시간과 고된 과정을 견딘 보상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매력들 때문에 작업에 몰입하게 됩니다. 제가 만들어내지만 가마가 나에게 주는 선물같은 느낌입니다. 제가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동기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저는 자연을 관찰하고 재해석해 사실적 표현과 추상적 표현을 동판 위에 칠보 유약으로 담아 작업합니다. 작품 속에서는 해, 달, 산, 구름, 새, 곤충 등 다양한 자연물을 표현하며, 이를 담고 있는 항아리는 제가 속한 근본적인 공간—자아, 가족, 사회, 더 나아가 우주—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좋은 것을 소중히 보관하고 지키려는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작품에는 평안한 가정, 살기 좋은 사회, 풍요로운 환경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살아가지만 일상에 치여 자주 보고 감상하지는 못하죠. 바쁘게 지나가는 시간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삶보다는 생존의 의미가 더 강해진 현대 사회에서 제 작품은 마음속 오아시스 같은 휴식과 힐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자연과 멀어진 사회 속에서 한 조각의 여유를 전달하고, 보는 이들의 행복과 평안을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합니다.
↑↑ Silver vase(55×55)
ⓒ 경북문화신문
-자신의 작품중 하나를 소개한다면?
Silver Moon(순은 조각이 하나하나 모여 달빛을 만들다)입니다. 이 작품은 동판을 판금 작업으로 성형한 뒤, 칠보 유약과 순은 박을 하나하나 붙이고 가마에서 녹여 완성한 작품입니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지만 그만큼 작업의 전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진귀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된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쉼 없이 걸어온 결과의 완성체이기도 합니다.

-작품을 하지 않을 때 주로 하는 일은?
작업을 오래 지속하려면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일 운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음악을 자주 듣습니다. 감성적으로 풍부해지기 때문이죠. 영어와 중국어도 틈틈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전시가 끝나면, 다음 전시를 준비하기 전에 집을 깨끗이 청소합니다. 새롭게 가구 배치를 하거나 책, 옷 정리 등을 통해 정체된 기운을 털어내고, 새롭게 작업구상을 합니다.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작업은?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공예를 널리 알리고, 대중화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미술 분야로 발전시키는 작가가 되고자 합니다. 전통의 아름다움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유니크한 작품을 이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망칠질이 힘들지 않냐고, 금속 작업이 힘들고 험난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금속이 주는 매력 때문에 계속 작업에 임하게 됩니다. 차갑고 날카롭고 무겁고 가격이 높은 단점이 있지만 열처리를 통해 뜨겁게 달궈지면 부드럽게 휘어 원하는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입체로 성형된 동판에 칠보 작업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금속 조형과 칠보 유약의 접목을 탐구하며 작품 세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구미시에 청년작가를 위한 정책을 제안한다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가 더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또 작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수장고가 필요합니다. 작업실이 없는 작가가 많고, 집에서는 큰 작품을 보관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러한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청년작가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 Paris icecream
ⓒ 경북문화신문
↑↑ 달고나-space
ⓒ 경북문화신문

<주요약력>
▶대구대학교 공예디자인학과 졸업

▶개인전
- 2024 서울인사아트프라자/ 2024 구미예갤러리
- 2024 구미시청초대전(선산출장소)/ 2023 구미새마을
테마공원갤러리 초대전(특별전시장3층)/ 2022 536갤러리초대전(대구으뜸병원)

▶아트페어 및 단체전
- 2025 Bank artfair(setec)/ 2025 옴니보어이트쇼(마루아트센터)/ 2025 블루아트페어(bexco)/ 2025 서울아트페어 (SETEC)/ 2025 언노운바이브아트페어 (신라호텔서울)/ 2025 퀸아트페어 (대구라온제나호텔)
-2024 ARTDAEGU/ 2024 WHATZ아트페어(쉐라톤그랜드대만호텔) /2024 name-less names(갤러리지앤 특별기획전
-2023 대만그랜드하얏트호텔페어
-2022 구미 국제컨템포러리 아트페어(구미코)

▶수상경력
- 2022,2023 정수미술대전 우수상
- 2022경상북도미술대전 우수상
- 2023경상북도미술대전 특별상
- 신라미술대전 특선 외 공모전 다수입상




안정분 기자 / 입력 : 2025년 09월 23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구자근 의원, 구미 AI 팩토리 3개 과제 선정…국비 220억원 확보..
구미시의회, `박정희 대통령 생가 재단 설립 조례안` 원안 가결..
김천김밥축제, 올해는 의전·개막식·바가지·줄서기 없앴다!..
상주시, 주민참여예산위...시민제안 85건 검토..
경북 중등교사 임용 원서접수 마감… 공립 6.57대 1·사립 6.58대 1..
구미대 천무, 아시아 치어리딩 선수권대회 은메달 획득..
구미 발전 위한 `원팀` 가동...구미시·의회 정책간담회 개최..
경북도, 유타대와 지역기업 미국 진출 지원..
구미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경북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방문..
경북도 ‘사이소’, 누적 매출 첫 500억 돌파..
최신댓글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기사내용의 접수 일정 오타있습니다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오피니언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다시 보지 않았을 친구들의.. 
<바람처럼 스쳐가는 가을>가을은 사라졌을까그저..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 순(脣), 망할 망.. 
구미 시민들이 400여 미터의 산성 둘레길을 .. 
여론의 광장
경북도, ‘촬영은 경북에서!’...로케이션 명소 홍보..  
김정미 구미시의원, 선기동 도축장 이전 계획 수립 촉구..  
구미시, 노동시장 20~30대 부족, 외지 통근은 늘어..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