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은재의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갈래』 |
| ⓒ 경북문화신문 |
|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갈래』라는 청소년소설이 있다. 김은재 작가의 의 지식소설로서 2018년 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며, 제목만 보아도 진로 관련 내용을 다룬 작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제목은 바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전긍이’ 소년이 주체성 회복을 선언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는 각기 다른 이유로 4명의 가출 학생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부모로부터 강압적 권유를 받는 학생이 ‘전긍이’이다. 그는 고교 1학년 하위권 학생으로서 기숙학교에 다니는데, 어머니가 방학을 이용하여 기숙학원에 가라고 하자 불만을 가지고 가출 학생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의 엄마의 삶의 목표는 그와 동생을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가 로스쿨에 가기를 권한다. 그는 중3 때도 기숙학원에 보내져서 무척 힘이 들었던 기억이 있으나 엄마의 강압 앞에 무기력해진 상태이다.
이러한 전긍이의 상황은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라는 청소년시를 연상케 한다.
(전략) 이런 말 하면 속상하시겠지만요 / 너무 힘들어서…… / 오늘은 마음 독하게 먹고 이 얘길 할게요 / 아빠 엄마 제발, 저 때문에 살지 마세요 / 엄마는 엄마의 꿈 아빠는 아빠의 꿈을 위해서 /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략)
-- 김선우, 『댄스, 푸른푸른』. 창비교육, 2018. 94~95쪽.
심리적 상황은 다를지라도 아마 전긍이가 엄마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절규하는 심정은 위의 시와 닮은 점이 있어 보인다. 그의 엄마가 전긍이를 ‘다시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듯했으나, 가출 기간 동안 여러 체험학습을 통하여 ‘의학‧보건계통’의 일이 자신에게 알맞겠다는 정도의 진로 인식을 하게 된 그는 마침내 엄마에게 반기를 들게 된다. ‘학생이 집 나가서 이상한 꼴로 다니는 게 정상이냐?’는 엄마의 말에 그는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이런 건 이상한 게 아니야. 나도 내 인생이 있는데, 그동안 엄마가 시키는 대로 꼭두각시 처럼 살았던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199쪽)
그는 아울러 “내 길은 내가 알아서” 갈 것이니, “엄마도 하고 싶은 것” 하고 자기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 선언한다. 이로써 이후 전긍이는 자주적 진로 설정의 가능성을 높이게 되었다고 하겠다.
행복한 성장의 필수 요소로서의 ‘자기결정력’
여기서 ‘전긍이’가 자주적 진로 설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자기결정력’을 같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자기결정성이론’을 주창한 미국 로체스트대학교의 에드워드디치 교수는 “인간에게는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데, 그 의지를 활용하는 과정이 바로 자기결정성이다.”라고 밝혔다. 그리하여 자신이 삶을 움직이는 주체로, 자신의 삶의 질을 선택하고 결정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힘이 자기결정력이다.
이 자기결정력은 교육부 장관을 지낸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의 문용린 교수가 재직 시절에 펴낸 저서 『행복한 성장의 조건』에서 밝힌 ‘행복한 성장의 5요소’ 중의 하나이다. 그는 자기결정력이 있는 아이가 행복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즉, 자기결정력이 있는 아이는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는 자신이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그리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확실해진다. 둘째,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룬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자기결정력이 낮은 아이는 타인이 만들어 준 목표(외적 동기)를 이루었다 해도 자신의 내부에 있는 목표(내적 동기)와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성취감보다는 허탈감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행복한 삶을 선물하려면 아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력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것이 문용린 교수의 결론이다.
이 작품과 더불어 진로 선정에 있어 자기결정성 높이기에 도움 되는 청소년소설로는 김려령의 『완득이』를 들 수 있다. 선생님, 친구, 가족과의 갈등 및 화해를 겪으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선택하려고 노력한 결과 ‘완득이’는 그 소망을 이루어 간다. 한편, 교우 관계의 측면에서는 여주인공 김다현(중2)이 피해자라는 정체성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주체적인 관계 맺기와 미래를 선택하는 이야기인 황영미의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에서 자기결정성을 엿볼 수 있다.
학부모가 먼저 진로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
전국의 중고교에는 진로진학상담 선생님이 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의 상담은 한계가 있다. 학생의 진로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가정의 부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제가 되는 것은, 부모는 자녀가 좋아하는 쪽으로 진로를 안내하기보다 자신의 선호를 자녀에게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사정으로 상담 선생님이 열성적으로 진로교육을 해도 부모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른바 ‘말짱 도루묵’이다. 진로교육은 학생보다 학부모가 먼저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사정과 관련하여 세계계관시인이자 저명한 불교철학자인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는 “부모가 생각하는 ‘이상적 아이’의 모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 인정하고 끌어안아 주어야 하지 않을까.”하고 권고했다.
필자가 청소년소설을 교재로 학부모님과 자녀를 대상으로 한 ‘진로·인성독서 처방’이라는 이 칼럼을 꾸준히 쓰는 취지도 학부모님들이 읽으시고, 자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심은 물론 자녀에게 더 많이 자율성과 자기결정성을 부여함으로써 학부모와 자녀 모두의 행복 증진에 도움을 드리고 싶은 진정성의 발로임을 간곡히 말씀드린다.
<참고 서적>
문용린, 『행복한 성장의 조건』(리더스북, 2011), 177~189쪽.
우동식, 『청소년의 아픈 자리, 소설로 어루만지다』(정인출판사, 2016)
|
 |
|
| ↑↑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 ⓒ 경북문화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