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이윤의 장편소설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 |
| ⓒ 경북문화신문 |
|
제5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김이윤의 장편소설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은 홀어머니와 녹녹치 않은 현실을 견디며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는 여고 2학년 ‘여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을 읽는 주요 관점은 주인공 여여가 남친과의 이별과 홀어머니와의 사별이라는 고통에 견디며 홀로 서는 강인함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하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 그 실마리는 자기 돌봄과 현실 수용 및 유연한 관계 유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 돌봄
어쩌면 여여의 홀로서기 의식은 이미 이름에 담겨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나여’(余) 자와 ‘너여’(汝) 자로 이루어진 그 이름이 “나 먼저 챙기고 다른 사람도 챙겨 주라.”는 뜻으로 지은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딸과 함께 마지막 여행을 가서 돌아올 무렵 호텔에서 어머니는 유언이 된 당부를 했다. “언제나 자기 자신이 제일 소중해. …언제나 소중하게 귀하게 자기 몸과 마음을 위해 주어야 해.”(185쪽)라고 자기 돌봄을 우선하라는 회복탄력성의 원리를 새겨주었다.
자기 돌봄이란 이렇게 자신의 현재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잠시 멈추고, 우울이나 외로움 등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다시 일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 수용 및 유연한 관계 유지
우리의 마음 회복의 힘은 자기 돌봄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길러진다. 여여도 감당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흔들리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의 힘을 관계 속에서 찾았다.
1. 친구 ‘세미’와의 끈끈한 우정
단짝 친구 세미와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끈끈한 우정이 지속된다. 고3이 되면서 둘은 다른 반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여는 ‘이 정도의 이별쯤이야 이별도 아니지 뭐.’하고 생각하였다. 끝내는 어머니와의 사별도 이겨낸 그녀이니까.
끈끈한 우정으로 맺어진 세미는 겨울 방학을 맞으면서 여여에게 약 봉투를 내밀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외삼촌 집에 살게 된 여여가 잘 적응하기를 바라며 ‘마음 아플 때 먹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미가 눈물을 보이자 그것을 닦아주면서 돌아섰을 때, 자신의 왼쪽 눈에서도 눈물이 나왔다. 그러나 여여는 이렇게 생각한다. “다행이었다. 강인한 내 오른쪽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았으니까.”(224쪽).
2. ‘위로’가 된, 남친 ‘시리우스’와의 사랑
여여는 드럼 강습을 받다가 학교 천문 동아리 반장인 시리우스를 만나 풋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립심 부족의 모습을 보인 시리우스는 미래를 약속할 수 없으며, 스스로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실토했고, 그 결과 둘은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여여는 시리우스와의 이별도 상처 없이 받아들이고 감정 정리를 하면서, 그와 만난 것에 나름대로 의미를 찾았다. 그녀는 “외롭다면 외로웠던 나에게 그는 위로가 되었어. ”(173쪽)라고 회상했다.
3. 엄마와의 준비된 사별
여여는 생전에 엄마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었다. 여여에게 잘못이 있어도 꾸지람 대신 “엄마는 여여의 모든 면에 충분히 만족해. 엄마는 너를 믿어.”(161쪽)라고 토닥여 주었었다. 그리고 엄마의 투병 기간이 여여에게는 엄마와의 헤어짐을 준비하는 ‘독립의 시간’이 되어 주었기에 이후에도 그녀는 꿋꿋하게 잘 견딜 수 있었다. 평소에도 그녀의 어머니는 한 부모 자녀로서 여여가 철이 일찍 들어 ‘꼬마 철학자’가 된 것을 고마워하라고 말했고, 그녀도 이를 수긍하였다.
그러니까 여여는 부모가 온전하게 채워주지 못한 자리를 자신이 채워 나간 셈이다. 이것은 독일의 심리치료사 산드라 콘라트가 그의 저서『떨어져야 애틋한 사람들』에서, ‘우리가 부모로부터 받은 배움은 언제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감정적 독립을 위해서는 내가 나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 줄 차례가 온다.’고 말한 바 그대로라 할 것이다.
4. 생부(生父)와의 절제된 관계 유지
여여는 A그룹의 이사인 자신의 생부를 경제 강좌의 강사로서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암을 앓고 있는 엄마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절제된 침착함을 유지함으로써 분란을 일으키지 않은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평소에 엄마와의 사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온 여여였기에 그에 대한 두려움에 인사하는 것도 무겁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그 대신 엄마와의 정서적 이유(離乳) 의식은 자신의 생부와 함께했다. 실제 자신의 아버지이지만 인생 멘토로 정한 ‘서동수’ 이사와 상담을 한 후였다. 두 사람이 각자 두려움의 품목을 종이배에 적어서 강물에 띄워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무엇보다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잘 보듬어서 튼튼한 자신으로 홀로 서고, 고난의 현실이라도 피하거나 숨기지 않고 맞대응하며, 주변의 사람들과 유연하고 절제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강인한 삶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해 주고 있다.
<참고 서적>
안-엘렌 클레르 외, 『마음의 기술』(상상스퀘어, 2024), 70~74쪽.
산드라 콘라트,『떨어져야 애틋한 사람들』(타래, 2025).
|
 |
|
| ↑↑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 ⓒ 경북문화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