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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유진의 『리와인드 베이커리』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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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누구든 휩쓸릴 수밖에 없는 파도”(40쪽)로서 참 성가신 존재이다. 소문은 본질보다 자극에 반응하는 인간의 속성과 집단 속에서의 동조 심리를 드러내며 현대 사회의 정보 왜곡과 혐오, 곧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널리 퍼뜨리는 속성 때문에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소문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청소년소설로 범유진의 『리와인드 베이커리』가 있다. 이 작품은 거짓 소문으로 인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소년 ‘서성건’과 그 소년을 짝사랑하는 여주인공 ‘한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거짓 소문의 폭력성과 ‘악당’ 이찬우의 존재
한별은, 첫사랑 서성건이 억울하게 전학을 가고, 옥상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나유나’를 목격한 날, 성건이 학교 임시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했다가 들켰다는 충격적인 소문을 듣는다. 할머니가 남긴 소중한 유품인 원숭이 인형을 백방으로 찾아 주며 해맑게 웃었던 성건이었기에 한별은 그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다.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라며 한숨을 내쉰 한별은 우연히 ‘리와인드 베이커리’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곳에서 반신반의하며 한 달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한 달 쿠키’를 먹자, 성건이 몰카를 설치하다 이찬우에게 걸렸다던 바로 그 시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한별은 ‘몰카범 서성건’이라는 거짓 소문의 진상과 나유나가 옥상에서 절규한 진짜 이유를 확인하는 유일한 목격자가 된다. 그렇게 시간을 돌려 진실을 목격한 그날 이후, 한별은 어떤 소문이 퍼져도 유나를, 그리고 성건을 믿어 주는 첫 번째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 당찬 용기와 결심은 한별마저 소문의 당사자이자 피해자로 둔갑시킨다. 소문은 빠르고 교묘하게 아이들 사이를 파고들고,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급력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런 상황을 조장하는 인물이 ‘이찬우’이다, 그는 겉으로는 다재다능한 호남형의 인물 같지만, 이면으로는 친구들 간의 거간꾼으로 심하게 이간질을 하거나 교묘하게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다. ‘소문을 이용하여 사람을 고립시키는 방법’(152쪽)을 쓰는 그는 ‘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지킬 같은 아이’(83쪽)다.
거짓 폭력에 맞서는 소녀 ‘한별’의 용기와 진실의 연대
. 이 소설은 단순히 '억울함을 밝히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소녀의 눈물과 용기 있는 결단, 그리고 연대를 통해 거짓보다 진실이 강해질 수 있는 순간을 깊게 조명한다. 하지만 한별은 단순히 '정의로운 아이'가 아니다. 그녀는 처음엔 망설이고 주저하고 심지어 회피한다. ‘두려움을 모르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두려움을 느껴도 그 두려움에 지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것을 참된 용기’라고 한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중요한 순간마다 ‘보고 싶은 것'이 아닌 '본 것'을 선택한다. “난 내가 본 것만 믿어.”라는 그녀의 말은 이 소설의 진실 규명이라는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이자 독자에게 가장 강하게 와닿는 대사다.
한편 한별은 진실을 아는 유일한 목격자로서 실체 없는 소문 앞에서 웅크리거나 주눅 들지 않고, 서성건과 나유나, 그리고 이미 한 번 근거 없는 소문으로 아이돌 데뷔 문턱에서 좌절한 수정의 손까지 더욱 단단히 부여잡는다. 그러자 놀랍게도 독처럼 거침없이 퍼져나가던 소문의 물꼬가 바뀌기 시작한다. 촘촘한 믿음의 연대가 마침내 소문의 꼬리를 잘라내며 소문의 최초 생산자이자 가해자인 이찬우의 정체가 밝혀지고, 무너졌던 진실에 대한 믿음은 다시 회복된다.
『리와인드 베이커리』는 단지 청소년을 위한 판타지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학교폭력, 루머, 군중 심리, 2차 가해, 그리고 그 모든 구조 속에서 '진실은 왜 이렇게 힘이 없을까'를 우리에게 묻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절망에 머물지 않는다. 작지만 단단한 용기를 발휘한 ‘한별’과, 그녀의 용기에 응답한 몇 명의 손만 있어도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이 작품의 결말을 통해, 소문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정신적 폭력 앞에서 진실의 힘이 갖는 의미를 인상 깊게 말한다. 실체 없는 거짓 소문의 거대함 앞에 진실 따위는 하찮아 보일지라도, 그 진실을 믿는 한 사람만 있다면 희망은 분명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모든 독자들에게 진실의 힘에 대한 믿음을 결코 저버리지 않기를 울림 있는 목소리로 전한다.
“선이 침묵을 지키는 동안에 악이 불쑥 얼굴을 내민다.”라는 것은 문호 빅토르 위고의 통찰력이 담긴 금언이다. 세계계관시인이자 저명한 불교철학자인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는 “악인(惡人)은 정의의 사람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 속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그 사람을 완전히 이길 수는 없다.”라고 전제하고, “악(惡)을 책하지 않으면 자신도 악이 되고 만다. 악과 싸우고 승리해야만 선(善)은 증명된다.”라고 설파했다. 이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대변하는 말씀이다.
나아가 이 소설은 진실을 믿는 소수의 사람들이 연대하여 보여준 감정, 인내, 행동이 마침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증명했으며, 또한 시간이 흐르더라도 진실과 용기는 반드시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남겨준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의 연대는 단순한 우정 그 이상이다. 그것은 무너졌던 공동체의 재건이며, ‘진실’이라는 작은 씨앗이 '용기'라는 물을 먹고 다시 피어나는 과정이다. 그 실증을 이 소설은 한 소녀를 통해서 우리에게 감동적으로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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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동식 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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