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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배의 살며 생각하며(19)]육신과 정신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09일
이일배 수필가(금오산수필문학회 자문위원)
↑↑ 이일배 수필가(금오산수필문학회 자문위원)
ⓒ 경북문화신문
큰일 났다. 강의실에서 나와 차를 몇 번 갈아 타고 집에 이르러 하루를 정리하려고 보니, 유에스비(USB)가 없다. 가방이며 주머니를 아무리 뒤져도 나타나지 않는다. 어디에서 흘려 버린 걸까. 예사 큰일이 아니다. 그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자료를 어찌해야 하는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내 정신이 텅 비어버린 것 같다. 그게 뭐길래 나를 이리 무력하게 만드는가.
 
강의실에서 컴퓨터에 꽂아서 쓰면서 강의를 마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온 길을 되짚어 봐도 길에서 흘린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컴퓨터에 꽂아 쓰고는 그냥 두고 온 게 분명하다. 그렇게 여기면서도 마음은 몹시 불안했다. 내 짐작이 틀릴 수도 있고. 누가 보고 가만두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몸에 진땀이 나면서 경련이 이는 것 같았다.

날이 새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강의실 문 열릴 시각을 맞추어 다시 차를 몇 번이나 바꾸어 타고 달려갔다. 심장이 아주 바쁘게 뛰었다. 드디어 강의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올라가 강의실 문을 급하게 열었다. 전자교탁 안 컴퓨터를 보니, 내가 꽂아 놓은 대로 달려 있었다. 몇십 년 이산가족을 상봉한 듯 반갑고 감격스러웠다.

유에스비를 뽑아 다시 만져본다. 이게 나에게 무엇인가. 내가 지금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이 속에는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문서 자료들, 예컨대 일기장이며 글쓰기 작품, 작품을 쓰는데 필요한 자료들, 강의를 비롯한 모든 활동에 필요한 자료들이 곱다시 다 들어있다. 내 정신세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곧 이것이다. 아니, 나보다 훨씬 낫다. 내 정신을 갈무리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나라는 이 육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능력을 이 작은 것이 해내고 있다. 내 육신이란 이리 무능한 존재인가. 이것을 컴퓨터에 꽂아 놓았다는 사실도 기억 못 하고 잊어버려 이리 소중한 것을 그냥 두고 다니다니. 내 육신과 그 능력에 대한 회의감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이 작은 물체 하나보다 못한 이 육신을 내가 지니고 살아야 하는가. 지닐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이런 육신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맛난 걸 먹으려 하고, 멋진 옷을 입으려 하고, 편안히 뉠 자리를 찾는단 말인가. 내 모든 정신세계는 이 작은 것에게 맡기고, 나는 거저 빈 머리로 살아가고 있단 말인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란 무엇인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들, 그런 것들은 내가 눈을 감거나 시간이 흐르면 다 사라져 버리는 데 비해 이 조그만 것은 내 정신세계를 아주 오래도록 갈무리해주지 않는가. 돌이켜 볼수록 육신에 대한 실망감이 소용돌이친다.
 
나는 지금 요통 때문에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몇 곳 병원을 옮겨가며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몸 어디 한 곳이 옳지를 못하니 모든 움직임에 자유롭지 못하고 힘들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의욕도 떨어지면서 마음조차도 약해지는 것 같다. 몸이 아픈 것 이상으로 마음도 힘들어 사는 일이 고달프게 느껴진다.

치료를 받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통증이 좀 덜해졌다가 다시 더하다가 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통증이 덜할 때는 몸이 좀 가벼워지면서 마음도 따라 가벼워지는 것 같다. 통증이 또 심해지면 몸만 아픈 것이 아니라 정신도 고통스러워지는 것 같다. 육신과 정신, 몸과 마음은 하나란 말인가.
 
치료를 열심히 받아야겠다. 몸도 몸이지만 정신의 해방감을 위해서라도 치료를 충실히 받아야 할 것 같다.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이라는 불경에서 밀란다왕과 나가세나 존자가 주고받는 문답 중에, 전쟁에서 몸을 다쳐 상처가 났을 때 약을 발라 싸매는 까닭은 상처가 소중해서가 아니라 ‘빨리 낫게 하려고 약을 발라 보호한다.’라는 문답이 나온다.
 
몸도 그런 것 같다. 몸 자체가 소중해서라기보다는 정신을 싸안고 있는 몸을 잘 지킴으로써 심신을 다 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육신과 정신은 둘이 아니라 하나인 것을 몸이 아파보니 절실히 느낄 수가 있겠다. 육신도 정신도, 몸도 다 소중한 나의 것임을 새삼스레 새기며 유에스비를 다시 들여다본다.
 
내 몸이 아니었다면 유에스비에 내 정신을 어떻게 담을 수 있었겠으며, 내 정신이 아니면 거기에 담을 거리를 어떻게 생각해 낼 수가 있는가. 내 능력으로 다 담고 있을 수 없는 것들을 다 담아 주니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몸이 있어야 정신 작용도 이루어지고, 정신 활동이 이루어져야 몸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작은 것을 보며 다시 깨닫는다. 몸도 마음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게 아니라는 것을-.

육신과 정신이 하나 되어 살고 있고, 하나 되어 살아가야 할 우리 삶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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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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