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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자(母子)가 함께 발휘한 시민정신
- 조에 벡의 『죽고 싶은 날은 없다』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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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환경에 능숙한 Z세대 혹은 알파세대인 지금의 청소년들은 영상 이미지 기법의 소통을 선호하며, 몰입력은 뛰어나지만, 관심 없는 것에는 반응이 느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청소년들에게 함께 성장하는 태도를 길러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변 환경을 넘어 멀리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과도 괴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 곧 세계시민정신의 함양이 필요하다.
그런데 ‘생각은 세계적으로, 행동 실천은 지역적으로’라는 말이 있다. 세계시민정신의 실천이라 해도 우선 실천은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원리이다.
이런 원리가 잘 적용된 사례의 청소년소설이 있다. 조에 벡의 『죽고 싶은 날은 없다』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평범한 16세 소년 에드바르트가 비공개로 쓴 블로그 글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 변성기도 오지 않았으며, 키만 크고, 공부도 잘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처럼 이 소설의 전반부는 사춘기 소년 에드바르트의 신변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그런지 에드바르트가 쓴 글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래 청소년들에게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공감을 준다. 그러나 후반부에서는 에드바르트의 옆집에 사는 이상한 할아버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 할아버지네 ‘똥개’(사실은 푸들)는 만날 인도에다 똥을 싸서 에드바르트가 몇 번을 밟았는지 모른다. 어느 날, 그 할아버지가 비닐봉지를 들고 에드바르트를 찾아온다. 에드바르트는 그 봉지에 개똥이 잔뜩 들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자기에게 꼭 맞는 신발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이 일을 계기로 에드바르트는 할아버지와 말을 하게 되고, 그 할아버지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인『별』을 쓴 타넨바움 교수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런데 할아버지에게 큰일이 생겼다. 죽을 때까지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집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를 돕고 싶은 에드바르트에게 엄마는 집을 점거하고 농성하라는 팁을 준다. 그리하여 에드바르트와 친구들, 그리고 그의 엄마까지 점거 농성에 참여하게 된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할아버지를 돕고자 하는 에드바르트의 행동에 어머니가 적극 동참한다는 사실이다. 평소에도 아들 에드바르트에게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로 대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그녀는 “네가 행동을 했으니까 내가 생각을 다시 하게 된 거야.”(195쪽)라고 하면서 할아버지 돕기에 함께 나서게 되었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던 갤러리를 팔아서 생긴 돈으로 할아버지의 집을 사드리려고까지 생각했었다. 물론 그 일은 다른 방법으로 해결되었기에 그럴 필요는 없었다.
옛날에 사회운동을 하기도 했던 그의 어머니는 “우린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싸웠지. 더 올바르고, 더 아름답고, 더 나은 사회가 되길 바랐어. 우린 사회를 바꾸려고 했지.”(169쪽)라고 회상한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나랑 약속할 수 있겠니? 앞으로 언제나 네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일만 하겠다고?”(170쪽) 라고 권유하였다.
그녀는 또 에드바르트의 담임 선생님에게도 협조를 구하였고, 그는 에드바르트의 ‘사회 참여’ 활동에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반 아이들 모두가 할아버지 돕기에 참여한다. 급기야 마을 사람들까지 초대해서 할아버지댁에서 파티를 열기 위해 그녀는 에드바르트와 초대장을 만들어 돌렸다. 결과적으로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서 학급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선 셈이다. 이렇게 보면 에드바르트의 의협심, 혹은 시민정신을 키운 것은 8할이 그의 어머니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인성교육 덕목으로서 시민정신의 의의
이렇게 이 소설 『죽고 싶은 날은 없다』의 후반부는 할아버지 집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부분에 이르면 등장인물들이 불의에 항거하는 모습, 열정을 회복하려는 어른들의 모습,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려는 모습 등이 독자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사회문제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가고 있지만, 분명 이야기를 읽고 나면 지금 자라고 있는 청소년도, 이미 그 시대를 지냈고 열정이 식어 버린 어른도 아마 마음이 꿈틀거릴 것이다.
이런 마음, 곧 시민정신은 미국의 대표적인 인성교육 기관인 조셉슨 연구소에서 제시한 ‘인성 지도를 위한 여섯 가지 덕목’ 중 하나이다. 이 기관에서 지향하는 시민의식은 ‘학교와 지역 사회의 개선을 위해 동참하기, 지역 사회의 일에 참여하기, 좋은 이웃 되기, 자원봉사하기’ 등이다. 곧,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공동체 의식의 함양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긍정심리학 연구의 대표학자인 페터슨과 셀리그만이 제시한 성격 강점의 6가지 핵심 덕목 중 하나인 ‘정의’ 덕목에 ‘시민의식’이 포함되어 있다. 서울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김광수 교수에 의하면 시민의식을 포함한 총 24개의 성격 강점은 인성교육의 바람직한 덕목으로 선정되고 실천이 강조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들로 간주되고 있다.
세계계관시인이자 저명한 불교철학자인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는 세계시민의 요건을 3가지로 제시하였는데, 그중 하나는 “자기 주변부터 먼 곳까지 괴로워하는 사람들과 동고(同苦)하고 연대하는 ‘자비의 사람’”이라 했다. 그는 또 세계시민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간 생명의 존엄이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인권 존중의 흐름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로 이 소설에서의 에드바르트와 그 어머니가 함께 실천한 이웃 사랑 정신과 상통한다고 하겠다. 결국 시민정신은 개인의 자율성과 도덕성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통합하는 핵심 덕목이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시민정신을 일깨워 주는 소설이라 할 것이다.
<참고 서적>
김광수, 『긍정심리학-성격강점 기반 인성교육』(학지사, 2023[3쇄]).
서상훈 외, 『진로 독서 인성 독서』(더디퍼런스, 2016), 161쪽.
이케다 다이사쿠 외, ‘세계시민 교육’, 『함께 바라보는 동과 서』(연합뉴스, 2025), 190~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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