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어루만지다’ 칼럼 연재를 마무리하며
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인 필자가 40여 년간 근무한 현장 국어교육자의 경험을 살려서 연재를 시작한 이 칼럼을 이번 30회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지난 2024년 10월 02일에 청소년문학 자녀 진로‧인성 독서 처방으로서, ‘소설로 어루만지다’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경북문화신문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돌이켜 보면 저는 이 연재를 통하여 청소년의 문제는 어른, 곧 부모님들의 의사와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청소년들의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님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연유로 학부모님들이 청소년문학 작품을 읽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도와줄 마음의 준비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는 점을 진정성 있게 말씀드리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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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리암 프레슬러의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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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성장을 위한 만족지연능력 기르기
-미리암 프레슬러의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이번 제30호 칼럼의 주제는 행복한 성장의 한 요소인 만족지연능력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삶의 목적으로서 누구나 도달하고 싶은 행복의 산에는 어떻게 오를 수 있을까?
미리암 프레슬러의 청소년소설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는 14세의 외로운 소녀 ‘할링카’가 행복한 느낌을 가지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조곤조곤 드러내 준다. 이 작품은 독일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으로 사계절출판사의 1318문고 첫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할링카는 학교생활을 잘하는 편이나 대개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아이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아이로 생활하느라 곤란을 느끼고 있다. 고독한 소녀 할링카는 로우 이모의 영향으로 마음과 영혼이 소중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런 그녀가 비밀 습작일기를 쓸 수 있는 ‘비밀 장소’(가방 창고)를 마련하고부터 학교생활이 훨씬 수월해졌다. 할링카는 비밀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내면을 강하게 가꾸어 간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만의 문을 열고 ‘레나테’라는 친구에게 우정을 베풀기 시작한다. 레나테도 언니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터라 둘은 잘 의기투합하였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한 친구를 발견한 이 날 밤 할링카는 처음으로 행복감 같은 것을 느꼈지만, ‘의자를 내주는’ 데에는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할링카는 ‘어머니 쉼터’ 모금액에서 로우 이모를 만나러 가는 데 쓸 차비를 떼어 놓은 데다가 그 후 이모가 또 부쳐온 여비까지 가지게 되어 경제적으로도 흡족한 상태다.
그녀는 마침내 그리운 로우 이모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이때 그녀는 이모로부터 레나테를 함께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놓고는, 그 사실을 전했을 때 레나테가 기뻐할 것을 상상하면서 흐뭇해한다.
이 순간 그녀는 이렇게 선언한다.
“ 내 생각에 나는 방금 전에 행복한테 의자를 내주었던 것 같다.”
진정한 행복을 위한 투자- 만족지연능력
이렇게 청소년소설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에는 독특한 상징이 등장한다. 바로 주인공 할링카가 ‘행복이 오면 내어줄 의자’를 곁에 두고 살아가는 모습이다. 흥미로운 것은, 할링카가 그 의자를 아무 때나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행복을 향한 마음이 간절하면서도, 그 순간을 신중하게 살피며 의자를 내주는 일을 뒤로 미룬다.
이 장면은 단순히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한 가지 힘을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만족지연능력(Delay of Gratification)이다. 만족지연능력이란 당장의 즐거움이나 이익을 미루고, 더 크고 의미 있는 성취를 위해 기다릴 줄 아는 힘을 말한다. 이와 관련된 심리학자 월터 미셸의 ‘마시멜로 실험’은 잘 알려져 있다.
지혜로운 청소년들은 작은 만족지연능력의 발휘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 예컨대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숙제를 먼저 끝내는 일, 또는 SNS 알림에 즉시 반응하고 싶지만, 공부 시간을 지키는 일 등은 모두 만족지연능력의 훈련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만족지연능력이란 미래의 더 큰 가치를 위해 당장의 욕구나 만족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이며, ‘진정한 행복을 위한 투자’인 것이다.
이제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작성하였겠지만, ‘반드시 해야 할 것’을 먼저 하는 것도 만족지연능력을 슬기롭게 발휘함으로써 개학이 되었을 때 후회를 남기지 않는 길이 될 터이다.
<참고 서적>
우동식, 『청소년의 아픈 자리, 소설로 어루만지다』(정인출판사, 2016), 113~118쪽.
문용린, 『행복한 성장의 조건』(리더스북, 2011), 153~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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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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