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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청년작가 열전⑩]“작품 속 `작은 가죽 나비`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

안정분 기자 / 입력 : 2026년 01월 07일
가죽과 회화를 결합한 서양화가 이현미 작가
ⓒ 경북문화신문
가죽과 회화를 결합해 내면의 성장을 기록하는 서양화가 이현미.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고독을 자처하며 캔버스 앞에 서는 그의 이야기를 구미 청년작가 열 번째 주인공으로 소개한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캔버스 위에 가죽으로 표현한 나비를 장착하며 내면의 자아 성장을 꿈꾸는 서양화가 이현미입니다. 저는 현재 구미에서 가죽공예 공방 겸 작업실을 운영하며, 동시에 생계를 위해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혼자가 좋아 결혼도 늦게 했지만, 이제는 결코 혼자일 수 없는 삶 속에서 여전히 성장 중인 한 사람입니다.

-캔버스 위에 ‘가죽 나비’가 등장하는 점이 독특하다.
제 작업은 관계 속에서 생겨난 억압, 분노, 갈망, 열정과 같은 내밀한 감정들을 일기처럼 정리해 시각화하는 과정입니다. 캔버스 위에 미장재와 안료를 섞어 물질감을 살린 배경을 만들고, 그 위에 소가죽으로 만든 나비를 결합합니다. 학부 시절 패션 전공 수업 중 가죽 위에 그림을 그렸던 경험이 계기가 되어 가죽공예까지 섭렵하게 되었는데요. 아직 저 자신도 스스로를 다 모를 때가 많기에, 가죽이라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소재가 제 복잡한 감정들을 대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매개체가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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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90년대 구미의 산업체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공장과 기숙사, 학교를 쳇바퀴 돌 듯 오가던 그 시절의 삭막한 풍경이 기억에 남아요. 이후 서울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며 꿈을 키웠지만 IMF를 겪으며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고, 꿈을 접은 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다 친구의 권유로 화실을 찾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하더군요. 특히 현대미술의 경계에 계셨던 이도 화백님의 화풍을 접하며 ‘어떤 관점을 가져야 저런 세계가 나올까’ 하는 깊은 갈망이 생겼습니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적금을 깨서 예술대학 서양화과에 편입했죠. 뒤늦게 터져 나온 예술에 대한 열망이 제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 지금까지 저를 이끌고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결혼과 육아를 겪으며 제 안에 숨겨진 낯선 감정들에 스스로 놀랄 때가 많았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미술과 예술치료를 공부하며 제 자신을 분석해 보았죠. 제 작품은 결국 ‘미성숙한 자아의 성장 일기’ 같은 거죠. 작품 속 ‘작은 가죽 나비’는 저 자신을 의미하고, 나비를 둘러싼 공간과 울타리는 외부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안식할 수 있는 ‘집’을 상징합니다. 일상의 충돌에서 오는 감정들을 짧은 메모로 남기고, 그것을 조형적으로 해소하며 안정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이현미_'자아의 성'
ⓒ 경북문화신문
-대표작 <자아의 성>에 대해 소개해 달라.
살다 보면 나는 가만히 있고 싶어도 주변 상황이 나를 흔들 때가 많습니다. <자아의 성>은 그런 외부의 소란으로부터 나를 오롯이 지키고 싶은 간절함을 담은 작품입니다. 당시 심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캔버스 위에 뾰족뾰족한 가시들을 세우며 나를 공격하는 감정들을 쏟아냈습니다. 그 가시 돋친 성 안으로 도망쳐 들어가 비로소 묘한 안도감을 느꼈죠. 그림을 통해 고통을 이겨낸 저의 ‘탈출기’이기도 합니다.

-워킹맘이자 자영업자로서 작업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식당과 공방을 병행하다 보니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 간절함이 오히려 창작의 동력이 됩니다. 거창한 준비보다도 그때그때 떠오르는 단상들을 잊기 전에 카톡이나 메모장에 짧게 기록해 둡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틈틈이 운동하며 체력을 기르고, 가끔 공방에서 ‘멍 때리는’ 시간조차 저에게는 다음 작업을 위한 소중한 양분이 됩니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내면의 아픔과 방어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조금 더 희망적이고 밝은 나비를 그려내고 싶습니다. 이제는 저도 단단한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어 날아가고 싶거든요. 저와 비슷한 시련이나 외로움을 겪는 이들이 제 그림을 보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업을 구상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구미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생계 문제로 작업비와 시간이 부족한 청년 작가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직접적인 현금 지원보다는 고가의 재료비 지원이나 작품 구매, 교육 프로그램 연계, 굿즈 제작 지원 등 작가가 자생할 수 있는 기초적인 토대를 마련해 주었으면 합니다. 또한 구미 시내의 크고 작은 전시 공간들에 대한 통합적인 정보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작가와 시민이 더 쉽게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경북문화신문
ⓒ 경북문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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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이력>
-전시
이현미초대전 536갤러리(2024)
대구아트페어(2024)
구미아트페어 (2023~2024)
대구퀸호텔아트페어
광주국제블루호텔아트페어
구미금오예술제
영호남미술교류전
경북미술협회전
한국미술협회 구미지부 정기전 다수
가죽으로 뭉치다 가죽작가전 다수
라온제나 가죽공예전

-수상
대한민국낙동예술대전 우수상 및 입선
삼성현미술대전 입선
한국가죽공예대전 장려및입선
한얼문화예술대전 가죽공예 동상및입선
한서미술대전 가죽공예 부분 장려상



안정분 기자 / 입력 : 2026년 0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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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댓글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기사내용의 접수 일정 오타있습니다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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