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한결 가벼워진 1월, 오전 10시 무렵 형곡동 금룡사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왼쪽 위로 ‘금룡사(金龍寺)’라는 3층짜리 사찰 1동을 바라보며, ‘효자봉 가는 길’이라는 안내 표지판을 따라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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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태나무 갈색 단풍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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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룡사에서 황금정까지의 길은 짧지만 오르내림이 적당해 누구나 여유 있게 걷기 좋은 편이다. 숨이 가빠질 만큼 험하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은 이 구간은 ‘도심 속 산책로’라는 표현이 자연스럽다.
작은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소나무와 다른 나목들 사이로 감태나무의 갈색 단풍들이 겨울산을 밝히며 길손을 환영한다. 조금 평평한 곳에 설치된 운동 기구들로 몸을 좀 흔들고, 900미터쯤 오르면 등성이에 ‘진골정’이라는 정자에 이른다. 여기에서 ‘앞산(초소)’라고 표시된 왼쪽 길을 따라가면 황금정으로 닿는다.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는 ‘효자봉’으로 가는 길이다.
기자는 숨을 헐떡이는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고 싶어서 바로 황금정으로 가지 않고, 제법 가파른 400미터 가량의 길을 따라 ‘굴등봉’에 올랐다. ‘굴등봉 쉼터’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데크에 서니 시원한 전망과 함께 상모동 새마을테마공원 모습이 한눈에 펼쳐지고, 저 멀리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모습도 시야에들어온다. 이렇게 도시 풍경보다 자연 풍경을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더 차분해지며, 스트레스가 훨씬 빨리 감소될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도 향상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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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오산 정상의 와불상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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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정 전망_양호대교와 낙동강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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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진골정으로 내려와 500미터쯤 쉬엄쉬엄 걸어 황금정에 도착하면 아담한 정자가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는 형곡동뿐만 아니라 구미 시내 일원의 풍경을 굽어볼 수 있다. 동쪽으로 멀리 구미의 젖줄 낙동강이 길다란 양호대교 아래로 푸른 띠를 깔아놓은 듯 구비친다. 서북쪽으로는 구미의 상징 금오산 봉우리의 와불상이 온화한 미소로 창공을 응시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그다지 높지않은(287미터), 짧은 산행치고 이 정자는 이름 그대로 가성비 좋은 ‘황금’ 전망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전망이 있기에 이곳이 일출(日出) 명소이기도 하다. 멀리 천생산 너머에서 솟아오르는 해는 가히 환상적이다. 저녁 무렵이면 그 해는 금오산을 도화지로 시시각각 새로운 저녁놀을 그리면서 환상을 이어간다.
그리고 앞서 진골정 앞의 이정표에서 본 것처럼, 여기에 ‘초소’가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안전과 관련된 환경심리학의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전망이 좋고 숨을 곳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금오산 정상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에서 인증 사진을 찍으며, 기자는 2년 전 늦가을날 그 정상에서 겪은 조망 체험을 떠올렸다. 산안개가 어슴푸레하게 낀 그날, 그 안개 속에 아득히 비치는 구미 시내가 한없이 깊은 바닥으로 내려다보이는 가운데 나의 작디작은 몸은 완전히 공중에 떠오르는 기분에 휩싸였다. 그 느낌은 약간 두려우면서도 희열에 감싸인 짜릿함 같은 것이었다. 우주 비행사들이 지구를 내려다볼 때 얻는 시야라고 하는 ‘조망 효과’가 이와 비슷할까 여겨지는, 행운의 체험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아울러 우주 속의 아주 작은 한 점으로서 존재하는 ‘나’이지만, 새해부터는 좀 더 큰 것을 향한 초월을 꿈꾸자는 것을 새해의 다짐으로 삼으며 전망대를 내린다.
금룡사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마침 점심시간이다. 기자는 쌈밥집을 찾아 고기와 쌈채소로 즐거운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형곡중학교 옆에 위치한 '전원 카페'에서 대추 조각을 띄운 따뜻한 생강라떼 한 잔을 마시며, 통창을 통해 겨울철임에도 진분홍 잎을 돋보이게 달고 있는 정원의 홍가시나무 한 그루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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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가시나무 단풍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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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도 한나절 시간을 떼어내 금룡사와 황금정을 다녀오는 일은 길지 않은 산책이지만, 마음의 리듬을 되찾고자 할 때 가장 손쉬우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자연과 도심이 공존하는 구미 형곡동의 이 코스는, 특히 일상에서 쌓인 답답함을 확 뚫어주는 조망의 명소로서 오늘도 조용히 걷는 이들을 기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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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정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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