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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 산책(3)]선기동 구미천변 산책

우동식 시니어 기자 / 입력 : 2026년 02월 12일
↑↑ 구미천변의 백로와 오리
ⓒ 경북문화신문
입춘(立春)을 맞아 대한(大寒) 한파가 조금 누그러진 날 늦은 아침에 선기동 부근의 구미천변 산책을 나섰다. 겨울 구미천은 수량이 부족한데다 곳곳이 얼었고, 겨우 녹은 곳에서 백로 한 마리가 조용히 명상에 잠겨 있다. 그 곁에서 오리들이 자맥질을 하며 짓는 찬 물결이 내 몸에 다가오는 듯하여 소름이 끼쳤다.

↑↑ 겨울을 견디는 광대나물꽃
ⓒ 경북문화신문
기자는 최근 여러 해 동안 12월에서 이듬해 2월 동안의 겨울에 이곳 구미천의 상류 부근, 선기1교 대성지 방향의 제방에서 광대나물꽃을 관찰해왔다. 제방의 모든 풀들이 무채색으로 잠들어 있을 때, 이들 광대나물만은 다른 풀들의 마른 검불을 머리에 이고서도 파란 잎들 사이로 붉은 미소를 띠며 주변에 온기 어린 봄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시린 바람 속에서 오직 제 안의 온기만으로 꽃망을을 터뜨려야 하기에 그 빛깔은 더욱 선명하고 시리도록 고결하다.’는 말 그대로의 겨울꽃이다. 그런데 현재는 이 부근에 하천 정비 공사로 서식지가 많이 사라졌다. 다만 공사가 끝는 지점인 일선교통 버스 종점 맞은편 제방에 분홍색 보물처럼 점점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저로서는 고마운 마음이 든다.

꿀풀과에 속하는 두해살이식물인 광대나물은 나름대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며 생명을 보존하고 자손을 이어가는 지혜가 대견하게 여겨진다. 식물의 일원으로서 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첫째, 이른 봄이라는 시기 선택에 있다. 아니, ‘이른 봄’이라기보다 아예 가을부터, 혹은 겨울에 꽃을 피우니, 이것은 다른 경쟁자들의 추종을 따돌리는 전략이라 하겠다. 마치 교통 혼잡을 피하여 새벽에 출근하는 직장인을 닮았다고나 할까.

두 번째 이들의 성장 전략은 장소의 선택에 있다. 주로 밭의 가장자리나 제방 등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든 자리를 잡는다. 햇볕을 잘 받음으로써 빠른 성장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에 친숙하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이들은 식물 세계에서 독보적인, 자유자재의 생명력을 지닌 종으로서 사람들에게 넌지시 암시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곧,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이 식물은 세대와 나이에 관계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자기답게 다채로운 생명력으로 살아가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 선기로6길 마을의 벽화
ⓒ 경북문화신문
한편, 이 천변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생겼다. 최근 이곳 공사장 감독의 제안으로 새롭게 태어난, 선기1교 부근의 ‘선기로 6길’ 벽화 마을이 있다. 소박한 그림과 함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소월 시도 적혀 있고, 나태주의 시 ‘풀꽃’도 산책자들의 시선을 모은다. 모든 풀꽃들이 그렇듯이, 작고 귀여운 광대나물꽃도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햇살 비친 대성지 전경
ⓒ 경북문화신문
선기동 부근 산책을 마치고 대성지 제방에 올랐다. 비추는 햇살로 점점이 작은 윤슬을 빚어내는 저수지의 정경에 눈에 부신다. 기자는 가까이 살면서도 최근에서야 이곳이 일출(日出) 명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방 중앙에 서면 동쪽 멀리로 아무 가림없이,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아뱀이나 중절모자 모양의 천생산 지붕이 보인다는 것도 놀라웠다. 더욱 신기한 것은 새해에 그 지붕 부근으로 떠오르는 일출 광경이 일품이라는 것이다. 기자도 올해 처음으로 새해 첫날 아침 7시 35분경에 이곳에서 감격스러운 해돋이를 맞이할 수 있었다. 이런 장면이야말로 헬렌켈러가 그녀의 저서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 둘째 날에 보고 싶었던, ‘밤이 낮으로 바뀌는 기적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는 싯구(박남수의 ‘아침 이미지’)를 온전하게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 대성지 제방에서 바라본 천생산 위의 먼동(여명)
ⓒ 경북문화신문
이러한 해맞이와 함께 이곳은 구미의 산과 물의 연결 지점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구미의 상징인 금오산 아래 낮은 곳에서 멀리 남구미(강동)의 주산(主山)인 천생산을 바라볼 수 있다. 게다가 여기는 구미의 젖줄 낙동강과 이어지는 대표적인 물줄기로서 구미천의 발원지 부근이 아닌가.
시기와 장소 선택으로 발휘하는 광대나물의 생명력과 대성지의 지리적 좌표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뜬 기쁨을 안고, 기자는 따뜻한 식사와 차 한 잔의 보상을 누리기 위해 남통동으로 향했다.


우동식 시니어 기자 / 입력 : 2026년 0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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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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