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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호정(夢狐亭)과 두 그루의 소나무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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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의 힐링 산책지 중 수변공원과 산림공원이 어우러진 곳으로 도심 가까운 데를 찾으려면 ‘들성공원’과 ‘들성산림공원’이 적격이다. 흔히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라 하여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고 한다. 기자는 봄의 시작, 3월의 첫날 아침나절에 산과 물이 친근하게 만나는 이 두 공원을 아울러 걸어 보기로 했다.
‘여우광장’ 옆 주자장에 차를 세우고, 먼저 들성공원 저수지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이곳은 여름의 연꽃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몽호정(夢狐亭)이라는 팔각정자와 그 앞의 멋진 두 그루의 소나무 이래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는 순간(사진), 고운 연꽃 풍경을 담아오는 바람이 걱정까지 데려가 버리는 듯 시원함이 가슴으로 스며든다. 무채색의 겨울 끝자락인 지금 저수지의 중앙 부분에서 푸름을 선사하는 소나무들 풍경은 단연 돋보인다. 또한 연탄의 축소판 같은 연밥이 그대로 낮게 서 있고, 그 곁에 오리들이 조용히 앉아 있는가 하면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 친구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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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성산림공원 입구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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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순례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산으로 발길을 옮기게 된다. 본보에도 보도된 바와 같이, 6년간의 공사를 통해 지난해(2025) 10월 11일에 완공된 들성산림공원이다.(사진) 이곳 산에는 가로 및 세로로 산책로를 조성하며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꽃나무들을 많이 심었었다. 그 꽃들의 종류별로 산책로 이름을 붙여 놓았다. 입구에서 보아 아래쪽 좌우에 매화길, 왼쪽에 꽃복숭아길, 오른쪽으로 청단풍길이 조성되어 있다. 중앙에는 길게 팥배나무들이 길손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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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의 팥배나무 열매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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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에서 겨울 동안 기자에게는 들성마루(정상)까지 265미터를 능선을 따라 직선으로 오르는 ‘팥배나무길’이 퍽 인상 깊었다. 팥배나무는 ‘팥’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처럼 아주 작은 열매가 붉은색을 띠고 있어 귀엽고 앙증스럽기도 했다. 추위 속에서도 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던 그 검보라색 열매들이 거의 다 자취를 감추고, 봄꽃들에게 볼거리를 양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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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매화 꽃망울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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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매화 꽃망울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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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의 이 꽃나무들은 봄맞이에 바쁘다. 매화나무는 뽀족한 가시들을 호위무사로 대동하고, 홍색 혹은 흰색의 제 고유의 빌깔로 꽃 피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관찰은 대화이기도 하고, 대화는 듣기가 먼저다. 산책자의 임무로 꽃봉오리들의 언어를 들어본다. 이 나무의 ‘플로리겐’ 단백질로부터 ‘꽃으로 전환하라!’는 신호가 전달된 가운데, 호르몬 중 ‘앱시스산’은 ‘아직 때가 아니야!’라며 신중을 기하고, ‘지베렐린’은 ‘지금 시작해!’라고 개화를 외친다. 그러면서 그들은 마침내 꽃망울을 터뜨릴 결단의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청단풍은 아직 기척이 없고, 꽃복숭아나무 몇 그루는 겨울눈의 껍질을 벗으려고 더욱 위로 부풀어 있다.
애써 심은 이 꽃나무들이 시간을 두고 성장할수록 원래 있던 수풀과 어우러져 온 산을 형형색색의 빛과 선으로 그려 놓게 될, 무르익은 봄날의 풍경을 상상해 보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문득,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 생각났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는 황무지에서 매일 도토리 100알을 심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당장 보상이 주어지는 일도 아니지만, 그는 전쟁 중에도, 고독 속에서도 나무를 심는다. 이렇게 그는 행복해지기 위해 나무를 심은 것이 아니라, 나무를 심는 '의미'에 집중했다. 그 결과, 황무지는 숲이 되었고 사람들은 다시 모여들었다. 생명과 평화라는 불변의 가치 창조는 그가 실천한 ‘의미 원천’이었으며, 그것이 행복을 낳은 사례라 할 것이다. 그야말로 산을 좋아한 어진 사람이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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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성산림공원 맨발길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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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꽃나무길이 펼쳐지는가 하면, 이 산책로의 특장점은 힐링과 건강을 아울러 챙길 수 있는 맨발 걷기 숲길이라는 점이다. 정상에는 아치형 공연장도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 본격적 등산을 하려면 왼쪽 아래에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도량1동 위의 ‘구미정(龜尾亭)’까지 2.3킬로미터를 걸을 수 있다.
수변과 산림을 아우르고 있는 두 공원 산책을 마친 기자는 몽호정 앞 두 그루의 푸른 소나무가 도로 너머로 보이는 식당에서 석쇠불고기 정식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있는 한옥 카페의 작은 방에서 밤라떼 한 잔의 단맛으로 피로를 풀며, 인성(人性)과 지성(知性)의 조화로운 가치라 할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많은 학교의 교가(校歌)들이 그 지역의 대표적인 산과 물(강)의 노래인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