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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봉저수지 데크 다리 중앙의 정자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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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아침나절, 기자는 ‘오봉저수지 둘레길’을 찾았다. 이곳은 김천 8경 중의 하나로 김천시 남면 오봉리 금오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3월 중순의 풍경은 아직 고요함 속에 있다. 벚꽃 이전의 매화, 산수유 정도만 무채색을 떨치고 ‘여기 있어요!’ 하면서 길손에게 웃음 지을 따름이다.
‘피크닉장’과 오봉대교 사이에 있는 데크 다리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곧바로 데크 다리로 걸어 들어갔다. 주위는 너무나 조용하다. 저수지 위를 스치는 바람만이 아직 차가움을 지닌 채 피부로 스미고, 정수리 위의 햇살이 따사롭다. 햇살에 반짝이는 푸른 물 위의 윤슬이 밤하늘의 은하수가 깜빡거리는 듯, 흰빛 물고기 떼들이 파닥이는 듯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다리 중앙의 정자 평상에 앉았다. 이렇게 조용하다니! 온 세상이 나와 대면하는 것 같다. ‘고요에 둘러싸여 있을 때 비로소 자신과 연결된 실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다음 순간, 명상 연습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호흡 알아차림 명상’ 연습을 위해 허리를 쭉 펴서 정수리가 하늘로 끌려 올라가는 느낌으로 고쳐 앉는다. 양손은 무릎 위에 편안히 둔다. 이어 눈을 감는다. 숨이 들고 나는 감각이 가장 분명하게 느껴지는 복부(腹部)에 의식을 집중하여 호흡이 들어오면 ‘일어남’, 나가면 ‘사라짐’이라 외며 한 세트에 열 번의 들숨과 날숨을 관찰해 본다. 이런 식으로 몇 세트를 반복한다. 이 ‘호흡 알아차림 명상’은 가장 기본이 되고, 집중하기에 이상적인 방법이며, 처음 시작하기도 쉽다는 것이 그간의 연수나 책자를 통해 얻은 결론이다.
다음은 정자 양 옆의 다리 위를 왕래하며 ‘걷기 명상’을 체험해 본다. 한 발 한 발 천천히 옮길 때마다 내가 주도해서 ‘왼발’, ‘오른발’이라 되뇌며 ‘생각’에서 빠져나와 내 몸의 감각으로 ‘지금, 여기’의 현존(現存)을 알아차리기에 주의를 집중해 본다.
주위 산의 나목들도 주의를 끌지 않는 계절에, 물 위의 고요함을 보장해 주는 이곳은 명상을 하기엔 최적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이 다리는 데크의 연장이라서 그런지 아쉽게도 이름이 없다. 만일 나에게 이 데크 다리의 이름을 지을 기회를 허락해 준다면 ‘명상의 다리’라고 부르고 싶다.
이제 둘레길로 나와서 침묵을 지키며 걸어 보았다. 차츰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역시 귓가에 부딪치는 바람, 멀리서 가끔 들려오는 가느다란 새 소리, 그리고 피부에 느끼는 햇살의 감촉 등을 저절로 알아차리곤 한다.
이곳 ‘오봉저수지 둘레길’의 장점은 ‘고요함’ 외에도 산행을 겸하려면 두 가지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데 있다. 바로 제석봉과 운남산이다. 오봉대교 동쪽 도로 건너편 입구에서 시작되는 제석봉은 이 주변에서 가장 높아서 훤한 전망을 선사해주는 등산 코스이다. 혁신도시 김천의 주봉인 운남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는 데크 다리 서쪽 끝 부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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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남산 등산로 입구의 이정표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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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자는 약간의 유산소 운동을 겸하기 위해 운남산 초입의 등산로에 들어섰다. 솔잎이 덥힌 나무 데크 계단길이 길게 올려다 보인다. 숲속 계단 오르기 운동을 하기에 좋은 장소로 보인다. 여기서도 ‘왼발, 오른발’을 알아차리며 숨차게 오르다 보니 아직도 산에는 감태나무 갈잎 단풍잎이 천연색 볼거리의 대세인 가운데, 새롭게 출연한 노란 생강나무꽃만이 가끔 반가운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었다. 봄소식을 마을에 알리는 전령사가 거친 줄기를 가진 산수유라면, 산에 봄을 알리는 선구자는 바로 줄기가 매끈하고, 어린 가지를 잘라 비비면 생강과 비슷한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이 생강나무이다. 데크 계단이 끝나자 도달한 작은 봉우리에서 준비해온 따스한 생강차 한 잔을 마시고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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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강꽃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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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봉저수지 수상 정자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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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저수지 둘레길에 내려서 오봉대교를 돌아 데크 다리쪽을 향해 걸었다. 두 다리 사이에 이음줄 모양의 작은 짧은 데크 끝에 수상 정자가 하나 더 있다. 일행과 함께라면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오붓하게 둘러앉아 정담(情談)을 나누는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둘레길 걷기를 마무리하고 수제 돈가스와 파스타 등을 맛볼 수 있는 인근 경양식집을 찾았다. 별미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잦은 곳 같았다. 이어 김천으로 가는 국도변에 위치한 조용한 카페로 이동했다. 야외 정원 벤치에 앉아서 새콤달콤한 송(솔잎)차를 음미히며, 사랑스런 나무 한 그루를 유심히 바라본다. 지난 가을에 왔을 때 기자의 이목을 끌었던 단풍나무다. 지금은 잎이 다 지고 없지만, 그때는 단풍이 든 채로 밑동의 두 줄기가 하트 모양을 그리며 위쪽에서 다시 합쳐진 모습이 저에겐 무척 신기하게 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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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가을의 사랑스러운 단풍나무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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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저수지 둘레길’은 힐링 산책 장소로서는 3박자가 잘 어울리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저수지 둘레길과 수제 돈가스를 즐길 수 있는 맛집, 그리고 인근에 편안한 카페도 있어 잘 갖추어진 산책 코스로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도로변 둘레길에 늘어선 벚나무 가로수가 꽃을 피울 무렵에는 많은 상춘객이 붐빌 테지만, 그 이전에 오면 고즈넉함 속에서 명상과 함께 산책하기에 더 좋은 장소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