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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산산성 둘레길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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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마지막 수요일 아침나절. 기자는 한 시간 정도의 길을 달려 칠곡 가산산성의 진남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4월이 다가오면서 팔공산국립공원의 독특한 ‘문화자원’인 이 산성(山城)의 대표적인 봄꽃을 보고 싶다는 조바심이 일었다. 작년에는 4월 9일에 갔었지만, 올해는 그보다 앞당기기로 했다.
작년에는 ‘여릿재’로 고된 산행을 했으나 올해는 처음부터 천천히 임도를 따라 수월하게 올랐다. 산성의 ‘동문’이 가까워지자 노란 꽃들이 숨어 있다가 깜짝 놀라게 해주고는 빙그레 웃고 있다. 이 산성의 상층부에서 일제히 봄소식을 전하는 복수초 군락이다. 개체 수는 많으나 아직은 키가 작아서 잎은 잘 보이지 않은 채 민들레꽃을 닮은 모습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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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산바위 아래 복수초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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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성(城)의 ‘중문’에서 ‘가산바위’로 가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제 듬성듬성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작년에 만났던 이곳 풍경을 떠올려 보았다.
그때는 산속 움푹한 곳에 엄청나게 큰 복수초 꽃밭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너무나 벅차서 ‘우와!, 우와!’ 하고 경외감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모니카 C. 파커가 그의 저서 『경이로움의 힘』에서 밝힌 ‘기대치 위반’의 현장이었고, 그날의 성벽 산책은 또한 ‘경이로운 산책’이었던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여기가 ‘세계 최대의 복수초 군락지’라고 한다. 그 분포의 범위를 보아 그렇게 불려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아직 나뭇잎들이 피지 않은 무채색의 산속에서 벌어지는 노랑 꽃과 초록 잎의 향연은 세상을 눈부시게 밝혀주고 있었다. 게다가 그때는 성터 곳곳에는 땅에 나지막하게 앉은 ‘개별꽃’의 흰꽃과 옅은 초록 잎의 자태가 복수초의 향연에 조연을 맡은 듯 배경이 되어 주고 있기도 했다.
가산바위에 이르자 주변에도 역시 이 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철계단을 올라 바위 위에서 안개인 듯 미세먼지인 듯 흐릿한 시야이지만 대구시 조망의 기쁨을 누린다. 평평한 바위 표면에 편하게 앉아 먹는 간식은 더욱 꿀맛이다. 내려오면서 바위 아래 핀 복수초를 애써 사진에 담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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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문’과 ‘가산바위’ 사이 산속 복수초 군락(2025.4.9)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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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복수초(福壽草)! 이 식물은 살짝 녹기 시작하는 눈의 수분과 결합하여 열을 발생시키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 열을 내어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이 식물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듯하다.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어려움도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이른바 자기돌봄이나 회복탄력성이 필요한 이유일 터이다. 두 차례 산행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이 산성의 복수초 탐방 시기가 동문 쪽과 중문 및 가산바위 쪽이 다르다는 점이다. 동문 쪽은 4월 초순이, 중문 및 가산바위 쪽은 4월 중순이 적합할 것이라 여겨진다.
아무려나, 복운과 장수의 상징인 이 꽃이 이리도 넓게 장관을 이루는 이 상층부의 성터는 참으로 조물주의 은혜를 입은 땅이 아닐까. 그럴수록 이 산성 둘레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여겨진다.
보통 이른 봄 산에서 봄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하는 꽃나무는 생강나무다. 물론 이 산성에서도 중·하층부에서는 역시 그렇다. 그런데, 하산길에서 기자는 생강나무 외에 이른 봄소식을 알리는 또 한 가지 귀한 꽃을 만나는 행운과 함께했다. 진남문 가까이에서 임도를 벗어나 내려오는 산길에서 만난 올괴불나무꽃이다. 작년에 난 가지 끝에 붉은색이 감도는 흰색 꽃을 짝을 이뤄 두 송이씩 달고 있어 ‘사랑의 희열’이라는 꽃말과도 잘 어울리는 듯하다. 또 붉은 보라색의 꽃밥을 지닌 수술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 ‘천사의 속눈썹’처럼 곱고 예쁘게 보인다. 기자는 그 ‘발견의 희열’을 지그시 흡수하며 이 산성 산책을 마무리했다.
귀가하여 ‘나무 해설 도감’을 찾아보니 이 나무와 유사한 친구로서 수술의 꽃밥이 노란 ‘길마가지나무’ 꽃이 있다고 해서 궁금했다. 이틀 후 가지가 길마(소나 말에 걸쳐놓고 짐을 나르던 도구)처럼 휘어진 이 나무 꽃을 경상북도환경연수원 ‘수생태원(水生態園)’ 입구에서 보게 되었다. 마음속으로 원했기에 그 친구를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다니, 이런 게 ‘세렌디피티(serendipity)’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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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의 전령사 올괴불나무꽃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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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의 전령사 길마가지나무꽃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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