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경북문화신문 |
|
겨울이 뼛속의 계곡까지 스며들고 있다.
가슴이 시린 길이
봄으로 가는 노선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겨울의 어깨 위에 은신했다.
내가 살아남은 것일까. 모진 목숨일까.
오랫동안 간직해 온 그 것들, 사진 몇 장 꺼내 든다.
모락모락 사랑을 피워내던 겨울 굴뚝,
노모의 굵은 가래침은 안전할까.
동구 밖을 걸어나온 착한 소 몇 마리,
길 위에서 살 길을 찾다 눈물 안에
매몰된다. 올 굴뚝마을의 겨울은 유난히 혹독하다.
이 죄 없는 무죄를 매몰하는
인간의 방종은 얼마나 더 잔인해져야 끝이 나는 것일까.
사람의 품에서 태어나 짐승으로 버티다 간 아버지들,
그들도 한때는 매몰돼 악몽의 역사가 됐으니,
서러운 애비들을 얼마나 더 두어야 하는 것일까.
아. 소와 돼지, 닭과 오리가 자식인 순박한 가슴들,
오즉했으면 탯줄을 끊고 나간 제 핏줄마저 거부하는 것일까.
걸어 들어오면 나갈 수 없는 눈 쌓인 마을, 동구 밖 노모가
귀향길을 다급히 막아선다.막아서지만
아, 사랑의 힘으로는 어쩔수 없는 것인가.
귀향길이 잦아질수록 소들은 끌려나갔다.
이제, 누가 겨울을 갚아엎고 꽁꽁 얼어붙은
봄을 일으켜 세운단 말인가.
겨울길이 끝나는 계곡 깊은 마을 언저리,
올 겨울만큼 사람 사는 길이 끊긴 적이 있던가.
새벽이 오는 굴뚝마을은 좀처럼 빛이 들지 않는다
닭이 홰를 치던 닭장 속, 닭들은 또 노모의 근심 깊은
가슴 이랑마다 매몰되고, 그 속에서 걸어나온 생애들이
소줏잔을 쥐어든다. 취기로 이 깊은 겨울을 빠져나오려는 것일까
눈 뜨고는 버틸수 없는 슬픔, 그 흥건한 슬픔, 그 깊음 속으로
흘러들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나도 한때,
길을 닦으려고 술을 배웠다. 고교 시절,
남을 죽이지 않고도 살아남는 법을 알려고
교련시간이 있는 날이면 아프지 않아도 아파야만 했다.
가장 아름다운 삶은 남에게 있질 않고 내 안에 있었으니,
어미는 그랬다.
“애야, 남과 싸워 이기려 들지 말고,
자신과 싸워 이기려고 해라, 그게 삶이다”
우리는 지난 한해 얼마나 많이
남이 될수 없는 남과 핏대를 올렸는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목숨들을 끊어냈는가.
식육점의 도마가 돈 만큼의 살갗을 도려냈 듯
혹은 욕망만큼의 무를 도려냈듯
아, 모두 도려내고 어쩔 셈이던가.
동행이 없는 길은 길이 아니다.
누군가 길을 막아설 때 두 주먹을 쥐고 가슴을 쳐라.
그대들은 오랫동안 보아왔지 않느냐.
우리의 어미들이 뭉친 손으로 누구의 가슴을 치더냐.
길이 막히어도 싸우질 마라.
신묘년 올해는 모아진 두 주먹으로 내 가슴을 쳐라.
상대는 밖에 있지 않고 가슴 안에 있으니,
우리 어미들, 모아 쥔 두손으로 가슴을 치는
새로운 1월, 똑똑히 보고 있으니,
길을 내려고 더는 죽이질 마라.
이제, 어쩐단 말이냐
그대들이여,나는 소가 될 터이니,
올 봄엔 네가 쟁기가 되어라
오순도순 어우러져 길을 내는 것이 사랑이다.
너 없이는 봄을 꿈꿀 수 없고
나 없이는 봄을 노래 할 수 없으니,
그것이 삶이다
네가 살고, 내가 사는 것이 삶이다.
자신의 가슴을 치는 어머니의 모습~ 정말 아름답습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01/03 10:10 삭제
싸움의 상대는 남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말씀,
참 좋은 교훈인것 같네여.
구제역으로 고생하는 농촌, 지도 농촌 출신이지만,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서로가 도와야 될 것 같은데.
방법을 연구해야지 않겠습니까.
01/02 23:46 삭제
금오산 바라보니, 서글프다, 내가 어머님을 뵈었던 때가 어느 때이던고, 차 몰면 1시간 거리인데도 나는 불효자, 새해에는 고쳐야겠네요.
01/02 22:10 삭제
새해는 토끼해랍니다. 시의 내용처럼 남을 쳐내야 내가 사는 그러한 삶이 추방되었으면 합니다. 신묘년 화이팅
01/02 22:09 삭제
500미터 이내라나요, 구제역이 걸리면, 소도 생명이고, 영물인데, 참 속상하네요
01/02 22:07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