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경북문화신문 |
|
구미 민심이 불안하고, 고단하다. 심신이 외롭고 고달 플 때 누군가에게 등을 기대려는 것은 본능이다. 이래서 요즘 들어 가고 없는 허주와 박세직 의원 시절을 되돌아보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5일 동안 지속된 최악의 단수 사태 속에서 구미민심은 정치 관심층으로 일신했다. 난세에는 영웅이 탄생하고, 난리에는 정치관심층을 탄생시키는 법이었다. 소위 신주류로 부상한 정치 관심층들은 저마다 정치논객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시정이나 지역정치에 대해 '그런 말을 할 시간이 있느냐"던 소위 정치 무관심층 일색인 가정주부군들이 오히려 "그런 말을 할 시간을 달라"고 애걸을 할 정도다. 애까지 타는 모양이다. 군중의 시대에서 민중의 시대로의 말을 바꿔타고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상 싶다.젊은 도시 구미의 젊은이들 역시 자리를 마주하고 앉으면 내년 총,대선의 향배에 관심을 집중시킨다.상적벽해 된 정치 풍경이다.
구미시의 단수사태는 다른 도시와는 경우가 다르다. 인구 41만의 구미시에는 국가공단이 있다. 전국 수출의 10%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무역 흑자규모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국가를 먹여살리는 국가공단의 중심지에 단수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3월 말 신공항이 백지화되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소위 <산집법> 시행규칙이 예고되고 난 직후인 4월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선 김태환 국회의원은 국토해양부 장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었다.
지난 8일 최악의 단수사태가 발생하고 5일 후인 12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성조 의원은 구미 단수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 사장은 사과나 공식적인 입장발표도 없었다면서 공사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가의 경제 중심권인 구미에 단수사태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사퇴촉구 대상인 국토해양부 장관이나 수자원 공사 사장은 단수기간 내내 구미현지 방문은 커녕 공식사과 조차 않았다. 11일을 전후해 야당은 김황식 국무총리가 현지로 내려가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했다.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리라고 갈망했던 애타는 당시의 구미 민심은 결국 사치였다.
단수사태가 종료된 후인 13일 한국수자원 공사는 인터넷에 사과문을 올렸고, 하루 뒤인 14일에야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문을 공식 발표했으니 말이다. 더욱 가관은 사장이 구미를 찾은 것은 16일 오전이었다. 그러나 사장은 구미시장실을 찾아 고개를 숙인 후 구미를 떠났다. 진정으로 물관리 총책을 맡은 사장이 구미시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털끝만큼이라도 있었더라면, 늦었지만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식사과를 해야 옳았던 것이 아닌가.
지역출신 국회의원의 사퇴 촉구에도 불구하고, 2일 후 사과문을 발표하고,다시 2일 후 구미를 방문한 사장의 처신은 과연 옳았는가. 구미권 관리단장을 직위해제 하는 것으로 인사상의 문제를 마무리 하려는 모습은 괘씸하기 짝이 없다. 구미의 정치력이 어떤 결론을 도출시킬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래서 구미민심이 성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구미 민심은 불안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산집법> 시행규칙은 입법 예고 후 관보게재를 연말까지 미뤘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할 기회를 갖겠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칼집 속에 든 칼이다. 두고두고 빼어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구미철도 CY 역시 7월말이면 다시 폐쇄하게 된다. 천연자원이 전무하다시피한 우리는 지금수출이라는 쌀독에서 쌀을 꺼내 끼니를 잇고 있다. 세계는 지금 경제 전쟁이다. 경쟁력이 없으면 패잔병이 될 수 밖에 없다. 구미공단 수출업체들은 이 때문에 물류비용 절감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늘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구미철도 CY가 폐쇄될 운명에 놓여 있고, 구미공단 수출업체들은 수출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 흑자액의 50% 이상을 발생시키는 구미공단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물론 정치력 부재를 탓할 수 밖에 없다.
대구취수원 구미이전 역시 칼집 속의 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수사태에 이어 칠곡 미군기지인 캠프캐롤의 고엽제 매립 의혹은 대구 취수원 구미이전에 반대하는 구미로서는 주지해야 할 대목이다. 칠곡은 구미의 하류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신공항, 국제과학 비스니스 벨트를 유치하기 위해 1년여 동안 구미를 비롯한 시군은 행정력은 물론 시군력을 모두 올인하다시피 했다. 이 와중에 대구 취수원 구미이전은 경북도의 관심 밖에서 천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경북도는 지금, 대구취수원 구미이전 문제에 발을 벗고 나서야만 한다. 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과학벨트까지 뺏긴 경북도가 구미공단과 사활이 걸린 대구취수원 구미이전 과제까지 놓친다면 김관용 지사에 기대왔던 구미민심은 영영 돌아앉고 말 것이다.
이처럼 구미는 지금 단수사태, 구미철도 CY 폐쇄, 수도권 규제완화, 대구취수원 구미이전이라는 4대 악재에 둘러싸인 무립고원의 위치에 놓여 있다.이래서 민심은 불안하고 고단하다.
여기에다 첩첩쌓인 과제와 함께 총선 정국이 뜨거워지면서 지상으로 분출될 상황을 맞고 있다. 외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하지만 곳곳에서 민심이 깨어나고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제도적 정치권과 재야 정치권의 움직임은 갈수록 분주하다. 제도적 정치권은 '이만한 일을 했고, 앞으로도 더 큰 일을 하겠다'는 입장이고, 재야 정치권은 '기존 정치권이 한 일이 무엇이냐'는 입장이다.
업적을 내세워 표심을 얻으려 하고 있고, 비판을 내세워 표심을 얻으려는 양갈래의 길을 가고 있는 형국이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자칫 집이 화염에 휩싸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집을 잘 지켜왔다거나, 내가 집 주인이 되면 집을 안전하게 지킬수 있다'는 어불성설에 다름이 아니다.
산적한 과제를 앞에 놓고 총선정국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서 '주객 전도형' 정치 분위기의 형성은 구미공단과 구미시민을 위해 득 될 것이 없다.득이 될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주객전도형의 정치인이나 지망생 역시 호응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깨어나는 민심의 눈이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 당나라 시대의 임제스님은 임제록에서 "若人修道道不行 약인수도 도불행"이라고 했다. 도를 닦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본질은 사라지게 돼 득도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정치인이 수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표심을 염두하게 되면 머릿속에 과제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지 않게 된다. 표심도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재야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구미의 불행한 현실을 표심으로 연결하려고 한다면 영광은 요원한 산정에 불과할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구미를 둘러싼 과제를 해결해야 할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임'을 깨우치고, 실천해야 한다.
시의원은 시정에 전념해야 하고, 도의원은 도정에 전념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
단수사태를 실례로 들어보자. 시의원은 주어진 입장에서 재발에 대비, 각종 급수시설 점검은 물론, 위기대응 매뉴얼을 점검해야 하고, 도의원은 단수사태 과정에서 발생한 경북도, 구미시의 미온적 협력관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 역시 중앙정치 무대에서 수자원 공사 사장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고, 구미시민에게 응분의 배상이 돌아올 수 있도록 주어진 위치에서 노력해야 한다.
대구취수원 구미이전, 수도권 규제완화, 구미철도 CY 역시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은 구미시민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정을 바쳐 주어진 과제를 풀겠다는 "득도의 자세로 일관할 때 득도의 경지"에 이를 것이 아니겠는가.
구미가 위기로 치닫는데 불구하고,빼곡하게 적힌 행사 일정표를 뒤쫓게 되는 '주객 전도형 "의 길을 간다면 결국 불행을 자초할 수 밖에 없다.
교실에 앉은 학생이 글 속에 빠져 들지 못하고, 일류대 입학만을 꿈꾼다면 그 꿈은 허상이 될 것이다. 교실에 앉아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글속에 빠져들 때 일류대 입학의 꿈은 현실이 되지 않겠는가.
구미정치권이나 재야 정치권 모두 "교실로 돌아가기 바란다.교실로 돌아가서 순수한 열정으로 주어진 과제 속으로 빠져들기 바란다. 그랬을 때 민심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래야만 정치의 꿈을 이룰 수 있고, 과제를 풀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아는 것이 힘이기 때문에 힘 있는 정치력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 맞는 말입니다. 속이 후련하게 쓰셨네요......앞으로 속이 후련한 정치인이나 책임자 들도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05/23 10:06 삭제
단수사태 때 수자원 공사 사장님이 구미에도 오질 않고, 훗날 사과 한번 하는 것으로 끝났다니 안타깝고 씁쓸하네요
05/23 00:40 삭제
정치인은 진정코 주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행해야 헙니다
05/23 00:39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