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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서화평론’ <9>큰아버지 김수증의 곡운구곡도(谷雲九曲圖)의 뒤에 쓰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1년 08월 26일
큐레이터 이택용
ⓒ 경북문화신문

 


해설 : 농암 김창협선생이 큰아버지 김수증의 곡운구곡도에 쓴 발문이다. 곡운 이란 곳은 큰 아버지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영당동에 복거할 땅을 마련하여둔 곳이다. 김수증이 성천부사로 있을 때 동생 김수항이 송시열과 함께 유배되자 벼슬을 버리고 지어놓은 곡운에 있는 농수정사로 돌아갔다. 그 때 주자의 행적을 모방하여 그곳을 곡운이라 하고, 곡운계곡에서 노후의 여생을 자연과 벗 삼아 거처하면서 화가 조세걸에게 부탁하여 곡운의 아름다운 구곡을 그리게 하여 그린 것이 곡운구곡도이다.


 












  ▶곡운 구곡도 제1곡 방화계


-백부 김수증의 곡운구곡도(谷雲九曲圖) 발문-


세상에서는 좋은 그림을 말할 때에 반드시 ‘핍진(逼眞)하다’고 한다. 그림이 핍진하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것이니, 동진의 화가 고개지(顧愷之)와 송나라의 화가 육탐미(陸探微)도 그보다 더한 그림을 그리지는 못하였다. 사람들은 실물을 구하다가 구하지 못한 경우에 한발 물러나 그것을 그림에서 찾곤 하는데, 송나라 화가 종병(宗炳)이 산수에 대하여 취한 태도가 그러했다. 지금 그 당시에 그린 그림이 과연 핍진했는지 여부는 알 수는 없으나 그는, “이제는 늙고 병들어 명산을 두루 구경할 수가 없으니, 그 모습을 비슷하게 그린 그림이라도 볼 수 있으면 아예 보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말하였다.


우리 백부 김수증(金壽增)과 강원도 화천의 곡운(谷雲)과의 관계를 본다면 전후 십수년 동안 음식과 기거, 침석(枕席)이며 궤장(几杖)이 구곡 안을 떠난 적이 거의 없다. 이곳의 중첩된 산과 시내, 울창한 초목은 모두 자신의 폐부며 모발이요, 이곳의 안개와 이내는 모두 자신이 들이키고 내쉬는 공기요, 이곳의 물고기와 새, 고라니와 사슴들은 모두 자신이 벗 삼아 노는 반려이니, 이곳에서 구하여 얻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종병의 일처럼 화가의 손을 빌린 것은 어째서인가? 나는 그 까닭을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을 독실히 좋아하여 즐거움이 깊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화가는 바로 평양출신의 조세걸(曺世傑)인데, 선생이 친히 데리고 와서 직접 분부하여 마치 거울에 비친 상을 취하듯이 굽이마다 현장에 임하여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그 겹쌓인 언덕과 골짜기, 진기한 바위와 물살이 빠른 여울, 집의 위치, 채소밭의 경작 상황, 닭이 울고 개가 짖는 모습, 나귀가 걸어가고 소가 잠자는 모습 등 갖가지 풍경이 빠짐없이 다 갖추어졌다. 그리하여 이 그림을 한번 펼쳐 보면 마치 당나라 왕유(王維)의 별장의 농장을 지나가고 무릉도원으로 가는 나루를 찾아가는 것처럼 황홀하여 저절로 저자와 조정의 번잡한 속세를 멀리 벗어나게 된다. 선생은 아마도 장차 이 그림을 가지고 사람들과 이 좋은 것을 함께 나눔으로써 그 즐거움을 독점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듣기로, 지난날 어떤 선비가 산중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소를 타고 시냇가를 지나가는 선생을 만났는데, 선생은 수염과 눈썹이 말끔하고 의관이 고풍스러웠으며 아이종 하나가 지팡이를 지고 뒤따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 분위기가 매우 한가로워 선비는 말을 세우고 가만히 바라보며 신선 세계의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고는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그가 본 대로 말했다고 한다. 이 일단의 광경은 참으로 그림으로 그릴 만한데, 안타깝게도 화가 조세걸(曺世傑)이 멀리 있어 불러올 수가 없다. 그 일을 여기에 대략 기록하여 그림을 대신하는 바이니,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이 대목을 보면 마음이 상큼해질 것이다.


내가 이 발문을 쓴 뒤에 선생이 읽어 보시고는, “네 말이 좋기는 하다. 그러나 내가 이 그림을 그린 것은, 내 이 두 다리가 때때로 산을 나가지 않을 수 없는 관계로 이 구곡(九曲)이 눈 안에 늘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럴 때에 보려고 한 것뿐이다.” 하였다. 아, 선생의 이 말씀으로 볼 때 ‘이곳을 독실히 좋아하여 즐거움이 깊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지 않아서는 정말로 안 될 것이다.


한편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세상에서는 좋은 그림을 일러 본디 ‘핍진하다’고 하지만 좋은 경치를 이를 때에도 반드시 ‘그림 같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어찌 좋은 산과 빼어난 물 등 아름다운 풍경은 한곳에 모두 갖추어지기가 어렵고, 혹시 그런 곳이 있다 하더라도 깊은 산중에 있어 인적이 미치기가 어려워 그러한 곳에 촌락이 형성되고 백성이 정착하여 닭과 개가 짖어 대고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라 정감 있는 물색이 어우러지게 되는 것은 더욱 쉽지가 않은 법인데, 화가는 마음 가는 대로 경물을 배치하고 모아 놓을 수 있는 까닭에 이따금 붓끝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해 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선생이 산속에서 각건(角巾)을 쓰고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구곡 안에서 배회하는 그곳은 곧 그림 속의 광경이요, 선생이 산을 나가 문을 닫고 안석에 기대어 그림을 감상하는 그곳은 곧 현실의 구곡이 아닐까? 현실과 그림을 또 어떻게 구분한단 말인가. 이 그림책을 보는 사람은 먼저 이 문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1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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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우려로 이승환콘서트를 금지했던 구미시장은 왜 이번엔 잠잠하지요? 정치적 선동금지 서약을 받았나요? 이건 이승환콘서트 보다 더 큰 충돌 우려가 되는 이벤트인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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