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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근의 문화 칼럼/가을이야기, 처서(處暑)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1년 09월 11일
ⓒ 경북문화신문

 


지난 8월23일이 처서(處暑)다. ‘더위를 물리친다’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처서기간이 되면 신기하게도 무더위가 가시고 벌써 아침저녁으로는 이른 가을 기운마저 느껴진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익살스런 옛 속담대로 서늘한 기운 탓에 여름 내내 극성스럽던 모기들도 어느새 종적을 감춘 것 같다.


 


이 무렵 농촌은 비교적 한가한 시기이지만 농사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무슨 뜻인가 하면 막 벼의 이삭이 패기 시작하는 무렵이라서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해 농사의 풍흉을 결정짓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이 시기에 벼가 제대로 익지 않으면 풍작을 기대하기 힘들다.


 


요즘 아이들은 벼농사를 어떻게 짓는 지조차 낯설 것이다. 벼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삭 패기가 뭔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는 '벼의 한 살이' 과정이 있다. 게다가 단골 시험문제로 출제되기 때문에 무조건 암기부터 하지만 벼농사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터라 막상 시험지를 받아들면 아리송해 진다. 벼의 한 살이 과정의 정답은 "씨앗심기-싹트기-모내기-이삭 패기-꽃피기-이삭 익기-새로운 볍씨" 순이다.


 


처서는 '이삭 패기'가 시작되는 무렵으로 보면 된다. 가을로 접어들 때이긴 하나, 한낮의 햇살이 뜨겁게 내리 쬘수록 벼가 알차게 익는 시기다. 그래서 다름 아니라 가장 우려되는 것은 '비'다. 이맘 때 내리는 비를 '처서비'로 부르는데, 처서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을 감한다고 할 정도로 농사에서는 흉작을 면치 못하므로 타격이 크다. 당연히 처서비야말로 반갑지 않은 존재다.


 


'이삭 패기' 때 제대로 맑은 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받아야만 나락이 입을 벌려 다음 단계인 '꽃피기'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고 결국 제대로 자라지 못해 썩기 때문이다. 처서를 사람에게 비유하자면, 아이들의 성장판이 열려있는 시기에 비유하면 될 것 같다. 이 시기에 영양과 운동이 아이들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처럼 햇살과 바람이 성장의 거름이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 이치가 묘하다. 자연이나 인간이나 다를 것 없이 한창 자라야 할 시기가 있다. 이 때 쑥쑥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인 모든 게 맘먹은 대로 모든 게 되지는 않는다. 돌발 변수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인간사에도 '처서비'는 불현듯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처서에 뜨거운 햇볕을 갈구하는 자연의 이치처럼 처서가 지나면서부터는 차츰 햇볕이 누그러진다. 따라서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이 무렵이면 산에 올라 벌초를 하는 게 옛 풍습이다. 벌초 뿐 아니라 밭의 풀을 베고 피도 뽑고 논두렁의 풀베기 등에 일손이 분주한 계절이 바로 처서이다.


 


처서의 볕이 좋다는 점에 착안해 여름동안 눅눅해진 옷들과 이불을 내어다 말리는 풍경을 요즘에도 종종 볼 수 있다. 장마철 습기를 가득 먹은 책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렇듯 24절기에는 농경시대를 살아온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 현대인들도 응용해 봄직한 유용한 팁도 적지 않다.


 


처서와 관련해서 종종 회자되는 것 중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말이 있다. 마치 시구처럼 가을로 접어드는 풍경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말이다. 오늘 따라 하늘이 더 높아 보이고 뭉게구름도 솜사탕처럼 예뻐 보인다. 부디 짓궂은 처서비는 잠시 쉬었다 가는 볕 좋은 날들을 기대한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1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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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댓글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103동이 아니고 104동 입니다.
낙동강 취수원 문제로 어설프게 덤볐다가 명분도 실리도 놓치고, 어설프게 정치꾼 행세하다가 되지도 않는 안전문제를 핑계로 이승환 공연 취소해서 전국민 비웃음꺼리 만들고 진짜 안전 위험 인물 전한길은 집회 허가하고 제대로 된 기획력 없이 매번 어설픈 낭만 타령 문화행사만 일삼는 현 시장 못마땅해 민주당 찍으려고 해도 시장 재직 기간 아무런 행정력도 발견하지 못한 장세용씨를 다시 내세우다니... 구미에 그리도 인물이 없는가?
구미대 항공헬기정비학부 전체 학생들의 단합된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아요. 요즘은 개인적인 성향들이 많다보니 함께하는 모습 넘 보기 좋고 흐믓합니다.
민원인들 중에서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누구는 유료로 이용하고 누구는 무료로 주차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형편성에 문제가 생기기에 저렇게 현수막을 걸어 놓은 듯. 관리자의 입장과 이용자의 입장 둘다 본다면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다만, 이해 하려는 마음이 문제라고 느껴짐.
역시 정론직필!!
예방법없음
따뜻한 기사 잘 보았습니다. 주변에서 볼수 있지만 관심을 주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후원해 주신 에스엠디에스피 대표님과 선행을 알려주시는 경북문화신문과 김예은 학생 기자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단체장이 불법?
충돌 우려로 이승환콘서트를 금지했던 구미시장은 왜 이번엔 잠잠하지요? 정치적 선동금지 서약을 받았나요? 이건 이승환콘서트 보다 더 큰 충돌 우려가 되는 이벤트인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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