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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람 얻기와 사람 버리기
김영민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8년 09월 11일(화) 13:08
ⓒ 경북문화신문

15년 전 미국의 한 도시에서 있었던 구인광고
『열두 발자국』(정재승, 오크로스, 2018)의 첫 머리에 나오는 이야기는 세월을 거슬러 새로움을 줍니다. 2004년 7월 미 실리콘 벨리의 101번 고속도로 상 대형 홍보 판에는 유명인의 모습도, 근사한 이미지도 아닌 {First10-digitprime found in consuctive digits of ℯ}.com 이라고 딱 한 줄의 글이 실려 있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구를 지나쳤지만 ....... 궁금해 하던 사람들 중에는 인터넷에서 답을 구해보았으나 허사였는데......., 이는 어떤 문제를 풀어라 는 내용이었고 그 답은 7427466391이 되어 7427466391.com 웹사이트로 연결하라는 것이지요. 들어가면 ‘축하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주어진 말에 따라 입장하면 두 번째 문제가 나오고 .....결국 C++ 같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로 오일러 수를 발생시키고 풀이과정을 거치면 답을 얻게 됩니다. (수학자 닐 슬론이 말한 ‘A095926 sequence’라는 오일러 수에 연관된 문제). 이 문제까지 풀고 나면 다시 ‘축하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구글의 채용사이트에 접속이 되며 간단한 인터뷰 후에 입사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진입장벽이라도 이 정도라면 누구든 한번 욕심 부려볼 일이 아닌지요. 회사가 요구하는 사람, 그리고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이 한마디 글로 가능하게 만드는 사원모집광고 이었습니다. 동시에 이런 과정을 거쳐 입사한 구글 직원들의 자부심과 회사의 창의적 채용은 당시 미국 사회와 구글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것이라 합니다.

2018년 9월 구미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인광고
구미시설공단은 1999년 설립된 지방 공기업입니다. 구미시에서 시민들과의 직접 행정서비스가 가능한 도서관, 수영장, 하수처리장, 공영주차장 등을 10여개의 사업을 시로부터 위탁받아 년 400억에 가까운 재정으로 운용되는 곳이고 7대까지 이사장, 상임이사는 구미시의 국장, 선임 과장의 자리였으며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 정확하게 구성이나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비상임 이사는 20년에 가까이 된 지금까지 어떤 모습으로 채용 혹은 해임되었는지 알수 없는 곳이 바로 구미시설공단입니다.
그런데 이런 공간에서 처음으로 비 상임이사에 대한 공개모집 공고를 했습니다. 제4차 산업이 내일의 구미를 살릴 수 있는 계기라는, IT도시를 표방하며 한국의 전자산업을 선도한다는 시가 설립한 지방 공기업의 비상임 이사를 뽑는 과정은 군사정부시절에도 하지 못할 횡포를 마음껏 부려대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아닌, 별도의 보수나 일정한 급여도 없고 필요시 회의참석이 전부인 비상임 이사를 선발하면서 제시한 내용은 공무원, 그 중에서도 책임자를 선정할 정도의 서류요청과 내용을 필요로 했습니다. 지원서(학력사항에는 대학원 논문제목, 학교의 성적까지 요청), 자기소개서(응모자가 지금까지 달성한 업적과 경력을 중심으로 기술하되 응모자의 성장과정, 지원동기, 윤리관 등이 잘 드러나도록 A4 용지로 2매 이내로 작성하라), 최종학교 졸업 증명서, 경력(재직)증명서, 자격 증명서, 공무원 채용신체검사서, 기본증면서, 주민등록초본(병력사항기재), 신원진술서, 성범죄경력조회서, 개인정보수집 및 이용 동의서 등 8종의 서류를 제출하면 1차 시험(서류심사) 후 2차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나아가 일반적으로 이사가 가지는 역할 혹은 책임에 대해서는 ‘공무원 아님’ 이거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질 필요 없음’을 말하면서도 이런 험난(?)한, 그러면서도 책임한계나 활동의 내용, 방법, 그리고 최소한의 역할마저 모르는 곳에 요청한 서류 뭉텅이와 그에 대한 항의에 ‘하기 싫으면 응모하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갑질문화, 나아가 공무원보다 튼튼한 자리 보장의 철밥통이 만든 구미시의 서비스 점수는 ‘다’ 이상을 바라는 것이 무리한 부탁일지도 모릅니다. 응모한 사람이 서류문제를 제기할 때에는 과거전례 혹은 타 기관의 내용을 준용한 자체 의결이라 해놓고는 시의회 행정감사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며 내용조차 전체가 잘 모르는 가운데 죄송하다, 다음에 고치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지난해 행정감사에서 지적한 것을 반복하고 추궁하는 의원에게 한 마디 답변도 못하는 무사안일, 무책임 행정, 나아가 신선놀음 같은 공무원 이후의 공무원들의 방만하고 감각 없는 행위를 그대로 말해주는 듯합니다.
다시말해서 잘못을 지적하거나 문제를 만들 사람은 필요 없고, 우리끼리 욕을 얻어도 월급만 받아 가면 된다는 식의 끼리 문화는 그들만의 잔치를 만들어주고 정작 주인인 시민은 배제시키는 한심함이 넘치고 있습니다.

구인광고 하나가 회사의 모습을 이토록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과연 어떤 형태의 기업인지, 과연 무엇을 하는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를 극명하게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지방정부가 성립된 지 두 달이 됩니다. 최소한 이제는 변화에 대한 모양을 분명하게 들러낼 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태를 고집하고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이들이 구미를 장악하고 있다면 반드시 제거해야 할 첫 번째 적폐가 아니지요.
경북문화신문 기자  gm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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