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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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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두 시간씩 대학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지극히 당연합니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들을 찾아 학교로 가야합니다. 환갑을 훌쩍 넘긴 사람이 피 끓는 젊음과 만나는 것 자체가 흥분을 그냥 모른 채하기에는 아쉽지요. 그래서인지 선생으로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사람으로 보다는 새로움에 대한 정열로 학교에 갑니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서면 지금까지의 설램이나 기대, 평화와는 달리 두 학교 모두 전투기 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비행기를 입구나 혹 캠퍼스 내에 실제를 진열해놓고 넓은 공간을 차지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 학교에는 탱크(모형이길 바랍니다만)까지 진열된 모습에서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아마 항공승무원을 양성하고, 항공정비학과가 있으니 실물을 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런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으니 취업은 훨씬 수월할 수밖에 없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만 공군사관학교처럼 비행기 조종이나 직접 전투와 관련이 없이 여객운송과 관련된 공부와 훈련을 하는 대학교에서 전투기 정말 어울리지 않은 조합입니다.
‘현양두매구육(懸羊頭賣狗肉)이란 말이《안자춘추(晏子春秋)》나옵니다. 청(淸)나라의 전대석(錢大昕)이 쓴 항언록(恒言錄)에는 <’쇠머리를 문에 내걸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판다‘는 것이고 세조(世祖)가 정감(丁邯)에게 조서를 내려 “쇠머리를 걸고 말 포를 팔며, 도척처럼 행하면서 공자의 말을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속어가 약간 변하여 소와 말 대신 양과 개를 쓰는데 그 뜻은 다르지 않다>고 풀어줍니다만 내용인즉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영공(靈公)은 궁중의 모든 여자들에게 남장을 시키자 일반 백성들이 모두 남장을 했답니다. 그러자 영공은 백성들에게 “여자인데 남자 옷을 입는 자는 옷을 찢고 허리띠를 잘라 버리겠다.”고 하며 남장을 금지시켰으나 남장 풍습은 그치지를 않았습니다. 영공은 재상 안자(晏子)에게 “과인이 관원을 시켜 여자들의 남장을 금지시키고 옷을 찢고 허리띠를 자르는데도 서로 바라만 보면서 그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이오?”라고 묻자 안자는 “왕께서는 궁중의 여자들에게는 남장을 하라고 하시면서 백성들에게만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것은 마치 쇠머리를 문에 걸어 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궁중에서도 남장을 못 하게 하시면 백성들 사이에서도 감히 못 할 것입니다.” 이에 영공은 궁중에서도 남장을 하면 안 된다는 명을 내리자 한 달여 후 아무도 남장을 하지 않았답니다>.
학교에서 항공관련 서비스 즉 스튜어디스나 사무직원을 양성하는 수업을 하면서도 전투기를 학교의 앞에 두는 것은 마치 쇠머리를 문에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형국과 다름이 없지요. 그런데 구미에 있는 두 개의 학교 뿐 아니라 전국에 항공공학과 관련된 학과가 있는 곳 치고 비행기모형을 전시하지 않는 학교가 드물고, 마치 조각 작품이나 장식처럼 보이는 것은 학교를 새로운 긴장의 장으로 만드는 것 같아 보입니다.
평화를 주목표로 삼고 인간의 삶과 지성을 강조하며 참다움을 말하는 지성의 캠퍼스에 전쟁, 파괴라는 이름으로 상징화하는 것이 가당한 일인지요.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실제로 가능하게 한 사람들의 대학시절에는 데간쇼(데카르트, 칸트, 쇼펜하우어)를 마치 자신의 계급장인양 떠들던 시절이었고 막걸리 안주를 삼아 주리론, 주기론을 말하던 분들이었습니다. 70년대 말, 80년대 초 장발과 트위스트 그리고 데모의 시절에 학생생활은 언제나 배고프고 그러면서도 하늘을 향해, 대지를 향해 마치 모든 것이 내 품에 있다는 허풍을 떠는 모습을 웅지라 하고 국가의 내일이 걱정스럽고, 지성인들의 책임이 안타깝고 하면서 갑론을박했던 분들이었는데 ........
그분들이 성공한 지금의 모습은 돈이 성공의 결과이고 세상사의 모든 것은 돈이면서, 돈으로 인간의 삶도 살수 있다는 인식을 만든 세대이니 학교에 세워진 사색하는 동상 대신 비행기가, 책이 형상화되기보다는 오벨리스크가 상징처럼 세워진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 결과 스스로 학교를 박차고 나온 여고생의 "학교에 배움이 있습니까" 라는 제목의 기사(오마이뉴스 2015.7.11)가,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김다운양 "학생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전신의 피켓을 통한 항변에서 오늘의 학교의 또 다른 모습을 봅니다.
초등학교부터 2015학년도 1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맞이합니다.
2015학년도 2학기의 학교 앞 모습은 비행기나 탱크도 아니고 입시 학원화된 학교에 나서 나와 항변하는 모습도 또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 믿습니다. 배우고 또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悅乎)하시던 공자님의 말씀에 무릎을 치며 공감하는 모습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직업에, 진학에 목을 매는 모습으로 학교 앞 풍경은 결정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