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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규란 작가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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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물맛, 수채화에 빠져 있다. 물이 번지는 것은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 마르고 나면 그림을 망칠 수도 또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네 인생처럼. 물로 하는 느낌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구미 청년작가 열전’ 두 번째 작가로 테이프를 찢어 붙이는 콜라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최규란 작가를 소개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변화한다. 최 작가는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기록하고자 한다. 재개발지역의 무너지고 부서진 풍경과 산처럼 쌓인 폐기물, 전봇대나 벽에 붙여졌다 뜯긴 홍보 전단지, 철거될 건물들은 그의 작품 소재가 된다. 테이프를 찢어 붙여서 흔적을 남기고 또 ‘생성’이라는 의미를 불어넣는다.
어린 시절 보낸 양구의 펀치볼마을에서 경험한 자연과 놀이, 학창 시절 재개발지역에 살면서 보았던 풍경들, 결혼 후 구미에서 본 자연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스며있다. 현재 그에게 소통의 핵심은 사람과 산책이다. 산책을 하면서 깨닫게 되는 자연과 사람이 보여주는 풍경, 이야기를 작품에 접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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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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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2월 열린 구미청년상상마루 입주작가전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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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회화, 콜라주로 주로 작업하고 있는 미술가 최규란입니다. 작가이기 이전에 미술교육가로서 미술을 도구로 아름다운 문화, 예술의 향기를 지역에 퍼트리고자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입니다.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강원도 묵호항에서 태어났고, 휴전선 아래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펀지볼마을은 분지 지형으로 그 모양이 화채 그릇을 닮아 펀치볼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장난감도 학원도 없었던 그곳에서 밖에 나가 흙에서 뛰어놀았어요. 추운 겨울에는 눈과 얼음을 깨서 소꼽놀이를 했고, 연탄재도 큰 놀잇감이었어요. 어렸을 때 반공 포스터·표어 대회에서 상을 받는 등 미술에 소질이 있었지만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지는 않았어요. 고등학교 때 도시로 전학한 후 미대 진학을 위해 입시미술학원을 다닌 것이 작가로서의 진로를 정하게 된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미술은 저에게 놀이이기도 했고 시간을 즐겁고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매체였습니다.
-회화, 콜라주 작가라고 소개했는데, 주로 어떤 작업을 하나?서양화과를 졸업했지만 유화로 작업한 적은 없습니다. 매체에 상관없이 종이를 오려 붙이거나 그린 것을 지우거나 가벼운 물감으로 우연적인 표현에 사실성을 보태는 정도의 표현을 주로 했고요. 전업 작가로 살던 시절에는 테이프 콜라주 작품이 작품성을 인정받아 테이프를 붙여서 풍경을 재조직하거나 떼어내서 흔적을 남기는 작업, 그리고 드로잉을 위주로 전시해 왔습니다. 무너지거나 부서진 ‘도시풍경’들을 보며 뭔가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거 같아요. 대학 시절 재개발지역 근처에 살던 10여 년은 그것만을 소재로 작업했습니다. 구미에 살면서 지금은 ‘자연’을 주로 봅니다. 주름이 깊어가는 꽃, 독을 뿜어내지만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남천, 곧 철거될 문들...사실 그다지 예쁜 이미지들은 아니지만 변화의 순간들이 뭔가 경이롭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결국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모든 대상들은 사라진다는 것이고, 물론 엄밀히 말해 사라진다기 보다 상태가 변하는 것이죠. 존재함의 순간에 불완전함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었으면 하는 저의 바람을 프레임에 던져놓는 것 같습니다. 철학자들의 용어로 '생성', '무한생성', '영겁회귀'라고 하면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그것을 주제로 몇 차례 전시를 했던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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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작품을 꼽는다면?사진을 복사한 그림 위에 청테이프(면사테이프)를 실로 꿰매서 붙여놓은 작은 드로잉이 있는데 저에게 매우 중요한 시작이었습니다. 테이프를 찢어서 풍경을 표현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때의 작품이죠. 또 저에게 없지만 공예과에 흙을 제공해주시던 흙 할아버지에게 황토색 면사테이프로 그 분의 초상을 표현해서 선물로 드린 적이 있는데 그 작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동기는?작가가 되어야겠다 확신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로 강사 일을 시작했었기 때문에 실기, 이론교육,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저는 학부를 졸업하고 교육대학원과 일반대학원 그리고 학원 운영 세 가지 진로를 두고 많은 시간 고민했었습니다. 들어서면 돌이키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6개월간 돈을 모아 한 달여간 인도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는데 바라나시 화장터에서 시체를 눈앞에 두고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순간을 목도하게 되었어요. 그때 ‘작업을 해야겠구나’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4시간의 화장이 끝나면 유골은 갠지스강에 뿌려지고, 그 강물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은 수영도 하고 목욕도 하고 놀기도 하는 거죠.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는것이 맞다'는 결론을 얻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하지 않을 때 주고 어떤 일을 하나?제 용돈, 재료비 등은 배우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제가 벌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학기 중에는 시립도서관이나 공공기관에 강의를 나가고요. 초등학생 아이의 엄마니까 집안일도 해야하고, 틈틈이 산책합니다. 산책이 제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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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떤 작업을 구상하고 있는지.5, 6년의 오랜 슬럼프에서 다시 몰입된 그리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청년상상마루 덕분이기도 합니다. 걷다가 문득 깨달음을 주는 자연물이나 어떤 상황들이 생기는데 그 순간들을 아름답게 기록하고 싶습니다. 매체가 무엇인가는 자연스럽게 변해갈 거라서 뭐라고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노래를 하거나 연기를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시민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도 틈틈이 즐기며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예술 활동의 일환입니다.
-마지막으로 청년 작가들을 위한 구미시의 정책을 제안한다면?
구미문화재단이 생기면서 좋아졌습니다. 예술인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고 실제로 진행하고 있죠. 새로운 프로그램들도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술적이거나 내면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보여주기식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나열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연구하면서 공부하는 커뮤니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가 있다면 청년들의 목마름이 덜할 것입니다. 작업을 하다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른 커뮤니티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죠. 좋은 커뮤니티를 통해 좋은 인적자원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요 약력>
2008 서울여자대학교 현대미술 석사
2004 서울여자대학교 서양화 학사
2024 COSMOS WITNESS 구미청년상상마루 1기 입주작가 성과보고전, 구미
2023 경북로컬문화 콘텐츠페어 ‘예술가의 방’ , 구미 (단체전)
2020-2021 경북 새하얀미술대전 작가초대展 , 대구 (단체전)
2019 구미 복합문화공간 Heer culture 8llow heer展, 구미 (단체전)
2013 Korea Tommorrow 展 한국현대미술의 지평, 예술의 전당, 서울
2013 Local Wave 展, 헤이리 아트팩토리, 파주(단체전)
2017~2025 구미시립 중앙·봉곡·선산 도서관 데생&수채화 강사
2019~2025 경상북도교육지원청 성주공공도서관 생각그리기 강사
2020~2025 구미시립양포도서관 인문학 함께읽기, 현대미술(이론), 예술동아리 ‘이음’
아트테라피, 그림책 잔치 참여작가
2010 인천 아트 플랫폼 1기 입주작가
2009~2010 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창작 발표활동지원 문예진흥기금 선정작가
2009년 갤러리 이즈 개인전 외 4회, 이화익 갤러리 작품소장 (서울)
2008년 서울시립미술관 SeMA신진작가 선정
2013 강원도 원주 노림스튜디오 레지던시 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
2024 금리단길 나무 뜨개옷 프로젝트 공동기획 (주관)그림책 산책
2022-2024 구미라면축제 기획위원, 느린우체통 시민참여 프로젝트 총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