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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덕의『하늘은 맑건만』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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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괴롭힘에 휘둘리지 않는 용기와 양심의 힘
-현덕의 『하늘은 맑건만』건전한 교우 관계는 청소년들의 원만한 성장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친구로부터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학교 폭력, 혹은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들은 크고 작은 두려움에 휘둘려 그 상황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그 두려움에 지지 않는 용기와 양심의 힘을 보여주는 청소년소설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현덕의 단편소설 『하늘은 맑건만』에 등장하는 소년 ‘문기’이다.
이제 여름 방학이다. 지난 학기 동안의 교우 관계를 되돌아 보고, 혹시 ‘문기’ 소년과 같은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방학 기간을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친구의 괴롭힘을 이겨 낸 소년 ‘문기’ 의 양심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하늘은 맑건만』은 주인공 문기가, 고깃간 주인의 착각으로 더 받은 거스름돈을 친구의 꾐에 넘어가 모른 척하고 썼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떳떳이 하늘을 쳐다보지 못한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현행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이 소설은 주인공 문기가 숙모와 작은아버지 몰래 샀던 공과 쌍안경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놀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작은아버지에게 그 물건들이 발각되면 큰일 날 것 같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며칠 전 그는 숙모의 심부름으로 고깃간에 갔다가 받아야 할 거스름돈의 열 배에 해당하는 돈을 받게 되었다. 이 사실을 학교 친구 수만이에게 털어놓게 되고, 수만과 같이 그 돈으로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 사고, 환등 틀(기계)을 사서 용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공과 쌍안경이 작은아버지에게 발각되어 그는 출처를 추궁당했다. 그는 수만이가 준 것이라 둘러댔다. 그렇지만 남이 준다고 해서 덥적덥적 받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작은어버지의 꾸지람을 듣고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그는 쌍안경과 공을 골목과 개천에 버린다.
한편, 환등 틀을 사러 가자는 수만의 제안을 거절하자 수만은 문기가 자신을 속이고 혼자 돈을 다 쓴다고 생각해 그를 괴롭힌다. 수만의 괴롭힘에 그는 숙모의 돈을 훔쳐 수만에게 준다. 하지만 숙모의 돈이 없어지자 아랫집 심부름꾼 점순이가 누명을 쓰고 집에서 쫒겨나게 된다. 이를 본 문기는 더 괴로워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 위해 선생님을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선생님에게 진실을 고백하지 못한 문기는 결국 교통사고를 당한다.
주인공 문기의 내적 갈등은 양심과 비양심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잘못 거슬러진 돈을 갖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마음과, 그동안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사고 앞으로 용돈벌이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또 다른 마음이 충돌하면서 갈등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주인공이 자신의 솔직한 양심을 택하기까지 그의 마음은 컴컴했다. 이런 컴컴한 마음은 결국 문기를 교통사고에 이르게 했다.
문기는 정신을 차린 뒤 모든 것을 고백하고 후련해진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처럼 이 소설은 우리가 잃어버릴 수 없는 양심에 관한 이야기로서 독자의 마음에 큰 울림을 전한다.
악동에 대처하는 용기의 힘
이 작품에서는 특히 ‘수만’이라는 인물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수만이가 현대 사회에 살고 있다면 그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이 된다. 돈을 빼앗거나 일부러 달려들어 몸으로 부딪치는 행동뿐만 아니라 담벼락이나 칠판에 남을 비방하거나 험담하는 내용을 적는 것도 학교 폭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요즘이라면 수만이는 아마도 SNS에 그런 글을 올릴 것이다. 그는 아마 현대 초기 청소년소설에 드러나는 ‘악동’의 전형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악동의 계보는 가장 최근의 청소년소설 범유진의 『리와인드 베이커리』에 등장하는 ‘이찬우’라는 인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겉으로는 다재다능한 호남형의 인물 같지만, 이면에 친구들 간의 거간꾼으로 심하게 이간질을 하거나 교묘하게 거짓 소문을 퍼뜨려 친구를 고립시키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지킬과 같은 인물이다.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한별’이 악동 ‘이찬우’를 이기기 위해 친한 친구 2명과 연대를 통한 대처의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유념할 만하다.
수만이에 비해 주인공 ‘문기’는 순박하여 다른 사람의 말에 잘 넘어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수만의 협박에 휘둘리고 그로 인해 갈등이 심화된다. 그러나 이 소설은 아이의 순수하고 솔직한 마음이 변절되어 버린 어두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라는 말이 있다. 나의 삶은 나의 선택과 결정으로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애초에 ‘수만이가 시키는 대로 끌려 하기만 하면 남이 하래서 하는 것이니까 어떻게 자기 책임은 없는 듯싶었다.’는 것은 문기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누가 시켜서 혹은,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따라 하는 삶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삶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커지게 될 것이다.
이케다 다이사쿠 세계계관시인은, 남을 괴롭히는 인간은 강한 인간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장 약하고 추한 마음을 지닌 인간이라 지적했다. 그리고 그런 폭력적인 인간을 강한 것처럼 착각하는 데 ‘집단 괴롭힘’의 근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 괴롭히는 자에게 굳건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지지 않는 마음으로 두렵지만 용기를 내야 한다.
“‘용기’는 두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을 느껴도 그 두려움에 지지 않고 계속 도전해야 참된 용기이다. 그 사람이 세계를 바꾼다.” 이것은 세계계관시인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의 말이다.
<참고 서적>
이케다 다이사쿠, ‘집단 괴롭힘의 근원’, 『지지 않는 청춘』(조선뉴스퍼레스, 2015), 34~35쪽.
범유진, 『리와인드 베이커리』(슈크림북,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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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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