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8월 5일 오전 9시. 아침부터 숨이 턱 막히는 더위에도 해평면 낙산1·2·3리 주민들이 낙산3리 원촌경로당에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낙산리 고분군을 마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견학을 떠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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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가야박물관 관람(사진 도수길 기자)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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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견학은 구미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의 일환으로, 경북문화신문이 낙산리 주민들과 함께 가야 고분군의 중심지인 경북 고령을 찾아 고분군 활용 사례를 직접 살펴보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견학에는 낙산리 주민 32명을 포함해 총 40명이 참여했다. 낙산 1·2·3리 주민이 함께 견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특히 마을이 보유한 고분군이라는 자산을 주민 스스로 이해하고 활용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주민들은 먼저 고령 대가야박물관과 왕릉전시관을 관람하며 가야 고분군의 역사적 가치와 지역 활용 사례를 살펴봤다. 고분 내부를 모형으로 재현한 전시관과 가야 유물, 역사 해설 등을 통해 주민들은 고분군이 단순히 유물로 머무는 것이 아닌 교육·관광 자원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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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엿체험(사진 도수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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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방문한 개실마을에서는 전통 한옥마을 해설 투어와 함께 전통 엿 만들기 체험이 진행됐다. 개실마을은 500년 전 점필재 김종직의 후손들이 정착해 지금까지 18대째 종가가 이어지고 있는 선산(일선) 김씨 집성촌으로, 역사적 공간을 마을 관광 자원으로 연결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견학을 주최한 안정분 경북문화신문 대표는 “2018년 지역사 공부를 하면서 들녘 한가운데 서 있는 낙산리 삼층석탑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석탑을 보기 위해 수십 번 마을을 드나들며 고분군과 마을 전체로 관심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이 문화유산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장과 노인회장 등 어르신들로부터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인해 건축물 신축 제한 등 불편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충분히 공감한다”며 “하지만 고분군을 잘 활용해 지역을 살려내는 지자체도 많다. 이번 고령 견학을 통해 ‘우리 마을도 가능성이 있겠구나’ 하고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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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분 경북문화신문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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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낙산리는 삼층석탑과 고분군 반경 500m 이내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건축행위나 개발 등에 제약이 따른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오랫동안 불편을 겪어왔고, 문화재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견학을 통해 문화재가 ‘제약’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환의 계기가 마련됐다.
유칠룡 낙산3리 노인회장은 “마을 전체가 함께 견학을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주민들이 직접 고분군 지역을 둘러본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낙산리는 고분군으로 인해 집을 짓는 데 제약을 받는 등 그동안 피해만 봤다. 이번 견학을 통해 고분군이 마을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잘 판단해보고, 이를 통해 마을 발전의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오기 낙산3리 이장은 “고령은 고분군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낙산리 고분군에는 유물도 남아 있지 않고 활용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