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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어루만지다 (22)]행복한 성장을 위한 최고의 진로지도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8월 27일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김려령의 『완득이』
ⓒ 경북문화신문
무더위는 여전하나 개학과 더불어 2학기가 시작되었다. 2학기에는 졸업생은 물론 재학생들도 학년 진급을 앞두고 진학·진로에 대한 관심이 더해지기 마련이다. 이 시기에 읽기 좋은 청소년 소설이 있다. 김려령의 『완득이』이다. 영화도 있으니 곁들여 보면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완득이』의 주인공 ‘완득이’는 다문화 가정 자녀이다. 아버지는 난쟁이이고, 어머니는 베트남인이다. 이 소설에서 청소년 '완득이'의 삶의 상황을 크게 보면 모두 다문화적 문제에 포괄되지만, 여기서는 다문화 가정 청소년 ‘완득이’의 행복한 성장의 요건 중 특히 진로 찾기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완득이’에게는 ‘소설가’란 별명이 있었지만, 본인도 전혀 소설가가 제 진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체격 조건이 좋고, 울분을 토해내기 위한 싸움의 전적이 빛나는 등 이른바 다중지능 중 신체운동 지능이 뛰어난 학생의 면모를 보여 왔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최고의 진로지도

그러던 중 완득이는 외국인 노동자 쉼터에 머물며 킥복싱을 배우고 있던 인도네시아인 핫산을 우연히 만나 체육관에서 함께 그 운동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맹부삼천지교’의 실행자인 아버지는 신체적 장애자로서 춤을 추고 있긴 하지만, 자신이 춤을 추는 것이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기에 그는 춤을 싫어했다. 그래서 팔다리 멀쩡한 아들만은 ‘싸움질(킥복싱)’을 시키지 않고 싶어 한다.
 
그런데도 '완득이'는 킥복싱을 진정으로 마음에 들어 한다. 그는 킥복싱으로 자신의 활력을 키우고 싶다는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네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이것은 철학자이기도 한 헤세가 『데미안』에서 에밀 싱클레어에게 들려주던 당부의 말이 아니던가. 자녀의 내면의 목소리는 마땅히 존중될 필요가 있다. 이런 완득이에게 강력한 우군이 되어 준 사람이 그의 어머니이다.
 
“여태 세상 뒤에 숨어 있던 완득이가, 운동하면서 밖으로 나오고 있잖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제일 잘할 수 있는 거, 하게 놔두세요.”(150쪽)

별거하던 아버지와 다시 만났을 때,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한 말이다. '완득이'의 진로에 대해서 매우 사려 깊게 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완득이'가 운동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헤아리고, 또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라 확인했으니 그것을 잘할 수 있게 해 주자는 것이다. 더구나 열등감으로 숨어 지내다가 그 운동을 통해서 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지 않은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야말로 부모나 교사가 자녀나 학생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진로지도요, 행복한 성장의 조건을 최대로 충족시켜 주는 일이다. 이는 다중지능이론에 바탕을 둔 강점 재능 찾기 노력이 필요하고 또 중요한 이유이다. 이는 또한 교육의 목적이 부모의 집착이 아니라 자녀의 행복에 있다는 원리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이제 여든에 이른 나태주 ‘풀꽃’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하면서 어린 시절에 자기가 꿈꾸었던 자기를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만나는 사람”이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실은 본인의 경우도 아직 어려서 꿈꾸었던 자신을 만나러 가는 중이라고.
 
'완득이'의 진로 결정에 있어 대단원은 아버지와의 화해·인정에서 찾을 수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춤을 인정해 주고, 아버지는 아들의 운동을 인정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리하여 마침내 아버지는 킥복싱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과 아버지가 지녔던 열등감이 오히려 본인들을 키웠다고 긍정적으로 회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긍정적 마인드가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해 준다. 긍정적 마인드 또한 행복한 성장의 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편, 킥복싱 체육관 관장도 완득이의 진로에 대한 이해자이다. 운영 형편이 안 좋아 체육관 문을 닫을 시점이었지만 완득이를 받아야 할 것 같아 폐업을 지연시켜 왔다는 것이다.
 
“이 녀석을 받으면 안 됐습니다. 근데 체격 조건도 좋고, 근성도 남다르더라구요. 제 안에 핵을 품고 있는데, 그거 잘못 뿜으면 여럿 다치겠다 싶어서 받은 겁니다.”( 180~181쪽)

관장님의 이 말에는 가정 사정으로 인한 열등감과 분노를 지니고 있으되 신체적 조건은 우월한 그의 기질을 운동을 통해서 발산·승화시킬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는 교육적 배려가 담겨 있다.
 
그리고 어슬픈 ‘매니저’요, 여자 친구인 '정윤하'와 열등감으로 꼭꼭 숨으려는 '완득이'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담임 이동주 선생의 역할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완득이’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글로벌 어울림 문화 의식’

나아가 다문화 가정 청소년인 ‘완득이’가 행복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보듯 ‘완득이’의 행복은 ‘완득이’나 ‘완득이’ 가정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주변 일반 학생들과 사회 구성원들의 차별의식이 완화되거나 철폐되지 않는 한 ‘완득이’의 행복한 성장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땅의 많은 ‘완득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앞으로 보편적 인간주의에 기초한 ‘글로벌 어울림 문화 의식’을 가진 성숙한 세계 시민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참고 서적>
우동식, 『청소년의 아픈 자리, 소설로 어루만지다』(정인출판사, 2016), 68~71쪽.
↑↑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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