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금속노조 제공 |
ⓒ 경북문화신문 |
|
600일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고공에서 외롭고도 치열한 싸움을 이어온 노동자가 마침내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불탄 공장 옥상에서 극한의 환경을 견디며, 해고와 고용승계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낸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 마침내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구미YMCA는 노동자의 무사 귀환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그 용기와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닛토덴코가 전체 지분을 소유한 외국인투자기업입니다. 닛토덴코는 2022년 10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불이 나자, 그해 11월 일방적으로 법인 청산을 결정했고, 노동자들은 2023년 2월 집단 해고되어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닛토덴코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청산했지만, 또다른 한국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겨 생산을 계속하여 그 사업은 계속 영위했습니다. 한국니토옵티칼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노동자 156명을 신규 채용했으나 이 가운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는 없었습니다.
피해는 노동자에게만 전가되었고, 부조리를 사회에 폭로하고자 박정혜, 소현숙 노동자가 2024년 1월 8일 고공에 올랐습니다. 소현숙 노동자는 건강 문제로 고공농성 476일째인 2025년 4월 27일에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고공농성은 인간으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고통의 자리였으며, 그 자체가 한국 사회 노동 현실의 절규였습니다. 그러나 이 절규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사회가 노사 간의 대화와 교섭에 더 이상 눈을 감을 수 없게 만들었고, 오늘의 철수는 노동과 존엄을 지키려는 숭고한 투쟁이 우리 모두에게 던진 울림이자 결실입니다.
외투기업의 책임 회피,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한 제도, 그리고 무책임한 국가의 부재가 빚어낸 구조적 모순을 온몸으로 드러낸 투쟁이었습니다. 50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여름과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 이어진 외침은 “노동은 존엄하다”는 가장 근본적인 진리를 우리 사회에 다시 새기게 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약속은 선언에서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약속 이행이며, 다시는 똑같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일입니다.
구미YMCA는 이번 고공농성의 600일 투쟁이 던진 역사적 울림을 기억하며, 노동자의 희생 위에 서린 정의를 이어갈 것입니다.
박정혜 부지회장의 땅으로의 귀환은 투쟁의 끝이 아니라, 더 넓은 연대와 변화를 향한 새로운 시작입니다. 오늘의 철수가 희망의 출발이 되기를, 그리고 이 땅의 모든 노동자가 더 이상 고공으로 오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함께 연대하고 동행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