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저물고 있다. 기자는 4월의 끝날에 다시 구미시 무을면에 위치한 ‘연악산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답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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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토 맨발걷기장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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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사(水多寺)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먼저, 오른쪽 계곡을 따라 ‘연악산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이곳 휴양림은 우선 벤치, 들마루, 해먹, 그네 등도 설치되어 있어 휴식을 취하기 좋다. 무엇보다도 여기는 숲속 맨발 걷기장이 있다는 게 장점이다. 황톳길을 아래와 위 두 곳에 마련해 두고, 간이 신발장과 발을 씻는 수도 시설도 두 곳에 모두 갖추고 있어 이용하기에 편하다.
입구 휴양림 안내판 앞 길섶에서부터 나지막하게 맑은 청보라색 꽃이 눈에 띈다. ‘큰구슬붕이’ 꽃이다. 5개의 꽃잎이 별 모양으로 펼쳐지는데, 자세히 보면 꽃잎들 사이에 작은 덧꽃잎이 있어 총 10개의 꽃잎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덧꽃잎(부편)은 꽃이 접힐 때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내부(수술과 암술)를 빈틈없이 밀봉하는 역할을 한다. 재작년 4월말에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보아온 꽃이기에 이맘때가 되면 이곳을 꼭 들러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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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구술붕이(맑은 날)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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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구슬붕이(흐린날)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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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롭게 돋아난 참나무류의 초록잎들이 반그늘을 만들어 주어 더욱 상쾌한 둘레길을 흡족한 마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이곳에서도 수북한 낙엽 위로 큰구슬붕이들이 반가운 듯이 맞아 준다. 이 꽃들은 아직 완전히 푸르지는 않은 봄의 풀밭에서 청보라로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자세를 낮추어 조신한 맵시를 보여준다. 상층부 나무들이 잎을 틔워 하늘을 가리기 전에 골든 타임을 붙잡아 일찍 꽃을 피우는 것은 이 꽃의 삶의 전략일 터이다. 더구나 이 꽃은 태양을 먹고 산다. 곧, 지난주에 왔을 때는 해가 나서 활짝 웃듯 피었더니, 오늘은 개체 수도 많이 줄었고, 날이 흐려 수줍게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러면서 일반 구슬붕이와는 달리 초록 꽃받침이 젖혀지지 않고 꽃통에 단단히 밀착되어 있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 꽃의 대표적인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아마 올해도 봄이 무르익어간다는 희소식이 아닐까. 메마른 낙엽을 헤치고 고개를 내미는 이 꽃을 보고 있으면, 추위와 척박한 환경에서도 희망찬 하늘색을 뿜어내는 그 생명력에 경외심을 느낀다. 그러기에 이 꽃은 ‘그대 앞에 봄이 있다’라는 김종해 시인의 시에서, ‘추운 겨울 다 지내고 /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는 구절을, 복수초에 이어 다시금 실증해 주고 있는 듯하다.
맨발 걷기장을 지나 완만한 임도(林道)를 따라 천천히 산행에 나선다. 길가에는 큰 키로 바로 서 있는 흰색 왕제비꽃들과 더불어 노란색의 애기똥풀과 산괴불주머니들이 초록 일색의 단조로움을 깨뜨려준다. 한 시간 남짓 걸어 고갯마루의 ’장뇌산삼농장‘ 산막에 도착했다. 이곳은 수선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이기도 하다. 정상으로 가는 1.7km 구간에 철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산이다, 지난주에는 시간에 부족하여 오늘 오를 예정이었지만, 이미 철쭉이 지고 있어 생략하기로 했다. 산막 옆에 앉아 구슬을 굴리듯 투명한 되지빠귀의 노랫소리를 벗삼아 간식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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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다사 세 그루의 은행나무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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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다사(水多寺)로 내려와 경내를 둘러본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 옆으로 이 절의 명물인 세 그루의 은행나무들이 희망의 푸른 새잎을 피우며 가을의 황금색 향연을 예고해 주고 있다. 또 대웅전 앞마당에는 300년 수령의 배롱나무 고목이 ‘보호수’라는 푯말을 달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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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피(제피)잎과 열매 껍질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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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를 지나 왼쪽 계곡으로 오른다. 호두나무 과수원의 농막을 지나면 바로 산으로 이어진다. 산 입구에는 이맘때 흔히 ‘제피나무’라고 부르는 초피나무가 군락인듯 많이 눈에 띈다. 가을에 익은 열매껍질은 추어탕의 맛을 내는 ‘제핏가루’의 원료이다. 부드러운 새잎을 따서 장아찌를 담아 먹기도 한다. 특히 경주 지방에서는 이 장아찌를 선호하는 편이다.
지난주에는 이 숲에도 구슬붕이가 더러 낙엽을 헤치고 얼굴을 내밀고 있었는데, 오늘은 아쉽게도 보이지 않는다. 그 곁에 함께 있던 친구인 ‘개별꽃’은 오늘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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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괴불나무 열매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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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은 새로운 명물(名物)을 발견한 기쁨으로 마음이 들떴다. 바로 올괴불나무들이 예닐곱 군데에서 숲속을 밝히는 빨간 열매를 조롱조롱 달고서 길 양옆으로 도열해 있지 않는가. 4월말 이른 시기에 산속에서 볼 수 있는 놀랍도록 반가운 결실! 꽃도 이른 봄에 쌍으로 피고, 열매도 짝을 이뤄 맺는 정다운 나무라 할까. ‘올’이라는 이름답게 부지런한 나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