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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사찰⑤]금강선원의 구미황상동마애여래입상

"당신의 소원을 들어 드립니다!"
안정분 기자 / 입력 : 2019년 12월 20일

구미·선산 지역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에 자리한 곳으로 일찍부터 신라불교 초전법륜지로 주목되어 왔다. 그래서인지 지역에는 크고 작은 절터와 석탑, 불상, 석등 등 통일신라는 물론이고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조성된 많은 불교유적과 유물을 볼 수 있다. 한 지역에서 이렇듯 조밀한 불교유적의 분포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드문 경우다. 본지에서는 신라 불교가 전래된 성지로서 구미·선산 불교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역사를 간직한, 유물과 유적이 남아 있는 사찰을 둘러본다. <편집자주>

ⓒ 경북문화신문

옥계동에서 인동으로 가는 고갯길을 넘으면 ‘구미황상동마애여래입상’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무슨 공장이 나온다. ‘마애사’라는 안내 표지판이 없었다면 길을 잘못 들어선 줄 알고 하마터면 차를 돌릴 뻔 했다. 이런 공장지대에 문화재가 있다니...조금은 생뚱기도 하다. 금강선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사찰 왼쪽 언덕에 솟아있는, 암벽에 새겨진 마애불을 보는 순간 꼭꼭 숨겨둔 보물을 찾은 듯 반가웠다. 

마애불은 바위면에 선각이나 돋을새김기법 등으로 새겨놓는 불상을 말한다. 무엇보다 절벽의 바위면이나 거대한 바위면에 새기기 때문에 이동이 불가능하다. 금동불이나 소조불과 달리 처음 조성 당시의 위치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조성된 위치와 관련된 지역적 특성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또 불교미술 가운데 조각적이면서도 회화적인 독특한 부분이라 할 수 있어 미술품으로서도 의미가 크기도 하다. 특히 보물 제1122호로 지정된 황상동마애여래입상은 금오산마애보살입상과 함께 구미시가 보유하고 있는 보물 중 가치가 높은 구미문화 유산 중 하나다.

자연암벽에 조각된 거대한 불상
거대한 자연암벽 전면에 조각된 마애여래입상은 높이 7m에 이른다. 웬지 소원을 빌면 들어줄 것 같이 영험하게까지 보인다. 전체적 곡선미는 우아하다. 턱이 겹쳐질 정도로 풍만감이 느껴지는 얼굴에 어깨까지 닿을 듯 한 큰 귀, 가늘게 반만 뜨고 아래를 굽어보는 듯 한 시선, 투박한 콧날, 약간 작은 듯한 야무지게 다문 입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얼굴을 비롯해 어깨며 팔다리 등 몸 전체가 비만에 가까울 정도로 풍만하다. 후덕한 상이다. 
또 민머리 형태인 소발(素髮)에 머리 위의 육계(肉髻)를 갖추고 있다. 머리위에는 고려시대의 불상에서 많이 보이는 별도의 판석으로 갓 모양이 얹어져 있지만 일부는 파괴된 듯하다. 짧은 목에는 삼도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고 가슴에서 합장한 양손은 다소 부자연스럽다. 어깨를 덥고 있는 법의는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옷 주름은 U자형이며 다리 밑에는 연꽃을 새긴 대를 갖추고 있다. 전체적인 양식이나 조각기법으로 보면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어 10세기 이후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마애불 주변에서 발견된, 한켠에 보아둔 기와조각과 탑편(塔片)들은 불상이 조성됐을 당시 주변에 사찰이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문헌 기록은 찾을 수 없다.
ⓒ 경북문화신문

백제군에 쫓기던 당나라 장수가 어느 여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는데
그 여인이 부처님이라고 생각하고...

마애불을 얼마나 감상했을까.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에 넘은 고갯길 이름이 돌 고개 즉 ‘석현(石峴)’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애불은 대체로 교통로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 또한 당시에는 교통로로 이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마애불과 관련된 전설 또한 흥미롭다. 전설에 따르면 백제군에 쫓기던 당나라 장수가 어느 여인의 도움으로 이 바위 뒤에 숨어 목숨을 구했는데 이곳에 있던 여인은 간 곳이 없었다고 한다. 그 여인이 부처님이라고 생각한 장수가 이 바위에 부처님을 조각했단다. 그러고 보니 불상이 여성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당연합군과 백제가 싸웠던 시기는 7세기 중엽 즈음이다. 시기적으로 전설을 받아들이기엔 좀 무리가 있다. 그야말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덧붙여진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좀 더 그럴듯한 전설도 전해진다.(일본 중외일보(1988. 12. 1일자에는 문헌이 있다고도 함)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칠 때 당의 한신 장군이 백제의 포로가 됐다. 그런데 꿈속에서 보살이 포모시자((布毛侍者-중국 항주 승려회통)로 변신해 나타나 도망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한신 장군은 꿈속에서 포모시자가 가르쳐 준대로 작전을 수행해 무사히 도망할 수 있었다. 그 후 한신장군은 당에 돌아갔지만 생명의 은인이었던 아미타불의 얼굴을 생각하고 신라의 영원한 통일을 기원하는 서방정토 극락세계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불상을 조각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현재도 이 불상에 진심을 가지고 소원을 빌게 되면 모두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전한다.
ⓒ 경북문화신문

철저한 보호·보존 필요
이곳 금강선원 불자의 말에 따르면 중국이나 영국에서 오는 여행객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로 이 마애불을 높이평가 한단다. 외국인들의 눈에 이토록 귀하게 보이는 보물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1992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보물로 지정된 후 2002년 훼손 및 안전을 위해 투명구조물이 설치되긴 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마애불을 지탱하고 있는 철재구조물과 바위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다. 마애불의 목 부분도 균열이 진행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주변에 도로신설로 인해 대형차량의 주행이 잦아지면서 소음, 진동 등의 영향를 받을 수밖에. 게다가 빗물을 막기 위해 설치된 구조물인 아크릴 덮개가 여름에는 열을 상승시켜 오히려 훼손이 되는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마애불처럼 천연암벽에 조각되어 있는 석조문화재는 옥외에 위치하기 때문에 비, 바람, 기온, 대기오염, 지하수, 생물 등 자연환경의 지배를 크게 받아서 이들 요인에 의해 원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서서히 반응해 계속 풍화된다. 또 훼손을 막기 위해 설치한 보호시설이 석조물보존에 부정적인 면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보호시설은 석조문화재를 보호·보존하는데 기여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황상동마애불 또한 균열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원인을 밝혀 조속히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 마애불의 보호·보존을 위한 종합적인 연구가 이뤄진 후에 적절한 처방으로 설치돼야 하겠다.

<참고문헌>
『석조문화재 보존관리 연구-경북북부, 서부 및 남부지역 석조문화재』(문화재관리국, 2001), 마애불(문명대, 대원사, 1991), 구미사료집(구미문화원, 1998).



안정분 기자 / 입력 : 2019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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