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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부터 잘못 꿰고 있는 ‘구미시 주민자치’ 과연 실효성은?

안정분 기자 / 입력 : 2020년 06월 11일
동네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실천할 것인가. 정부의 정책방향이 주민참여형으로 전환되면서 각 지자체에서 주민자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앞서가는 지자체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수행하던 주민자치센터 운영, 심의·의결, 행정에 관한 협의 등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행정사무 위·수탁, 자치계획 수립 및 실행 등 권한과 책임이 강화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구미시는 이미 한계에 봉착한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주민자치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본지에서는 창간 15주년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구미시 주민자치 첫 단추 ▶2. 주민자치 왜 필요한가 ▶3. 다른 지자체의 운영 및 확산방향 ▶4.  구미시 주민자치활동의 지속적인 과제 ▶5. 구미의 주민자치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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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주민자치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구미시가 지난달부터 각 읍면동별로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기존 단체와 마찰을 빚는 등 순조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는 지난해 10월 ‘구미시자치센터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조례시행 규칙에 따라 주민자치위원회 구성을 위해 지난 5월부터 각 읍면동별로 모집공고를 내고 있다. 11일 현재 27개 읍면동 중 상모사곡동과 원평동, 형곡1동 등 3개동이 구성을 완료했고, 비산동을 제외한 나머지 읍면동이 공모를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위원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담당 공무원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읍면동에서는 이로 인해 기존단체와 마찰을 빚는 등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그런데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한 설명회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모집공고를 내기 전에 급하게 각 읍면동별 실무자를 중심으로 직무교육을 한 것이 전부다.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집행교육이 힘들다며 직무관련 전달 정도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주민들이 대부분 자치위원회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데도 모집공고에는 위원회의 개념이나 역할 등에 대한 설명조차 찾기 힘들다. 

지방자치분권을 지지하고 있는 활동가 A씨는 “읍면동에서 공고한 모집 안내를 보면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매월 소정의 시간을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 밖에 없다”며 “공고문만 보더라도 구미시가 주민자치에 대한 관심이 하나도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미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제 21조’에 주민자치위원회 기능을 수행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주민들이 직접 조례를 찾아 봐야 하는 실정이다.

또 읍면동장의 위촉에 따라 위원들이 구성되다보니 기존의 관변단체와 다르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민들은 주민자치위원회가 또 다른 관변단체 중 하나로 보는 경향이 많다. 현재 각 읍면동에는 발전협의회, 새마을지도자회, 바르게 살기, 마을보듬이 등 읍면동마다 10개 내외의 관변단체가 존재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기존 단체의 회장들이 위원이나 위원장으로 구성되면서 이로 인한 불만도 적잖다.

김낙관 의원은 5일 열린 총무과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 “주민자치위원회 구성으로 인해 읍면동마다 시끄럽다면서 기존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특정단체와 부딪혀 잡음이 생기고 있다"며 "자칫 주민자치위원회가 옥상옥이 될 수 있는 맹점이 있다. 읍면동의 특성에 맞는 구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의원 역시 “위원회 구성에 있어 기존 단체 회장을 배제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복되고 있다으며 금천구의 경우 청소년분과 위원회가 있는 등 잘 운영되고 있다”며 “급하게 구성하기보다 타 지자체 벤치마킹 등을 통해 충분히 논의하고 공부해서 구성해야한다”고 말했다.
김택호 의원은 “주민자치위원회 구성을 두고 불만들이 많다. 상모사곡동의 경우 추가모집을 계획하고 있는데 위원들의 구성에 있어 성비, 연령, 직업 등을 고려해서 구성하라”고 당부했다.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에 근거해 구성되며 주민자치기능, 문화여가기능, 지역복지기능, 주민편익기능, 시민교육기능, 지역사회진흥기능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지역공동체 형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1999년 시범 실시 이래 현재까지 각 지자체 읍면동별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거나 결정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현재 경북도내에서는 포항시와 구미시를 제외한 11개 시군에서 주민자치센터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주민자치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운동가 B씨는 “구미시는 타 시군구에서 벌써 20년 전부터 운영해오다 결국 한계에 봉착한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며 “활동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마을보듬이, 발전협의회 등 관변단체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을 중복 위촉하면서 20년 전 다른 지역의 사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공무원들 스스로 ‘주민자치위원회’ 무용론을 들고 나올 것이 뻔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행안부에서는 동장이 위촉하는 자문기구 형태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실효를 다했다며 보다 능동적인 책임성이 많이 부여되는 주민자치회로 전환을 독려한지 오래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바탕으로 읍면동장이 위촉하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아닌 주민들이 직접 위원을 자율적으로 선출하는 ‘주민자치회’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중심이 아닌 시작도 민과 같이 가야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지금이라도 중간조직을 만들어 주민을 참여시켜서 함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시범사업으로 주민자치회를 선정해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안정분 기자 / 입력 : 2020년 0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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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형곡동에서 사곡오거리로 아우토반 넘어가는 시작점부터 화물차들이 대놓고 주차해 놓던데 그 큰 도로에 화물차 주차가 말이 됩니까? 구미시는 왜 가만히 방치하는지 사고 나야 소잃고 외양간 고치려는지
특별히 개성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희소성도 없고
그래서 가은중은 고려대 우리는 구미대? "
지자체나 출연기관, 보조금 단체 등이 주관하는 대부분 행사들이 취지나 명분만 포장하고 있고 내용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사말과 자아자찬에 기념사진 남기기가 주요 사안인 것 같다. 다른 지역도 어느정도 닮은 꼴이겠지만 변화와 발전을 위한다면 좀 바뀌어야한다. 사진찍기에 동원되는 관계인들도 관계를 위한 자리가 아닌 목적과 가치를 짚어보는 자세로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구미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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