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모두가 다릅니다. 같은 그림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어도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내가 바라는 세상, 여러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름답거나 따뜻한 세상은 결국 내 마음의 우물에서 샘솟는 인정의 두레박이겠지요. 누군가를 위해 그 인정의 두레박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조영숙 시인/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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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싶은 세상을 찾기로 했다아들이 셋입니다. 남편까지 합치면 모두 넷, 여자는 저 하나죠. 어렸을 때 오빠 셋, 남동생 하나에 저는 귀한 외동딸이기도 했는데요. 그 귀하다는 말이 꼼짝달싹 못하는 그런 존재기도 했죠. 표면적으로는 보호였지만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해보지 못한 시기였기도 하죠. 그건 안 되고,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안 되는 천지의 세상에서 살았다고나 할까요. 남동생이 미술을 전공했는데 그래서 더 안 되는 이유기도 했죠. 결혼하고 남편이 서각을 해요. 아들 셋 중 막내가 또 미술을 전공하니 약간의 유전적 영향도 무시할 순 없겠죠. 환경이 사람을 움직이게 해요. 어느 날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막내를 가져 배는 부른데 무작정 동네 미술학원에 등록하고 선긋기를 했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 내가 그리고 싶은 세상이 있었다어린이 도서연구회 활동을 했어요. 그림책을 접하면서 동화 속 인물들에게 마음을 홀딱 뺏겼지요. ‘검정 고무신’을 읽고 어린 시절의 향수가 그리웠어요. 시골의 풍경들 속에 오도카니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그려졌어요. 주인공을 그리고 예쁘고 앙증맞은 검정 고무신도 그렸지요. 그러다보면 나도 몰래 유년시절 풍경 속으로 들어가곤 했어요. 동화를 읽고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좋았어요.
# 수채화를 그리는 이유도 있었다 맑은 세상이 좋아요. 그리고 수채화는 그리움과 아련함도 있구요. 대상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디테일, 모든 시선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몰입, 그 온전함이 너무 좋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물과 색채를 이용해서 표현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농도에 따라 더 깊은 곳까지 표현하는 작업들이 때론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하는 쫄깃함도 있구요.
# 요즘 즐겨 그리는 그림도 있다수국이 너무 예뻐요. 그 보랏빛 빛깔도 좋구요. 해바라기를 그리거나 작약을 그리는 사람은 많아요. 내가 좋아하는 꽃이 수국이기도 하지만 남들이 많이 그리지 않는 수국을 그리고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보라색 옷을 입지는 않아요. 그건 내가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빛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림을 통해 수국은 다양한 빛과 색을 이용할 수 있어요. 어떤 이는 사진 같다는 말을 해요. 칭찬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아는 수국이라는 뜻이기도 하죠. 그보다는 내가 그린 수국을 통해 수많은 빛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같은 듯 서로 다른 세상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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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통해 얻은 보람도 있어요2012년부터 전시회에 참가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물론 혼자는 아니고 함께 그림을 그리는 동호회에 가입되어 있어요. 올해는 12월 8일부터 13일까지 구미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실에서 그림으로 소통하는
전시회가 있습니다. 그림을 통해서 구미문예공모전에서 수상도 하고, 대한민국 정수대전, 낙동예술대전, 독도문예대전 등에서 입상도 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다 보람있죠.
# 아름다운 글귀로 나눔을 실천하다
그림을 그리다보니 캘리그라피를 하게 되었답니다. 마음에 드는 글귀를 쓰다보면 문득 그에 걸맞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고 하는데요. 때로는 치유가 되기도 하고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힘든 사람을 보면 나도 몰래 글씨를 쓴다는 그녀입니다. 화가라는 말보다 그림쟁이라는 말이 더 좋다는 그녀, 집 안 어디에도 나만의 공간, 화실은 없지만 거실 한 켠에서 오늘도 캔버스를 마주합니다. 보랏빛 꽃잎 하나마다 제각기 다른 빛으로 채색되지만 그들은 모두 수국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손 끝에 모입니다. 탐스런 꽃송이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너무 예쁜 글입니다~
12/22 03:27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