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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계획됐던 왕산 가문의 독립운동가 14인 동상 조감도. 하지만 이 동상들은 지금 설치되지 못하고 경기도의 공장 창고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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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가 왕산 허위 선생 가문의 독립운동가 14인의 동상을 수년째 창고에 방치해놓고 지역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하고 나서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구미시는 지난 4월부터 지역독립운동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4,400여만 원을 들여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용역은 선산농민항쟁, 의병전쟁, 임은동 독립만세운동, 진평동 독립만세운동 등 구미지역에서 전개된 독립운동 활동 사항과 항일유적지, 독립운동가를 조사·연구해 ‘구미지역 독립운동사’를 발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지난 8월 15일에는 광복절을 맞아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 60명을 알리기 위해 시청 주변 도로 등에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하나하나 새겨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시는 지역 독립운동역사를 재조명하고 되새긴다고 하면서 막상 지역의 독립운동가 동상은 수년째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왕산 허위선생 가문의 독립운동가 14인의 동상은 갈 데가 없어 경기도의 한 공장 창고에 보관돼 있다.
수자원공사가 공원을 조성할 당시 2016년 계획대로라면 현재 왕산 허위선생 가문의 기념 동상은 산동면 국가산단 4단지의 물빛공원에 조성됐을 것이다. 하지만 산동면 주민들이 지역명 반영을 주장하며서 반대하자 2019년 3월 ‘물빛공원’이 ‘산동물빛공원’으로 이름이 변경되고 공원 내 광장은 ‘왕산광장’에서 ‘산동광장’, 누각은 ‘왕산루’에서 ‘산동루’로 바뀌면서 왕산 허위 선생 일가족 14명의 동상은 갈 곳을 잃었다.
동상 활용과 관련해 공원을 조성한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현재 동상의 위치를 확인시켜주면서 “동상에 대한 권한은 이미 지자체에 이관된 상황으로 현재 권한은 구미시에 있다”고 답변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동상은 왕산기념관 인근으로 세울 계획이라며 유족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는 공원명칭이 변경될 2019년 당시부터 동상을 왕산 허위 선생 기념관에 세우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도 유족과 협의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역사에 관심이 많은 시민 A씨는 "구미시는 제작된 동상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하면서 또다시 지역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한다는 나서고 있다"며 일관성 없는 행정을 꼬집었다. 이어 "시의 행태로 보아서는 과연 시민들이 항일의병운동을 한 왕산 허위 선생 일가족 14명의 동상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역사전공자 A씨는 "지역 독립운동사는 연구와 선양사업이 병행돼야 한다"며 "연구와 선양은 상관관계가 있다. 즉 서로가 서로를 뒷받침할 때 모두 소기의 성과를 거둘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작된 왕산 허위 선생 가문의 동상은 잘 활용해 선조들의 독립정신을 이해하고 구미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왕산 허위 선생은 구미 출신으로 을사조약 당시 의병을 일으켜 일제에 항거하다 1908년 체포돼 서대문 형무소에서 제1호 사형수로 순국했다. 안창호·안중근 의사 등과 같은 독립유공자 서훈 1등급이다. 왕산 가문은 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 14명을 배출해 독립운동가 명문가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