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렇다 할만한 구미문화를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경북의 다른 소도시들처럼 전국단위의 문화행사가 없다는 것. 각종 이득권이 딸린 대회나 행사 정도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장점을 하나라도 꼽으라면, 작으나마 많은 동아리 활동들이 활성화된 듯 보인다. 전문적인 단체가 아니더라도 비교적 쉽게 접근하고 즐기는 문화가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매해 반복되는 경우이다 보니 이 또한 기득권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부분은 전문적인 단체에서도 마찬가지다.
구미의 문화는 이끌고 있는 소수의 주류와 이를 바라보는 구경꾼으로 나눠지는 듯하다. 많은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건만 안타깝게도 극소수의 사람들이 리더가 되어 이끌어 가고 있다. 이끌고 있는 부류와 구경꾼 부류만 있는 셈이다. 구경밖에 할 수 없으니 굳이 나서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구미문화가 정체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새로운 리더 혹은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무언가가 필요치 않을까 한다. 구미문화에 대한 현안을 가지고 진심을 다할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중심부부터 얽히고 설킨 거미줄을 걷어야만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들자면, 문화를 주체하는 단체의 리더조차 어느 순간 예술인이 아닌 상인의 길이 우선인 듯하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들의 상한 물은 아래로 흘러 그 많은 구미문화단체를 그대로 물들이고 있다.
구미의 문화가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한마디로 요약하든 장문으로 하든 언뜻 드러나는 것이 없다. 타 지역 사람들이라면 가장 먼저 정치와 경제에 관련해서 구미를 떠올리지 않을까? 구미의 문화는 구미시민 모두가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어느 특정 분야의 사람들이 정립해 놓은 것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구미문화라고 할 수 없다.
음악, 문학, 미술 등의 특정 분야만의 문화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문화구성원이 되어야한다. 인식의 전환이 될 수 있는 시발점이 생기면 좋겠다. 그 구성원들이 문화 인식이나 참여 의지의 여력조차 없다면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 있겠으나, 탄산수 같은 마중물을 누군가 한 명이라도 맛보고 우리가 풍문으로라도 솔깃해질 수 있다면 그렇게 그런 식으로 시작은 되지 않을까.
구미의 공연문화를 보면, 무엇인가 여기저기 동네방네 많이들 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지만 이 동네 저 동네 모두 같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또 올해도 별반 다른 게 없는, 어떨 땐 식상하기도 하다. 누구든 직접 가보지 않아도 훤히들 알고 있는 수준이랄까. 새로운 문화의 음미나 풍요로운 혜택 따위는 익숙함과 편리함만을 꾀하는 기존 문화 행태에 밀렸다. 구미문화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구미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문턱이 조금 더 낮아지길 바란다.
문화예술 분야 공기관은 구미 시민문화의 후원자이자 조력자이다. 소도시의 관료적인 탁상행정으로 어마어마한 혈세가 얼마나 허무하게 지출되는지 꼬집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문화 활성화의 결정권자들이 조금 더 다양하고 진취적인 자세로 눈과 귀를 열어 줄 수 있다면, 많은 평범한 시민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까 한다. 구미문화에 대한 즐거운 긴장과 새로운 시도가 귀찮은 과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
지역의 한 예술인으로서 공연을 기획하고 참여하거나 관람을 한 경험을 이야기해 본다. 단편적인 시선일 수 있으나, 매해 단체들의 정기공연을 보면 내용이 동일한 경우가 많다. 공연관람을 자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볼거리로 여겨질 수 있겠으나 상투적인 프로그램으로 성의 없이 매해 돌리는 경우들이 너무도 많다. 과장하자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방식의 같은 내용을 밀린 과제처럼 해치우는 공연이다. 모 협회의 정기공연의 경우는 그저 예산수행을 위한 시민을 농락하는 퍼포먼스 수준이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고 싶은지, 아니면 구미시민을 개구리로 아는지 스스로 우물에서 나오질 않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결과가 나오는 이유들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아무도 그런 것들에 대한 지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화주체자들부터 문화에 대한 인식이라곤 말도 못하게 빈곤한 수준이며, 그런 인식에 대해 알든 모르든 상관조차 없이 서로의 얼굴들에 입이 없는 가면들만을 씌워주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 서로서로 씌워주는 꼴이니 부끄럽지도 않거니와 말 없는 합의와도 같다. 누군가가 벗기 시작해야 한다. 아니면 상대를 벗겨 버리든가. / 구미시 봉곡동(문화예술인)
※본 지는 구미문화재단 출범 및 구미문화도시 선정 공모를 앞두고 구미문화에 대한 문제점, 개선방안 등 지속가능한 구미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관계자 및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작년 한해 문화의 담론이 생산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태생이 불분명하고 좁은 공간이었지만 이른바 '문화도시추진단'은 구미의 문화를 가지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습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저는 장님이 만지는 코끼리를 계속 떠올렸습니다. 서로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중력의 작용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말입니다. 생계를 위한 보조 사업, 도시재생 사업, 단체 과시 행사 등 익숙한 문화적 행위들만 나열될 때 시민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구경은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화사업이나 행사가 구미의 문화를 위해 배제될 요소는 아닙니다만, 구미의 문화는 이들의 합을 넘어서는 지점이 되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시민들의 문화창조 행위는 발디딜 틈이 없어지고, 보고서 작성에 급급한 지자체의 협소한 시각은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 셈이지요.
지금부터라도 담당 부서 혹은 중간 조직은 문화를 보는 시각을 갖추어야 하리라 봅니다. 시민들의 취미, 학습, 생업을 망라하고 농촌-도시, 계층, 소수자 등을 묶는 문화 밸트에 착안해서 그야말로 시민들의 삶을 문화로 엮어내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01/06 09:24 삭제
지역 예술인의 아픔이 선홍빛처럼 묻어나는 글입니다.
문화라는 껍데기 가면을 쓴 장사치들의 이권 투전이 지역 문화예술의 현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여기에 지역 예술인들마저 물들어가거나 그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면 참으로 끔찍한 일입니다.
외면하면 그만이라는 생각, 나만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이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용기 있는 글에 박수를 보냅니다.
01/04 16:22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