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구미

기자가 가봤다] 선산주조 500년 전통과 맛을 잇다

신수진 기자 / 입력 : 2023년 01월 05일
ⓒ 경북문화신문
흔히 서민의 술이라고 알려져 있는 막걸리. 마트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는 한국의 전통 술이다. 그런데 기자가 만난 선산탁주는 외관도 가격도 맛도 ‘아무 곳이나 막 걸리’는 그런 흔한 술이 아니었다.

선산김씨 오백년 가양주 '선산탁주'
 
ⓒ 경북문화신문
ⓒ 경북문화신문
뽀얀 탁주처럼 하얀 파사드, 담담한 서체에 담긴 소개 글 너머 투명하게 비치는 맑은 청주처럼 선산주조의 내부 모습이 한 번에 들어온다. 문이 열리자 웰컴룸에서는 시음회와 클래스가 기다리고 있고, 사무실 넘어 항아리가 줄지어 서 있는 곳엔 제조실이 보인다. 다시 통로로 들어가니 병입실(술을 담는 곳)에는 판매를 기다리는 선산탁주들이 나란히 줄지어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관광객처럼 이리저리 정신없이 둘러보고 나니 선산주조 김강민 대표가 술을 한 잔 건네며 많이 먹지 말라고 한 마디 올린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잔이 비워졌다. “이거 막걸리에요? 와인이에요?”

이어 2021년 구미시 관광기념품 공모전대상을 받고 2년이 지나 선산주조(대표 김강민)로 돌아온 김 대표와의 대화가 시작됐다. 2021년 선산쌀 100% 탁주 거북이 마상배로 대상을 수상하고 난 뒤 선산주조를 만들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당시 판매업 자격이 없었던 김 대표는 사업을 잠시 중단해야했고 시에서는 판매업 자격이 없었던 김 대표에게 상금을 주는 것 외에 별다른 혜택을 주지 못했다. 김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즉 행정처리나 법적인 문제에 따른 안내를 받지 못한 덕에 맨땅에서부터 헤딩하듯 하나하나 스스로 배워나갔다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선산탁주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조선시대 성리학자 김종직 선생이 개발한 전통주(선산약주)가 있었다. 김종직 선생의 후손인 김 대표는 그 당시 단계천물과 선산 쌀로 선비들이 즐겨마시던 남도주의 명맥을 잇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시중에 저렴하게 판매되는 막걸리는 첨가물과 수입산 재료로 만들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지역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차별화되는 술을 만들 수 없을까하는 고민 끝에 ‘선산탁주’가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밑술에 덧술 더하는 삼양주 방식
도수 높아지고 풍미 올라가

ⓒ 경북문화신문
ⓒ 경북문화신문
선산탁주는 보관방법과 재료에 따라 두 가지 제품으로 나뉜다. 맑고 투명한 오리지널 탁주는 12도의 높은 도수에 정통누룩으로 만들어 청주 타입으로 즐길 수 있다. 화학제가 들어가지 않아 단맛이 거의 없다. 기자가 시음한 만들어 보관한지 40일이 지난 오리지널 선산탁주는 와인에 가까웠다. 단맛을 좋아하는 기자에게 다시 한 잔의 탁주가 들려있었다. MZ세대를 겨냥한 스위트라인이란다. 삼양주 방식으로 만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도수 높아지고 풍미도 올라간다. 입에 넣는 순간 은은하게 느껴지는 탄산에 구수하고 부드러운 찹쌀 맛이 느껴졌다. 텁텁함이 없어 아주 부드러웠다. 혀 안에서 맴도는 감칠맛에 자꾸만 입맛을 다셨다. 네 발로 기어갈 순 없으니 그만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고 병을 가만히 응시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 디자인에 눈길이 갔다. 뚱뚱한 막걸리 병이 아닌 길쭉하고 날씬한 와인 병을 연상시켰다. 김 대표는 파란색은 구미의 로고에서 외형은 금오산과 선산 와불상의 형태를 잡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자생력이 우선, 제품 경쟁력 키워야


궁금증이 생겼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첫 사업 운영에 대한 고충을 들어보기로 했다. 지자체의 지원 문제를 기대한 것과는 달리 김대표는 ‘자생력’을 언급했다. 창업자 스스로의 역량을 믿고 정부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남아야 그 다음 계획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원에만 의존하다보면 자신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행정적인 문제와 법적 절차에 대한 정보와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담당 인력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또한 투자처를 찾고 판로를 개척하는 부분도 어려웠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또한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 타 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탓에 대부분의 도움을 서울에서 받게 됐다며 문화의 다양성이 부족한 부분이 아쉽다고 밝혔다.

'술도 문화다' 해평에 복합문화공간 만들 계획

마지막으로 향후 10년 후의 계획과 김 대표 스스로가 생각하는 청년 사업가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 담담하게 오퐁드부아(대구), 자유원(군위)를 예로 들며, 해평에 48시간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양조장을 함께 지어 휴식과 맛 체험을 두루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미래창업자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멘탈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돈 벌 아이템보단 돈 되는 가치를 가진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항상 눈, 귀를 열고 다녀야 한다"며 내공 있는 답변을 남겼다.

한편, 선산주조의 탁주는 오는 2월부터 온·오프라인으로 판매될 예정이며 4월부터는 금오산로컬푸드직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신수진 기자 / 입력 : 2023년 01월 05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김천 ‘부곡택지1호공원’ 전면 새단장..
개그맨 이선민, 구미시 홍보대사 위촉..
직접 키운 버섯, 가공식품으로 부가가치 창출...착한영광버섯마을 손광식 대표..
`정원`으로 사람과 도시, 농촌을 잇다...`가드닝브릿지교육원` 김경애 대표..
상주시 함창읍, ‘우리 아이들 옷과 운동화 지원’..
[서장우의 일상(4)]어디가 불편하세요?..
구미 수점동 십수 년 묵은 주민 숙원 도로 전 구간 개통..
상주시 화령장전승기념관, 전국 무궁화 명소 4곳에 선정..
톡 쏘는 겨자처럼, 농촌과 도시를 잇다…‘겨자식생활’ 김재훈 대표..
경북보건대 AI융합학부 스마트물류과, 9월부터 `물류관리사 전문자격증반` 운영..
최신댓글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오피니언
마중 나온 아들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평소 다니던 정형외과 의원에서 문자가 왔다.".. 
<작가노트> '새마을'이라는 이름은 오래전 .. 
8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여론의 광장
방통대 중문과 한시 모임 ‘불역시호’, 구미서 여름 캠프 개최..  
LG두드림봉사단, 취약계층 1인 가구 위해 `보람찬 한 끼` 나눔..  
국립금오공대, 집단연구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선정..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