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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서민의 술이라고 알려져 있는 막걸리. 마트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는 한국의 전통 술이다. 그런데 기자가 만난 선산탁주는 외관도 가격도 맛도 ‘아무 곳이나 막 걸리’는 그런 흔한 술이 아니었다.
선산김씨 오백년 가양주 '선산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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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얀 탁주처럼 하얀 파사드, 담담한 서체에 담긴 소개 글 너머 투명하게 비치는 맑은 청주처럼 선산주조의 내부 모습이 한 번에 들어온다. 문이 열리자 웰컴룸에서는 시음회와 클래스가 기다리고 있고, 사무실 넘어 항아리가 줄지어 서 있는 곳엔 제조실이 보인다. 다시 통로로 들어가니 병입실(술을 담는 곳)에는 판매를 기다리는 선산탁주들이 나란히 줄지어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관광객처럼 이리저리 정신없이 둘러보고 나니 선산주조 김강민 대표가 술을 한 잔 건네며 많이 먹지 말라고 한 마디 올린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잔이 비워졌다. “이거 막걸리에요? 와인이에요?”
이어 2021년 구미시 관광기념품 공모전대상을 받고 2년이 지나 선산주조(대표 김강민)로 돌아온 김 대표와의 대화가 시작됐다. 2021년 선산쌀 100% 탁주 거북이 마상배로 대상을 수상하고 난 뒤 선산주조를 만들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당시 판매업 자격이 없었던 김 대표는 사업을 잠시 중단해야했고 시에서는 판매업 자격이 없었던 김 대표에게 상금을 주는 것 외에 별다른 혜택을 주지 못했다. 김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즉 행정처리나 법적인 문제에 따른 안내를 받지 못한 덕에 맨땅에서부터 헤딩하듯 하나하나 스스로 배워나갔다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선산탁주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조선시대 성리학자 김종직 선생이 개발한 전통주(선산약주)가 있었다. 김종직 선생의 후손인 김 대표는 그 당시 단계천물과 선산 쌀로 선비들이 즐겨마시던 남도주의 명맥을 잇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시중에 저렴하게 판매되는 막걸리는 첨가물과 수입산 재료로 만들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지역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차별화되는 술을 만들 수 없을까하는 고민 끝에 ‘선산탁주’가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밑술에 덧술 더하는 삼양주 방식
도수 높아지고 풍미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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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탁주는 보관방법과 재료에 따라 두 가지 제품으로 나뉜다. 맑고 투명한 오리지널 탁주는 12도의 높은 도수에 정통누룩으로 만들어 청주 타입으로 즐길 수 있다. 화학제가 들어가지 않아 단맛이 거의 없다. 기자가 시음한 만들어 보관한지 40일이 지난 오리지널 선산탁주는 와인에 가까웠다. 단맛을 좋아하는 기자에게 다시 한 잔의 탁주가 들려있었다. MZ세대를 겨냥한 스위트라인이란다. 삼양주 방식으로 만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도수 높아지고 풍미도 올라간다. 입에 넣는 순간 은은하게 느껴지는 탄산에 구수하고 부드러운 찹쌀 맛이 느껴졌다. 텁텁함이 없어 아주 부드러웠다. 혀 안에서 맴도는 감칠맛에 자꾸만 입맛을 다셨다. 네 발로 기어갈 순 없으니 그만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고 병을 가만히 응시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 디자인에 눈길이 갔다. 뚱뚱한 막걸리 병이 아닌 길쭉하고 날씬한 와인 병을 연상시켰다. 김 대표는 파란색은 구미의 로고에서 외형은 금오산과 선산 와불상의 형태를 잡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자생력이 우선, 제품 경쟁력 키워야
궁금증이 생겼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첫 사업 운영에 대한 고충을 들어보기로 했다. 지자체의 지원 문제를 기대한 것과는 달리 김대표는 ‘자생력’을 언급했다. 창업자 스스로의 역량을 믿고 정부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남아야 그 다음 계획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원에만 의존하다보면 자신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행정적인 문제와 법적 절차에 대한 정보와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담당 인력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또한 투자처를 찾고 판로를 개척하는 부분도 어려웠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또한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 타 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탓에 대부분의 도움을 서울에서 받게 됐다며 문화의 다양성이 부족한 부분이 아쉽다고 밝혔다.
'술도 문화다' 해평에 복합문화공간 만들 계획
마지막으로 향후 10년 후의 계획과 김 대표 스스로가 생각하는 청년 사업가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 담담하게 오퐁드부아(대구), 자유원(군위)를 예로 들며, 해평에 48시간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양조장을 함께 지어 휴식과 맛 체험을 두루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미래창업자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멘탈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돈 벌 아이템보단 돈 되는 가치를 가진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항상 눈, 귀를 열고 다녀야 한다"며 내공 있는 답변을 남겼다.
한편, 선산주조의 탁주는 오는 2월부터 온·오프라인으로 판매될 예정이며 4월부터는 금오산로컬푸드직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