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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어루만지다 14] 가족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5월 08일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깨어 있는 한 자녀, 가족을 구하다
-유은실의 『순례주택』, 오키 가즈오의 『해피버스데이』


↑↑ 우동식 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경북문화신문
가정의 달, 5월이 다가왔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맞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곤 한다. 곧, 가정은 사회의 기반이다. 가정이라는 작은 단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존중하며 격려하고 성장하면서 조화로운 세계를 만들면 그것이 평화와 행복의 출발점이 된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어려움이나 갈등을 겪고 있는 가정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에 대하여 초조해질 필요는 없다는 전제하에 세계적인 평화운동가였던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는 이렇게 조언했다. “밤바다에 등대 하나가 엄연히 빛나면, 많은 배가 안심하고 항해할 수 있다. 한 사람의 힘 있는 가장이 있으면 가족 모두가 유유히 살아갈 수가 있다.”라고.
 
그런데 보통의 가정에서는 가족을 이끄는 가장이 부모이지만, 때로는 깨어 있는 한 자녀가 그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부득이 자녀가 그 역할을 하게 되더라도 가족이 평화와 행복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효도의 길이기도 하다. 이에 유은실의 『순례주택』과 오키 가즈오의 『해피버스데이』라는 두 편의 청소년 소설을 통해서 그러한 사례를 고찰해 본다.

ⓒ 경북문화신문
『순례주택』의 딸 ‘오수림’ ; ‘1군 가족’들을 사회화 코칭하다
청소년 소설, 유은실의 『순례주택』의 큰 줄기는 ‘수림이네 가족 순례 주택 입성기’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그대로 ‘1군 가족’들, 곧 수림이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언니의 사회화 코칭 과정 같은 것이기도 하다. 순례 씨와 수림이가 1군 가족들의 삶에 대하여 일종의 코칭을 하게 된 것은 순례 씨의 선의의 제안에 의한 것이었다. 곧, 좋은 아파트에서 자기중심적 생활에 젖어 있던 1군 가족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순례주택으로 옮기게 된 상황에서, “온실 밖에서 적응 훈련하게 도와주자.”라며 순례 씨가 마음을 썼다.

이에 따라 수림이의 꿈도 자연스럽게 1군의 자기 가족들이 ‘사고 치지 않고 순례 주택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된다. 집안에서 주체적으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에게 “네 부모는 어리다.”고 되뇐다.

1군 가족들이 시설 좋은 아파트에서 좁은 빌라인 순례 주택 201호로 이사를 오면서 수림이는 아빠, 엄마에게 분리 배출하기와 사적인 인적 사항 묻기 삼가 등 공동생활을 무난히 하기 위해 지켜야 할 두 가지 정도의 규칙들을 말해 주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공동생활의 기본을 지키지 못하는 부적응을 보여 주기도 한다.

요컨대 양식 있는 어른의 ‘최측근’으로서 바르게 배우는 오수림의 역할이 있었기에 ‘수림이네 가족 순례 주택 입성’을 어느 정도 도울 수 있었다. 그녀는 순례 씨로부터 가족을 201호로 데려오는 것을 허락받는 등 ‘쫄딱 망한 집의 구원 투수’ 역할을 한다. 말하지면 오수림은 이 가정의 ‘1군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무시당하는 딸임에도 결과적으로는 가족의 구원자가 되었다. ‘바리데기’가 불나국 왕의 병을 치유함으로써 가정을 살린 바리공주 신화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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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데이』의 오빠 ‘나오토’; 여동생과 엄마를 구하다
오키 가즈오의 『해피버스데이』에서 주인공 아스카는 열한 번째 생일날,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자신의 출생을 부정하는 엄마의 말로 인해 정신의 충격을 받아 실어증에 걸린다. 그 후, 요양차 간 시골의 외갓집에서 아스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자연의 사랑 속에서 잃었던 말을 되찾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이렇게 된 것은 오빠, ‘나오토’가 부모에게서 학대받는 여동생을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 아래 한동안 외할아버지‧할머니 댁으로 분리시켰던 효과이다. 이것이 깨어 있는 자녀로서 나오토의 첫 번째 큰 역할이다. 본가로 돌아와 새로운 마음으로 새 학기를 시작한 아스카는 자신의 짝이 된 쥰코가 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것을 알고 가슴 아파한다. 담임선생님조차 묵인하는 집단 따돌림에 분노를 느끼고 아스카와 몇 친구들이 용기 있게 맞선다. 그리고 아스카는 삶의 고귀함을 알게 해 준 소중한 친구 메구미를 만난다. 메구미는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중증 장애아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채 최선을 다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러나 열두 번째 생일을 얼마 앞두고 아스카는 자신에게 삶의 용기를 심어준 할아버지와 메구미를 잃게 된다.

그런 아스카 앞에 여때껏 딸의 출생을 부정했던 엄마가 가까이 다가온다. 그동안 어릴 적 심장병에 걸린 언니에게 집중하느라 자신은 부모로부터 외면당했다는 피해의식 속에서 살아온 아스카의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받아온 학대를 아스카에게 대물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상담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를 알게 된 엄마는 딸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확인한다. 이러한 엄마의 ‘내면 아이’ 치유를 위해 상담센터를 주선한 것도 오빠 나오토였다. 이것이 깨어 있는 자녀로서 그의 두 번째 큰 역할이었다.

하나의 태양이 떠오르면 지상의 모든 것을 비춘다. 마찬가지로 가족 중 누구라도 한 사람이 깨어 일어서면 그 가족을 모두 행복의 궤도로 이끌 수 있다. 두 편의 청소년 소설, 『순례주택』의 딸 ‘오수림’과 『해피버스데이』의 아들 ’나오토‘가 이를 실증해 주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어버이날’을 맞으며 우리에게 진정한 효도의 의미를 되새겨 주고 있다.

<참고 서적>
이케다 다이사쿠, 『인간혁명의 실천』(화광신문사, 2022),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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