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고

소설로 어루만지다(18)]형제 갈등으로 인한 진로 정체성 혼란의 극복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7월 02일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경북문화신문

↑↑ 이순원의 『19세』
ⓒ 경북문화신문
-이순원의 『19세』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비교’라는 말이 있다. 비교는 그 획일적 잣대로 인해 있는 그대로의 개인을 감싸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부모의 진로지도에 있어서도 자녀들끼리 비교하지 말며, 각각의 자녀에 대한 개성을 인정하고 끝까지 믿어준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와 같은 진로지도 코드로 읽기에 좋은 작품으로 이순원의 성장소설 『19세』가 있다. 성장에 따르는 성적 호기심 등을 제외하면 이 작품의 주류는 ‘정수’의 진로 문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제 갈등의 양상

이 소설에서 주인공 ‘이정수’가 자신의 적성 성찰을 통해 진로를 설정하지 못한 심리적 원인은 ‘형제 갈등’에서 찾을 수 있다. 곧, 가정과 학교의 주위 사람들이 동생 ‘이정수’를 그대로 인식하지 않고 형 ‘이정석’과 비교의 관점으로 대하는 데 대한 반항심이 그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시켜 올바른 진로 설정을 방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의 정체성 혼란은 우선 형의 ‘공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보다 빨리 훌륭하게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구를 찾게 된다. 중 3때 친구 승태네 집에서 그의 공부를 도와주면서 자신도 공부를 충분히 하여 좋은 성적(전교 1등)을 올려놓고도 공부는 형이 성공할 길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렇듯 그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상고를 나와서 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이유도 ‘공부가 아닌 다른 길로 형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나온 조급증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담임도 어머니도 사사건건 형과 비교하여 말함으로써 그를 자극하게 된다. 상고 진학 원서를 써온 정수에게 담임이 왜 형처럼 공부하기 싫으냐고 묻자, 자신은 형과는 달리 얼른 고등학교를 마치고 돈을 벌 생각이라고 대답한다.

집에서 엄마는 인문계 고등학교 가기를 권유하는 말을 듣지 않는 정수에게 형만큼 공부도 못하면서 공부가지고 부모 속을 썩이느냐고 나무란다. 그러자 그는 엄마가 말한 대로 형처럼 공부를 잘하지 못하니까 상고를 가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리하여 그는 ‘공부’를 통한 성공은 형의 전유물인양 포기를 해버리고, 아니면 그것(형의 방식)에 대한 염증을 느껴 고의로 회피하는 듯한 심리를 보여준다. 이와 같이 ‘형은 훌륭한데 너는 왜 그 모양이니?’ 하는 식의 차별 어린 핀잔에 정수가 자기만의 개성을 찾겠다고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한 셈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정수의 이러한 반응을 '자기 개성화(individuation)' 과정의 하나로 본다.

이러한 형제 갈등으로 인한 진로 정체성 혼란이 정수 자신의 적성 성찰의 여지를 빼앗아 버렸다는 것은 우리가 주목할 점이다. 그는 오직 ‘졸업과 동시에 한국은행 같은 데 들어가 남보다 빨리 돈을 벌자는 생각’만 했었다. 그러나 막상 상고를 진학하고 보니 왼손잡이인 정수는 결정적으로 주산 셈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자 그에게는 상업계 공부 전체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상고에서의 부적응은 농사를 지으며 돈을 버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성급한 일탈’을 재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정수에게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진정 나의 적성이 무엇일까?’하는 진지한 고민이라 하겠다.

그의 동료인 ‘김병하’ 학생도 상고가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고 있지만, 그는 그래도 예술(문학)을 하고 싶다는 분명한 자기 성찰이 있었다. 다만, 문학을 하고 싶어 하는 그를 담임 선생님이 잘못하여 ‘밴드부’로 보낸 결과 ‘자퇴와 예술을 말하고’ 다니는 모습이 읽는이를 안타깝게 할 뿐이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과 청소년 자신의 대응 자세

이 작품을 통하여 우리는 자녀나 학생을 저마다의 인격으로 대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바와 같이 비교는 금물이다. 그것은 차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전(佛典)에 앵매도리(櫻梅桃李)라는 말이 있다. 벚꽃은 벚꽃대로, 매화는 매화대로, 복사꽃은 복사꽃대로 오얏꽃은 오얏꽃대로 개성이 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수와 같이 주위 사람들과의 ‘비교’로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에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곧, 형제 갈등으로 인한 진로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의 동생이 아닌 나 자신’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자신의 할 일을 굳건하게 하는 배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예컨대 유은실의 『순례주택』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오수림’은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언니와의 비교를 넘어 차별 혹은 멸시를 받고 있지만, 담임으로부터 생활지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더니, 급기야는 이웃들로부터 ‘너무 예민하지도 않고, 어려운 일 겪어도 어떻게든 한세상 살 것 같은 아이’로 등극한다. 그러면서 ‘어른 아이’에 가까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언니에게 주눅들지 않고, 순례 씨를 따라 오히려 그들에 대한 사회화 코칭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나는 나’라고 당당하게 배짱을 부리기 이전에 철저한 자기 성찰을 통하여 자신의 천부적 소질이 무엇인지 발견하여 자아정체성을 명확히 확립해 둘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은 누구나 자신의 내부에 보석을 지니고 있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그 보석을 찾아내어 한계에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함으로써 그것을 빛내는 사명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 서적>
우동식, 『청소년의 아픈 자리, 소설로 어루만지다』(정인출판사, 2016), 48~52쪽.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7월 02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구미시, 방치된 빈집이 시민주차장으로 탈바꿈..
상주시, 경북 최초 ‘정원박람회’ 연다...내년 10월 예정..
김천시, 김천상무 시민프로축구단 전환 않기로 결정..
김천시의회, 김천시민프로축구단 전환에 `반대` 공식 입장..
인사]구미시..
양옥자 작가의 구미를 그리다(20)]구미 금리단길..
김천시의회, 올해 국외연수 예산 전액 반납..
박상수의 고사성어]백년하청(百年河淸)..
구미 시내버스 이용객 지난해보다 22% 증가..
경북도, 외국인 학위과정 49.1% 증가...전국 평균 2배..
최신댓글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오피니언
어스름 내린 아파트 1층 현관을 나선다. 불 .. 
<작업노트>구미 금리단길은 젊은 감성의 미식과.. 
백년하청(百年河淸) : 일백 백, 해 년, 물.. 
구미의 오랜 숙원사업인 한국식품연구원 경북본부.. 
여론의 광장
방통대 중문과 한시 모임 ‘불역시호’, 구미서 여름 캠프 개최..  
LG두드림봉사단, 취약계층 1인 가구 위해 `보람찬 한 끼` 나눔..  
국립금오공대, 집단연구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선정..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