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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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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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원의 『19세』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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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19세』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비교’라는 말이 있다. 비교는 그 획일적 잣대로 인해 있는 그대로의 개인을 감싸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부모의 진로지도에 있어서도 자녀들끼리 비교하지 말며, 각각의 자녀에 대한 개성을 인정하고 끝까지 믿어준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와 같은 진로지도 코드로 읽기에 좋은 작품으로 이순원의 성장소설 『19세』가 있다. 성장에 따르는 성적 호기심 등을 제외하면 이 작품의 주류는 ‘정수’의 진로 문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제 갈등의 양상
이 소설에서 주인공 ‘이정수’가 자신의 적성 성찰을 통해 진로를 설정하지 못한 심리적 원인은 ‘형제 갈등’에서 찾을 수 있다. 곧, 가정과 학교의 주위 사람들이 동생 ‘이정수’를 그대로 인식하지 않고 형 ‘이정석’과 비교의 관점으로 대하는 데 대한 반항심이 그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시켜 올바른 진로 설정을 방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의 정체성 혼란은 우선 형의 ‘공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보다 빨리 훌륭하게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구를 찾게 된다. 중 3때 친구 승태네 집에서 그의 공부를 도와주면서 자신도 공부를 충분히 하여 좋은 성적(전교 1등)을 올려놓고도 공부는 형이 성공할 길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렇듯 그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상고를 나와서 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이유도 ‘공부가 아닌 다른 길로 형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나온 조급증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담임도 어머니도 사사건건 형과 비교하여 말함으로써 그를 자극하게 된다. 상고 진학 원서를 써온 정수에게 담임이 왜 형처럼 공부하기 싫으냐고 묻자, 자신은 형과는 달리 얼른 고등학교를 마치고 돈을 벌 생각이라고 대답한다.
집에서 엄마는 인문계 고등학교 가기를 권유하는 말을 듣지 않는 정수에게 형만큼 공부도 못하면서 공부가지고 부모 속을 썩이느냐고 나무란다. 그러자 그는 엄마가 말한 대로 형처럼 공부를 잘하지 못하니까 상고를 가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리하여 그는 ‘공부’를 통한 성공은 형의 전유물인양 포기를 해버리고, 아니면 그것(형의 방식)에 대한 염증을 느껴 고의로 회피하는 듯한 심리를 보여준다. 이와 같이 ‘형은 훌륭한데 너는 왜 그 모양이니?’ 하는 식의 차별 어린 핀잔에 정수가 자기만의 개성을 찾겠다고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한 셈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정수의 이러한 반응을 '자기 개성화(individuation)' 과정의 하나로 본다.
이러한 형제 갈등으로 인한 진로 정체성 혼란이 정수 자신의 적성 성찰의 여지를 빼앗아 버렸다는 것은 우리가 주목할 점이다. 그는 오직 ‘졸업과 동시에 한국은행 같은 데 들어가 남보다 빨리 돈을 벌자는 생각’만 했었다. 그러나 막상 상고를 진학하고 보니 왼손잡이인 정수는 결정적으로 주산 셈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자 그에게는 상업계 공부 전체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상고에서의 부적응은 농사를 지으며 돈을 버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성급한 일탈’을 재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정수에게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진정 나의 적성이 무엇일까?’하는 진지한 고민이라 하겠다.
그의 동료인 ‘김병하’ 학생도 상고가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고 있지만, 그는 그래도 예술(문학)을 하고 싶다는 분명한 자기 성찰이 있었다. 다만, 문학을 하고 싶어 하는 그를 담임 선생님이 잘못하여 ‘밴드부’로 보낸 결과 ‘자퇴와 예술을 말하고’ 다니는 모습이 읽는이를 안타깝게 할 뿐이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과 청소년 자신의 대응 자세
이 작품을 통하여 우리는 자녀나 학생을 저마다의 인격으로 대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바와 같이 비교는 금물이다. 그것은 차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전(佛典)에 앵매도리(櫻梅桃李)라는 말이 있다. 벚꽃은 벚꽃대로, 매화는 매화대로, 복사꽃은 복사꽃대로 오얏꽃은 오얏꽃대로 개성이 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수와 같이 주위 사람들과의 ‘비교’로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에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곧, 형제 갈등으로 인한 진로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의 동생이 아닌 나 자신’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자신의 할 일을 굳건하게 하는 배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예컨대 유은실의 『순례주택』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오수림’은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언니와의 비교를 넘어 차별 혹은 멸시를 받고 있지만, 담임으로부터 생활지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더니, 급기야는 이웃들로부터 ‘너무 예민하지도 않고, 어려운 일 겪어도 어떻게든 한세상 살 것 같은 아이’로 등극한다. 그러면서 ‘어른 아이’에 가까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언니에게 주눅들지 않고, 순례 씨를 따라 오히려 그들에 대한 사회화 코칭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나는 나’라고 당당하게 배짱을 부리기 이전에 철저한 자기 성찰을 통하여 자신의 천부적 소질이 무엇인지 발견하여 자아정체성을 명확히 확립해 둘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은 누구나 자신의 내부에 보석을 지니고 있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그 보석을 찾아내어 한계에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함으로써 그것을 빛내는 사명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 서적>
우동식, 『청소년의 아픈 자리, 소설로 어루만지다』(정인출판사, 2016), 48~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