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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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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가 각종 문화·체육 인프라 확충과 도시 브랜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시의 공식 발표나 보도자료 등에서 ‘방문객 수’, ‘면적’, ‘이용자 수’, ‘예산 규모’ 등 정량적 성과에 치중된 평가 방식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시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낙동강체육공원은 “연간 212만명이 방문했다”, 다온숲은 “주말에만 5천명이 찾는다”, 물놀이장은 “한 달 새 2만2천명이 이용했다”는 식의 수치가 강조되고 있다. 도시숲 면적, 캠핑장 규모, 공원 수, 파크골프홀 수 등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시설 유지·보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용자 외 비이용 시민의 접근성이나 사각지대 문제 등은 수치에 가려져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공공시설의 가짓수를 늘리고 이용자 수를 집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느끼는 체감도, 사용 만족도가 아닐까. 정성적 평가 없이 수치만 나열하는 방식은 시민의 삶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물놀이장은 있지만 그늘이나 샤워 시설이 부족하다”, “공원은 늘었지만 관리가 부실하다” 등 시설 이용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 생활체육시설은 “특정 연령층이나 동호회 중심으로 운영돼 일반 시민은 접근하기 어렵다”는 형평성 문제도 꾸준히 지적받고 있다.
숫자는 확실하다. 반박할 여지가 없다. 예산 얼마, 길이 몇 미터, 나무 몇 그루, 방문객 몇 명 등 성과를 보여주기에는 이보다 좋은 도구가 없다. 행정기관의 성과보고서에 정량지표가 자리 잡은 이유다. 하지만 도시 행정은 숫자 놀음이 아니다. 시민이 실제로 그 공원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캠핑장에 그늘은 있었는지, 물놀이장은 쾌적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구미시는 물놀이장, 도시숲, 캠핑장, 파크골프장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많다", "넓다", "왔다"만 반복할 것인가. 도시는 ‘얼마나’보다 ‘어떻게’가 중요한 공간이다. 100명이 다녀가도 10명이 감동한 공간이 1,000명이 스쳐간 공간보다 더 가치 있다. 이제는 단순히 "많이 만들고 많이 썼다"는 식의 정량 중심 평가를 넘어 어떻게 쓰이고 얼마나 만족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시민의 눈높이는 단순 숫자에 있지 않다. “좋다”는 작은 체험들이 모여 ‘살기 좋은 도시’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