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자·데스크

편집장의 편지]개방형 신임 경제기획국장 `실증적 경험과 전문성 토대로 제 역할 기대`

안정분 기자 / 입력 : 2020년 10월 20일
ⓒ 경북문화신문
이맘때쯤 시댁에 가면 늘 맛보던 토종밤을 이제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됐다. 밤나무 가지가 늘어져 창고의 지붕을 무너뜨리게 되어 어쩔 수 없이 고사를 시켰기 때문이다. 구수하고 달짝지근한 토종밤이었는데...풋밤을 특히 좋아하는 나인지라 누구보다 아쉬움이 컸다. 이번 추석에 시댁에 갔을 때 밤나무가 있는 뒷마당으로 가보았다. 밤나무 줄기 아래쪽 나무껍질이 5센티미터 두께의 고리모양으로 벗겨져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렇게 나무를 고사시킬 수도 있구나. 신기했다. 나무껍질부분을 벗겨내면 잎에서 만들어진 양분이 아랫부분으로 공급되지 못해 결국 뿌리가 먼저 죽게 되고, 급기야 나무 전체가 고사된다는 것이 아버님의 설명이다. 초등학교 때 배운 식물의 물관과 체관을 실제로 적용시킨 느낌이다.

아버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사수록』(이기백, 사학자)에서 본 이름 없는 어느 늙은 기술자가 떠올랐다. 이기백 선생님은 가족을 수용할 수 없는 비좁은 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래의 지붕선을 연결해 방을 하나 늘렸다. 그런데 비가 오면 새로 낸 방의 지붕에서 물이 샜다고 한다. 좋은 루핑을 사다가 두 겹으로 깔고 기와를 올리는 등 처음부터 비가 새지 않도록 신경을 썼는데 비가 오면 세숫대야에 넘칠 정도로 물이 많이 샜다는 것이다. 공사를 맡았던 목수가 여러 번 손을 봐도, 미장공을 불러 시멘트를 발라 보아도, 물역가게 젊은 사람이 나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노인이 그것도 진흙과 짚을 섞은 진흙덩어리만으로 고쳤다고 한다. 진흙덩어리 여러 개를 지붕의 경사가 낮은 곳에 고여 지붕의 경사를 반대로 바꿈으로서 비가 새는 원인을 해결한 것이다. 이후 선생님은 사물의 이치를 제대로 알고 이에 대처한 늙은 기술자를 스승으로 여기기까지 했다고 한다. 비록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름 없는 한 기술자에 지나지 않지만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인자 교수(일본 도후쿠대학)의 칼럼(시사저널)을 통해 알게 된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객이 최다인 히로사키 벚꽃축제도 실증적 경험이 탄생시켰다. 일본 혼슈 북쪽 끝에 있는 아오모리현에 위치한 히로사키는 인구 17만명의 작은 지방도시다. 그러나 매년 봄이면 관광객 260만명이 참가할 정도로 이곳의 벚꽃은 유명하다. 벚나무는 가지가 잘리면 그곳으로 균이 들어가 병을 얻기 쉬워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게 상식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950년대 히로사키 공원의 관리소장이 된 구도 나가마사씨는 사과나무 재배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던 방식으로 죽은 가지를 잘라냈다. 그런데 다음해 잘라낸 곳에서 새 가지가 올라오고 그 가지에 풍성한 꽃이 피었다고 한다. 참고로 히로사키는 일본 최대의 사과 생산지다.
그는 이런 우연한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사과농장을 다니면서 연구하고 사과나무 관리와 비슷한 방법으로 죽어가는 벚나무를 살려냈다. 히로사키 공원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135년 된 벚나무가 있는가 하면, 보통 수명 60년을 훌쩍 넘긴 100년 이상된 나무가 400그루나 있다고 한다. 처음에 구도씨의 벚나무 관리법은 권위 있는 식물학자이자 히로사키대 교수인 이시카와 시게오 교수로부터 기본이 안된 관리법으로 비판을 받으면서 10년 후에 공원의 벚나무가 모두 시들어버릴 거라는 파문(1973년)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시들어버릴 거라 했던 벚나무는 해를 거듭할수록 풍성한 꽃을 맺게 돼 전국에 알려지게 됐다. 아마추어의 실증적 경험이 소위 전문가라는 학자의 지식보다 강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미시가 처음으로 개방형 직위공모를 통해 경제기획국장을 임명했다. 침체일로에 빠진 구미경제를 위해 외부 경제전문가를 영입한 것이다. 그동안 경제기획국장 개방형 직위 도입을 두고 구미시의회와 구미시청공무원노조 등의 반발에 부딪혀 논란되기도 했다. 인사발령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기업투자유치 등 경제 분야 외에 기획·예산 등 행정적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내부의 조직과 겉돌지 않고 제대로 융합할 수 있을지 등 말들이 많다. 무엇보다 이론만 아는 전문가가 아니길 바란다. 실증적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구미의 경제현안인 구미 스마트산단 조성, 상생형 구미 일자리사업,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미래 먹거리 사업 등에서 제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


안정분 기자 / 입력 : 2020년 10월 20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구미 다온숲, 쓰레기 매립장서 ‘수국 정원’으로 변신..
정성현 구미시 부시장 취임..
구미대, 9월부터 과정평가형 조경기사 과정 운영..
폐건전지 5개, 장난감 1개로 바꿔요!..
경북, 1시군 1장애인 배려 파크골프장 지정..
김천시립박물관, 소장품 1,162점 온라인 공개..
귀농 전국 1위 경북, 귀농 줄고 귀촌 늘어..
[인사]구미시..
국회 APEC 지원 특위, 경주 방문 공사현장 점검..
一善의 精神 (2)]一善의 의미..
최신댓글
충돌 우려로 이승환콘서트를 금지했던 구미시장은 왜 이번엔 잠잠하지요? 정치적 선동금지 서약을 받았나요? 이건 이승환콘서트 보다 더 큰 충돌 우려가 되는 이벤트인 것 같군요.
산과 함께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멋지네요.!!
늦은감은 있지만 향토문화유산의 조명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 기대를 하게 됩니다.
다자녀 혜택 때문에 그런거 아니고? 우리도 다자녀 농수산물 지원 5만원 사이소에서 사라길래 회원가입했는데 ...
8명이 시위 하는데 안전상의 문제라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판이네 아~ 찍새까지 9명인가?
요즘은 형곡동에서 사곡오거리로 아우토반 넘어가는 시작점부터 화물차들이 대놓고 주차해 놓던데 그 큰 도로에 화물차 주차가 말이 됩니까? 구미시는 왜 가만히 방치하는지 사고 나야 소잃고 외양간 고치려는지
특별히 개성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희소성도 없고
그래서 가은중은 고려대 우리는 구미대? "
지자체나 출연기관, 보조금 단체 등이 주관하는 대부분 행사들이 취지나 명분만 포장하고 있고 내용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사말과 자아자찬에 기념사진 남기기가 주요 사안인 것 같다. 다른 지역도 어느정도 닮은 꼴이겠지만 변화와 발전을 위한다면 좀 바뀌어야한다. 사진찍기에 동원되는 관계인들도 관계를 위한 자리가 아닌 목적과 가치를 짚어보는 자세로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구미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이라면...
뭣이 중헌디?
오피니언
-이순원의 『19세』 @IMG2@행복’의.. 
一善郡은 《삼국사기》에 선산 지명으로 처음 등.. 
생활습관을 교정해도 낫지 않아요 약물은 .. 
내가 15년째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진흥회’.. 
여론의 광장
구미대, 나노헬스케어 500만원 상당 물품 기증 받아..  
상주시청 조선영 선수, 국제사이클대회 은빛 질주..  
구미시, 공실 원룸 활용한 청년 주거 지원사업 본격 추진..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