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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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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 안무자를 처음 만난 건 2016년 여름, 인터뷰어로 그를 인터뷰하면서였다. 그는 당시 구미시립무용단 안무자 취임 후 첫 정기공연으로 위안부들의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낸 ‘환향녀’를 무대에 선보인 후 젊은 안무자로서 지역에서 한층 기대감을 높이고 있었다.
40년간 한 우물을 판 구미무용의 역사이기도 한 어머니 덕에 그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무용을 접하고 무용수의 길을 걸어왔다. 지역의 무용발전과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일반 무용수보다 더 열악한 조건의 구미시립무용단 안무자의 길을 선택했다.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은 작품으로 이어졌고, 필자는 정기공연 때마다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그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나타냈다.
그를 다시 만난 건 시립무용단의 작품 저작권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2019년 9월, 거의 3년만이다. 경북무용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경북 대표로 전국무용제 출전을 앞두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저작권 논란에 휩싸였다. 사건의 발단은 구미시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안무자가 구미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 작품을 자신의 무용단 작품으로 경북무용제에 출전한 것이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되면서 시작됐다. 이 같은 사실이 지역의 방송에서 사실확인 없이 수차례 보도되고 그는 어느새 저작권을 도용한 파렴치한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지울 수 없는 상처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공황장애가 뭔지 알게 됐고, 더 이상 무용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의 억울함은 시의원 간, 단원 간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고 결국 1년의 지리한 다툼 끝에 저작권이 안무자에게 있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시의원의 무책임한 발언과 방송사의 무차별적인 보도가 한 예술가의 꿈을 짓밟아 버린 것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지역 예술환경도 한 몫했다.
얼마 전 안무자와 통화를 했다. 지난해 12월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재위촉 없이 해촉됐다는 것이다. 몇개월 전과 달리 목소리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구미시민으로 살아가겠단다. 또 올해는 마지막 한 과목 남은 박사과정을 마무리하면서 학문에 매진하겠다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준비해온 논문은 접어두고 그동안 겪었던 것과 연관시켜 저작권 관련 논문을 쓰겠다고 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던가. 안무자가 쓰는 논문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구미를 대표하는 무용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은 내게 여전히 유효하다.
멋지게 재기하는 모습 기대합니다.
바닥을 쳤으니 이제는 더 크게, 단단하게
올라갈 길만 남았습니다.
12/24 23:22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