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임이후 정국의 핵심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전담하여 수사하자는 곳이다. 그런데 왜 이런 공수처를 만든다는데 여당 출신 국회의원이 반대하는 것일까?
그것은 페이스북에 등장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국회의원의 글로 확인된다. 그는 공수처를 반대하는 글에서 세 가지 명백한 이유를 밝혔다. 공수처는 첫째 새로운 권력기관의 탄생이며, 둘째는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 않으며, 셋째로는 그 권력기관이 악용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 주 이유였다.
그러면서 그는 공수처가 설치되면 중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문제로 떠오른다. 우병호 민정수석체제에서의 공수처를 생각해보라면서 공수처가 정권에 대해 중립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은 무리라고 피력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얼마 전 모임에서 기자가 잘 알고 있는 한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는 “공수처는 명나라 때 동창을 연상시킨다”는 것이었다. 본 기자는 당시 얘기는 안했지만 속으로 ‘동창과 비교한다는 것은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금태섭 국회의원의 지적을 곰곰이 읽어보면서 바로 그 선배가 말했던 동창이 바로 떠올랐다. 동창은 명나라 때의 정보기관이다. 명의 영락제는 ‘정난의 변’으로 조카 건문제에게서 제위를 빼앗고 북경으로 천도했다. 이때 건문제의 측근인 환관들을 매수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에 착안하여 1420년(영락 18년) 동안문 북쪽에 환관을 수장으로 하는 동창을 설치했다. 또한 동창의 하부기관으로 금의위를 비롯한 여러 직관이 구성되어 정치적 음모 적발 등을 중심으로 화재나 사고, 낙뢰, 시장의 물가 보고까지 다방면에 걸친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동창은 환관 세력의 성장과 함께 동창의 권세는 높아졌으며, 특히 천계제 때 위충현이 동창을 이용해 조정의 반대파를 탄압한 일이 있다고 한다.
그 선배의 단언에 의하면, 이러한 동창과 견줄 수 있는 조직이 21세기 대한민국에 탄생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행한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과 사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에서는 공수처의 등장을 충분히 명나라의 동창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금태섭 의원은 “공수처와 같은 권력기관의 설치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고 밝히면서 찬반에 대한 충분하고 치열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정기관을 자꾸 설치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 많다는 뜻일 게다. 또 하나의 사정기관이자 권력인 공수처의 설치, 과연 합당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