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1,254.78㎢)는 서울시(605.21㎢)에 비해 두 배가 넘는 큰 면적을 지녔다. 또한 낙동강이 휘두르고 있어 예부터 삼백(쌀, 명주, 곶감)의 고장이라 불리 울 만큼 비옥한 토양을 보유하고 있다. 날씨 역시 소백산맥을 끼고 있어 삼한사온이 분명하다. 이렇게 비옥한 토양과 날씨로 인해 상주시는 다양한 밀원(蜜源, 벌이 꿀을 빨아오는 근원, 다양한 꽃)이 풍부하여 전국 벌꿀 최대 생산단지가 된 곳이 바로 이곳 상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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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미래다8부>에서는 사단법인 한국양봉협회의 상주시지부 차용호 지부장을 만나 양봉에 관한 얘기를 들어본다. 상주가 고향인 차용호 지부장은 젊은 시절 군에서 전역한 후 4년간 경북 경주의 축협에서 근무하다가 상주대학교(현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로 옮겨 38년을 근무하고 올해로 퇴직 3년차를 맞이했다. 그는 농학박사(꿀벌)이자 현재 경북대학교의 영농창업특성화사업단의 초빙교수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
현재 상주시의 양봉 농가는 얼마가 되는 지를 물었다. 차용호 지부장은 “현재 상주의 양봉 농가는 500여 농가가 있고 벌통 수는 4만 여 통이 된다. 벌 한통에 평균 2만 마리가 산다”고 말한다. 전국 지자체 중에서 벌통 보유수가 가장 많은 수치이며 상주가 벌꿀 생산단지로는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업농은 약 30% 정도인 150여 농가가 전업농이다. 전업농가는 최소 300여 통 이상의 벌통을 가졌다고 봐야 되는데, 벌통 수 500여 통이 넘는 분들이 상주에 많이 계신다”고 전했다.
이곳 공성면의 경우 상주시에서도 가장 많은 6,500여 통의 벌통이 밀집되어 있어 상주시에서도 가장 큰 규모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벌의 경우 생활 반경이 2km정도가 된다. 그 말은 2km이내에는 또 다른 농가가 있으면 안된다는 말인데 상주시의 경우도 적정선을 넘어섰다”고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다. 한국의 경우 양봉 농가가 늘어나 현재 약 1㎢ 당 21.5군인데 비해 중국과 미국은 0.3군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양봉농가의 열악한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다.
“양봉은 가격이 폭락하지는 않는다”고 밝히며 “꿀을 딸 수 있는 시기가 잘 안맞아서, 예를 들면 꽃피는 주기나 비오는 양, 온도 등 일기의 변화로 인해 꿀의 양이 줄어들거나 늘 수 있다”고 말하며 “꿀은 일반 농작물과는 달리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상주지역에서는 아카시아 꽃이 필 때와 감꽃이 필 때 꿀 수확량이 많아 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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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귀농귀촌을 해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것이 양봉 사업이라고 했다. 접근성이 용이한 이유에 대해서 시작할 때 자금이 타작물 보다는 적게 든다고도 했다. “축사의 경우 소를 사거나 기를 수 있는 시설비용이 많이 들지만 양봉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보니 생기기도 많이 생기고 포기하는 분도 많이 계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양봉산업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칙이 생겨나면 양봉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이나 규모 등 규정 세칙이 생기게 될 것이다”며 희망적으로 말한다.
농학박사 즉, 벌에 관한 박사로서 벌을 키우는데 특별한 노하우를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웃으면서 “꿀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말벌이다. 말벌에는 세 가지 종류의 말벌이 있는데 장수말벌, 등검은말벌, 일반말벌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장수말벌의 경우는 우리 토종 꿀벌의 경우 장수말벌이 오면 꿀벌이 꿀통 안으로 피해 들어가 꿀통 출입구만 막고 있으면 되는데, 이 서양꿀벌은 도망갈 줄 모르고 장수말벌과 싸우다보니 큰 피해를 입는다”면서 “장수말벌에 대한 대비책 중 하나는 장수말벌은 동료애가 강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끈끈이로 만든 쥐덫 같은 것에 살아있는 장수말벌 한 마리를 붙여두면 모든 장수말벌들이 끈끈이로 달라 붙는다”고 말했다. 또한 도심에서 사람들에게도 위협을 가하는 소위 ‘꿀벌킬러’라 명명된 외래종 등검은말벌의 경우 올해 7월 정부에서 생태교란생물로 지정되어 특별 관리를 하게 되었다 말했다. 그리고 일반 말벌의 경우 그리 큰 피해는 주지 않는다고 한다.
”벌을 무서워하면 양봉할 자격이 없다. 양봉하는 사람들 중 말벌에 대한 피해를 안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하면서 웃는다. 장수말벌이든 등검은말벌이든 싸움이 시작되면 사람이 가장 큰 대비책이자 방어막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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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양봉농가에 대한 교육은 월 2회 정도해서 한 20회 정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고 밝히면서 “양봉은 등록을 다하는데, 그 이유는 양봉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농업경영체 등록을 해야하며 또한 보조사업비용이 지원되고 있다. 즉, 벌통을 사게 되면 약 60%를 지원해주고 있다. 또한 약품 같은 부분도 일정부분 지원해주는데 올해는 벌에 응에(진드기)가 많이 생겨 상주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벌은 비가와도 덮기만 해야지 폐쇄된 공간에 두게 되면 벌의 몸에서 일어나는 열로 인해 죽어버리기 때문에 환기가 안되는 곳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농약에 약한 것이 꿀벌이다고 말하며, “논에 물을 먹으로 가거나, 과수나무 밑에 민들레 냉이 등의 꽃이 피는데 약을 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꽃이 피었을 때 농약을 치면 민사상 피해가 있다고 하는데 그게 말대로 잘 안지켜지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한다. 청송이나 장수 같은 지자체에서는 사과과수원 옆에 벌통을 갖다놓으면 얼마의 비용을 준다고도 하는데 그게 제대로 정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양봉산업진흥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였다.
“벌의 생애는 왕성한 활동시기인 봄여름 때 태어나는 벌은 40일에서 60일 정도 산다. 동면을 하는 벌들은 6개월 정도 살아 일을 많이 하는 벌과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여왕벌은 3년 정도를 사는데 전성기인 봄이나 여름철에 여왕벌은 하루에 1500개에서 2000개 정도의 알을 놓는다”고 말한다. 또한 말벌의 경우는 1년 내에 여왕벌이든 일벌이든 모두 죽는다고도 했다. 그는 현장을 지키는 농학박사로서 꿀벌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양봉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밀원을 심어야 한다. 피나무, 헛개나무 등 대표적인 밀원 나무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의하면 성목(다자란)이 된 피나무 10그루만 있으면 벌 한통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상주시의 경우 내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밀원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유림에도 밀원을 심겠다면 정부에서 묘목비나 인건비의 90%의 정도를 보조해준다고 한다. 대표적인 밀원은 피나무인데 피나무의 껍질이 약으로 쓰인다 해서 껍질을 과다하게 벗겨 많이 죽었다고 한다. 그는 “피나무를 심어 약재로 이용하고 자라면 목재로도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꿀벌의 사료는 설탕이다. 소나 돼지 등의 사료는 면세가 되지만 꿀벌의 사료인 설탕은 현재 면세가 되지 않는다. 벌꿀 한통에 약 두포 정도의 설탕이 매년 들어간다. 농가에 부담이 많이 되는데 정부에서 설탕에 대해 해당농가의 벌통수를 파악해서 면세품으로 지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사실 정부에서는 양봉 쪽에 지원이 많이 되고 있다면서 “밀원조성과 설탕면세 지정은 정부에서 양봉농가에 지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건이 된다”고 밝히며 정부의 용단을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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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농학박사이다. 그러나 그는 소위 ‘박사티’를 전혀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자체가 겸손했다. 그는 말을 빨리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지만 그의 말이 주는 힘은 강했다. “묘목을 지금 심어 언제 효과를 보겠느냐”는 말에 “백년대계로 봐야겠지요”라며 담담히 말한다. 그러한 것이 그에 실린 힘인 것 같다. 그가 상주시의 양봉지부장을 맡은 이유를 분명히 말해주는 이유라 생각된다.
상주시가 전국에서 가장 큰 꿀벌의 산지답게 상주시에서 5개년 계획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밀원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나가 상주의 양봉산업이 더욱더 확대되고 발전하는 상주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 또한 차용호 지부장의 양봉에 관한 강의가 더욱더 많은 사람들에게 실전적 지식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역시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