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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일상에서 일상으로 떠나다’
이은경 여행기고가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9년 03월 26일(화) 17:37
ⓒ 경북문화신문
여행칼럼 시작에 앞서
 

요즘은 해외여행도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아무나 해외여행을 할 수 없었던 시대에 살았던 내 젊은 날과 비교하자면 말이다. ‘해외여행은 사치나 낭비가 아니다. 20,30대는 점심값 아껴 가볍게 떠난다.’라는 어느 신문기사가 단적으로 여행이 일상이 된 시대상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자유여행을 즐긴다. 간혹 문학기행을 위해 여러 문학인들과 어울려 다닐 때도 있다. 알려진 세계 문학가들의 발자취를 쫓아 주로 기행수필을 연재중이기 때문이다. 그 일이 아니면 주로 친구나 남편과 다닌다. 그럴만한 동기가 있었다. 먼저 그 여행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 다음에는 당신이 당장 떠나도 좋은 여행에 대해 소개하고 잔잔한 영화처럼 여행칼럼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삶에 지치고 인생이 이따위라면 주어진 명이 다 무슨 소용이야 싶었던 때가 있었다.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침체되어있던 나를 위해 친구들이 여행을 주선했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졌다고 해도 가정주부가 선뜻 나서기는 가볍지 않았던 시기, 결혼 25년 만에 여자들끼리의 여행을 처음으로 남편들에게 허락받았다. 첫 여행지는 태국이었다.
패키지여행에 대한 이런저런 단점을 소문 들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주도적 기획으로 스스로 장소를 정하고 비행기 표를 끊고 일정을 정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어느 여행사에 우리 다섯을 위한 일정을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들만 간다는 조건으로 비용도 거의 곱절을 지불했다. 가기 전 어디선가 어느 신문에 난 운세를 봤다.
'여행스케줄이 있으나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해 일정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때때로, 무시하기 십상인 그런 운세가 귀신처럼 들어맞기도 한다. 낯선 여행객이 합류했고 생각보다 좁고 작았던 비행기 좌석에 실망했다. 예쁜 승무원이 내 카메라가 걸쳐진 좌석에 손을 얹었다. 곧 이륙할 테니 식판을 접으라며 돌아서는 순간 카메라가 바닥으로 탁 하고 떨어졌다. 한참 후, 카펫에 떨어졌으니 괜찮을 줄 알았던 카메라는 완전히 망가져있었다. 때 마침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단언하건데 진심으로,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표정으로, 그저 조금 슬픈 표정을 지으며 하소연했다.
" 아가씨가 아까 이 카메라 떨어뜨렸나요? 부서졌어요. 이걸 어쩌나요? 흠흠~"
" 아니요. 저는 아닌데요?"
그럼 누구란 말인가. 똑 같은 유니폼에 한결같이 예쁜 젊은 여자들이 몇 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평소에 사람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 내가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있나. 하긴, 알면 뭣하랴. 쪽박은 깨어졌고 물은 새고 있는데 말이다.
그때, 신문 한 귀퉁이에 연재된 운세가 한쪽 입꼬리를 스윽 올리는 게 보였다. 보였던 것 같다. 나는 깨어진 쪽박을 들고 거의 눈물에 가까운 웃음을 지어보이며 할 수 없지 어쩌겠냐고 도로 승무원을 위로했다. 비행기 아래로 보이는 밤하늘엔 두터운 목화솜 이불이 깔려 있어 뛰어내리면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두어 시간이 지나자 키가 1미터 70센티미터에 이르는 친구가 내려달라고 사지를 뒤틀기 시작했다. 한번 시작하면 요구가 관철 될 때까지 응석을 끊지 않는 은화는 그 긴 다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생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시간을 훔쳐내고 있었다. 남자승무원이 다가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계속-
경북문화신문 기자  gm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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