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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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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뉴질랜드를 우리나라 농업개혁의 선진모델로 제시한 정부가 있었다. 우리나라 농업을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수출 농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20만의 기업적 주업농과 11만 개의 법인형 경영체 육성을 목표로 하였다. 그렇지만 이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뉴질랜드와 우리나라는 인구나 국토 면적, 농경지 면적과 농가 호당 경지면적 등 어느 것 하나 비교가 될 만한 유효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았다. 더구나 경종농업 중심과 손꼽히는 농산물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축산업을 중심으로 한 농업생산물 수출국인 뉴질랜드가 어느 모로 보나 모델이 될 수는 없었다. 자국민의 농작물 품목과 작부체계, 농경지 이용방법도 모르는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한 국가의 농정도 그렇지만 지역의 농업정책 역시 지역의 특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출발해야 한다. 얼마 전 김현권 국회의원 주최의 ‘도농 상생 대토론회’에 참석하여 ‘구미시 지역푸드플랜 추진방안’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부제는 ‘시민-농민-지역경제 모두에게 이로운 먹거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는 농가를 조직화, 기획생산을 하여 공급시스템을 통해 연간 1,000억원 규모의 관계시장을 창출하는 플랜이다. 통합 컨트롤 타워 재단법인 구미푸드통합지원센터를 설립하여 공공형으로 운영하기로 하였고, 사업추진 로드맵을 보면 올해는 준비단계로 농가 조직화, 통합센터 운영기반 구축, 공공형 운영조직 설립 등 출발준비를 하고, 내년부터 2022년까지 농가 조직화 확대, 농민 가공 활성화 등 세부 사업을 추진한다. 2023년 이후엔 안정적 운영에 들어 5,000여 농가의 참여와 1,000억 매출을 통해 시 지원 없이 자립 운영을 확보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특히 농민 가공 활성화를 통하여 상품화 역량과 부가가치를 상승시킨다는 계획이 눈에 띈다. HACCP을 적용하는 농민 가공센터를 설치, 운영함으로써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의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제품 또는 식품의 안전성(Safety)을 확보할 수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 형성은 물론, 구미 시민의 건강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가공 공동체가 마을 곳곳에 세워짐으로써 마을마다 활기가 넘치고, 5천여 가족 소농이 월 150만 원을 꾸준히 벌 수 있는 규모의 잠재적 관계시장 창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갈수록 심각한 노령화와 인구감소로 쇠락하고 있는 구미지역 농촌 실정을 생각할 때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훌륭한 계획임에 틀림없다. 부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지역 농촌의 성공사례로 자리잡아 미래 농촌의 대안 모델로 주목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흔히 알고 있듯, 농촌은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다. 농토와 집뿐만 아니라 의료・복지・유통・교육・문화・금융 등이 모두 필요하다. 사람이 그렇듯 몸과 정신 그리고 영혼이 모두 숨 쉬는 곳이다. 소농이 모여 농사를 지으면 이 농산물을 바탕으로 가공하고 유통시켜, 소비자와 함께 지역의 생활권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생활권을 큰 단위로 묶으려면 일방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끌고 가려고 하기 보다는 무엇이 문제인지 이 사람 얘기도 듣고, 저 사람 얘기도 듣고, 내 얘기도 하는데 서로가 익숙해져야 한다. 어떤 모델을 보고 모방하여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수가 있다. 좋은 정책을 성공시키려면 끊임없는 대화를 통하여 지역사회의 통합을 이끌어 내는 일이 먼저다.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하고, 소농끼리 나아가 지역끼리 경쟁이 아닌 상보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스스로가 가진 것을 바탕으로 서로가 오순도순 재미있게 농사지을 때 소통과 교감은 일어나고 진정한 로컬푸드는 그 마을에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