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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의 세상읽기⓹]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01일(목) 17:42
ⓒ 경북문화신문
당 태종 이세민은 동(銅)으로 만든 거울과 역사라는 거울, 그리고 사람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잘 살피고 돌아본 것으로 유명하다. 동 거울에 비추어 의관을 바로 잡았고, 역사를 거울삼아 시대의 흐름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알았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아 그 사람을 모범으로 선악을 판단하였다(「정관정요」)고 하니, 세 가지를 거울삼아 자기 성찰은 물론 국가 경영의 본을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반도체 첨단부품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간 무역전쟁의 흐름이 심상찮다. 이번 일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의 피해에 배상하라는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보복임이 분명한데도 일본은 첨단 부품의 불법적인 북한 유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억지를 부린다. 과거의 감정 때문에 구태여 일본을 삐딱하게 보지 않으려고, 정치가가 잘못이지 일본국민이 뭔 죄냐고 애써 참으며 살아오고 있지만, 이런 일들은 그런 인내를 심판하여 선의의 여지를 버리도록 강요한다. 자신들의 신을 숭상한 나머지 외래 종교를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다시 천황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일본은 진리도 ‘그들만의’ 진리가 존재하는 듯하다. 독일의 과거사 치유능력은 이미 세계가 다 아는 바이지만, 일본은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인해 우리의 역사를 마음대로 축소 조작하고도 미안해하는 기색은커녕 자신들의 ‘일등국민’ 병을 치유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나아가 신자유주의에 편승하여 약자로 보이는 자의 호주머니를 털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행위는 지난날의 일제와 하나 다를 것 없다. 잘못을 사과할 용기조차 없는, 진실을 외면한 채 한국의 일이라면 사사건건 깔아뭉개고 무시하려는 그 ‘심사’는 참으로 끈질기게 나타난다.

그런데 농촌 사람들이 지금 속절없이 당하고 있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건 무슨 이유일까.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자연과 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여 자신의 삶을 지키려고 목소리를 내더라도 무시당하거나 여차하면 돈과 힘의 상징인 법에 의해 치명상을 입게 된다. 오직 효율성에만 치우친, 편견으로 만들어진 법률 앞에 일상의 목소리는 쪼그라들고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러니 농촌의 눈으로 농촌을 바라보기는 애초 불가능하다. 이런 일들을 방조하고 방임하는 것이 정상이 돼버린 것이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하지 않고 분명한 것을 아니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정치의 실패임이 분명하다. 대대로 살아온 터전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고도 그것을 그대로 감수하면서 살아가도록 강요하는, 억울한 일을 풀어주지 않은 채 ‘가만히 있어’ 혹은 ‘그냥 같이 살아’ 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과 땅을 죽인 것은 과거 일본 팽창주의의 해악이 아니던가. 삶의 방법은 참 다양한데 왜 강자의 논리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 하는가. 살기 위해 그 어떤 방법도 허용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구나 법을 앞세워 ‘마을’과 ‘사람’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개발’이란 명분으로 환경을 짓이기는 것은 의식의 야만성으로 인간의 존귀함을 거부한 일제의 데자뷰라 할 수밖에.

지역마다 독특한 자연의 생태와 문화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치’의 기본일진대 이를 틀렸다고 낙인찍고 배제하려고 한다. 이것은 민주적이지 않다. 한쪽의 주장만이 맞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주장이 있어도 “당신 이야기도 들어보겠습니다”하는 자세야말로 법치를 하는, 위정자의 올바른 태도라 할 수 있다.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관행에 따라 수동적으로 혹은 현장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판단할 게 아니라, 지역의 주장을 지역의 관점에서 관심을 갖고 들어보아야 한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그 첫 번째가 ‘끝까지 경청’하는 것이다. 그 결과 법이나 정책의 허점이 드러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여 주민들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삶을 누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마땅하다.

일본인이 아무리 부정한다 해도 한국인이 그들의 원류임은 분명하다. 근본적으로 우리 문화를 조금씩 빌려 간 그들이 이제와서는 분수를 망각하고 ‘모르쇠와 내 욕심 채우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오늘날 우리 농촌에서 심심찮게 발견되는 것이다. 오래전에는 골프장이, 지금은 무분별한 태양광과 가축사로 농촌을 들쑤셔 놓고 있다. 법을 앞세워 국토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종국엔 삶의 터전인 마을공동체를 무너뜨리고 말 것임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의회는 오로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의 고통을 담보로 유지되는 걸까 아니면 일본(인)이란 타자의 눈에 비친 모습 때문에 우리는 타자를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저자소개>
선주문학회 사무국장. 공감독서활동가. 대구교육청 1인1책쓰기 지도교사・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역임.
경북문화신문 기자  gm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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